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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불편러가 된 이야기.
게시물ID : love_80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템=레이4
추천 : 16
조회수 : 1161회
댓글수 : 51개
등록시간 : 2016/08/08 17:56:01
날이 정말 무시무시하게 덥네요. 다들 건강 관리 유념하시길 바랍니다.
 
아직 다행히 차이지 않고 잘 만나고 있습니다.
 
일요일이었던 어제, 수유역 근처에서 만나서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던 도중 그 친구가
 
'오빠 머리 깎을 때 됐네. 머리 하러 가자~' 라고 하더군요. 생각을 해 보니까, 6월 말에 이발을 했더군요. 머리를 할 때가
 
됐다는 생각에 흔쾌히 그러마, 하고 함께 미용실에 갔죠.
 
전 늘 하던대로 '머리 깎은지 약 45일 정도 됐습니다. 기간을 감안해서 깔끔하고 단정하게 다듬어 주세요' 라고 했는데,
 
그 친구가 알아 듣기 힘든 용어를 쓰면서 '이렇게 해 주세요' 라고 하더군요.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제 머리 스타일을 누군가
관리 해 준다는게 기분이 나쁘지 않더군요.
 
제 눈에는 결과물이 이전과 딱히 다를게 없어 보였는데, 그 친구는 아주 만족한 표정으로 '그래. 오빠는 앞으로 이렇게 해' 라고
하더군요. 여성의 눈에는 제가 알지 못했던 세밀한 것들이 보였나 봅니다.
 
일련의 과정을 마치고, 계산을 하던 때였습니다. 직원분께서 '카드로 하시면 13,000원, 현금으로 하시면 12,000원 입니다' 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아무런 고민도 없이 '현금으로 결제 해 주시고, 현금 영수증 발급 부탁드립니다' 라고 했고,
 
직원 분은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현금으로 결제하셔도 현금 영수증 발급 받으시면 그대로 13,000원인데, 그렇게 해 드릴까요?'
라고 반문 하시더군요. 저는 당연히 그렇게 해 달라고 했고요.
 
출입문을 나선 후, 그 친구는 약간 미묘한 표정으로 '오빠. 왜 굳이 1천원을 더 내면서 현금 영수증을 발급 받았어?' 라고 묻더군요.
 
저는 당연히 '나는 늘 이렇게 한다. 현금으로 결제하면 현금 영수증을 발급 받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냐. 난 술을 마실 때도,
밥을 먹을 때도 현금으로 결제하면 할인을 해 주겠다, 라는 말을 들으면 굳이 없는 현금을 만들어서라도 꼭 할인 없이 현금 영수증을
발급 받는다. 우리가 일상에서 소소하게 마주치는 이러한 것들이, 조세 정의에 상당한 악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라는 식의 답변을 했더니
 
그 친구는 약간 뜨악한 표정으로 '오빠는 참 다 좋은데, 매사를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고 불편하게 사는 것 같아' 라고 하더군요.
 
거기에서 살짝 기분이 상하려던 찰나,
 
'이런 점 때문에 좋은거긴 하지만. 오빠랑 결혼하면 좀 피곤하긴 하겠다' 라고 중얼거리던 말에 기분이 다시 확 좋아지더군요.
 
전 거기서 또 눈치 없이 나랑 결혼까지 생각했던 것이냐, 라고 반문을 했고
 
거기서 그 친구는 정색하며 '아직 뽀뽀도 몇 번 제대로 못 해본 사이에 무슨 결혼이야. 진도나 좀 빼고 결혼 얘기 하세요' 라고 하더군요.
 
하하..뭐. 졸지에 프로 불편러가 됐던 하루였지만, 기분은 참 좋았습니다.
 
아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하지. 오유저 분들, 계속되는 폭염에 지쳐 있으시겠지만, 부디 힘 내시고 건강 관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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