남자구요, 대학생입니다. 중학생때부터 고등학생일때까지, 저는 비만을 벗어나본 적이 없었어요. 그것도 초고도비만. 70의 키에 95정도를 넘나드는. 아는 거라곤 공부밖에 없었어요. 친구도 없었고.
여자애들 놀리기 딱 좋은 캐릭터였죠. 자존감도 떨어지고, 뚱뚱하니 교복은 헐렁하게 무릎까지 내려오게 입고 다니고. 근처에만 가도 돼지냄새가 풍기는 거 같다고. 자리바꾸는 날 저랑 짝이 된 아이는 차라리 자퇴하겠다고 울고. 그런 거 있잖아요. 그냥 은은하게 사람 무시하는 거.
그렇게 지내다가, 고등학교 때 걔네가 너무 보기 싫어서 특목고를 썼어요. 피나게 공부해서 참 내로라하는 대학을 왔구요. 살도 무지막지하게 뺐어요. 한 40키로정도 뺀 거 같아요. 이악물고 하루에 여섯시간씩 헬스장에서 살았어요 작년에.
그러니까 2학기 들어서인가 연락이 하나 둘 오더라구요. 페북메세지로, 다른 애들한테 물어서 걔네 연락 받기 싫어 몇번이고 바꾼 제 폰번호로. 만나자고, 너무 오랜만이고 반갑다고.
소문이 돌았나봐요. 저새끼 돈 꽤나 번다고. 맞아요. 학원 강사 자리얻은게 너무 잘되서 웬만한 직장인 월급 받고 일해요. 스무살 초반 어린 나이지만. 근데 걔네한테 쓰고싶진 않거든요.
대체 왜 나한테 연락을 한걸까 궁금해서 하나를 만났어요. 바로 취업하고 토익배우느라 영어 다니는데, 이제야 중학생때 그렇게 피터지게 공부하던 니가 대단해보인다. 그런 얘기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밥은 니가 사줄거지? 너 돈 잘벌잖아 이러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