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업주들 “우리 창녀취급한 건 사과 안하나”
[동아일보 2006-02-28 15:42]
[동아닷컴]
“술에 취해 음식점 주인으로 착각해 실수했다니, 그럼 우리는 맘대로 성추행을 해도 된다는 말인가.”
동아일보 여기자를 성추행하고 당직을 사퇴한 최연희 한나라당 의원의 해명에 음식점 주인 등 외식산업 관계자들이 크게 분노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음식업중앙회(회장 고인식, 이하 중앙회)는 28일 성명을 내고 “최 의원의 해명이 우리를 더욱 분노케 한다”며 “지금 당장 전국 60만 업주와 300만 음식업 가족들에게 무릎 꿇고 사죄하고 국회의원직 등 모든 공직에서 지체 없이 물러나라”고 강력히 성토했다.
중앙회는 “식당 주인도 함부로 대하는데, 그동안 종업원들은 얼마나 무시 했겠는가”라며 “만약 최 의원이 어물쩍 넘어가려 한다면 집단 규탄대회로 퇴진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회 허홍구 홍보국장은 “최 의원이 한나라당과 여기자에게는 머리를 숙이고 사죄했지만 우리들에게는 사과 비슷한 것도 하지 않았다”며 “땀 흘려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혔다”고 비난했다.
허 국장은 “성추행 보도 이후 중앙회에는 하루 200여 통씩 전화가 걸려와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며 “‘장사를 안 해도 좋으니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자’, ‘촛불 시위라도 벌이자’는 분들이 대부분”이라고 강경한 분위기를 전했다.
허 국장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번 사건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가 있어 우려스럽긴 하지만,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집단행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밖에 사단법인 한국외식경영학회, 한국외식산업회, 전국대학 조리과 교수협의회, 각 대학 외식산업 경영자 과정 동문회 등 11개 외식산업 관련 단체들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최 의원의 사과와 공직 사퇴를 촉구했다.
단체의 움직임과 별도로 음식점 종사자들은 “최 의원의 변명을 듣고 자괴감을 느꼈다”며 중앙회 홈페이지(www.ekra.or.kr)와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비난을 쏟아냈다.
ID ‘김주영’은 “최 의원의 비하발언은 우리 아이들에게도 깊은 상처가 되고 있다”며 “몰지각하고 부도덕한 발언을 당당히 따져서 전국의 수백만 음식점 가족의 명예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기전’은 “우리 집 딸아이가 인터넷에서 기사를 보고 이 참에 식당을 그만두라고 했다”며 “많은 식당 여주인들이 자식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고 난리다. 이번 사안은 가볍게 보고 지나갈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인철’도 “대한민국의 음식점을 운영하시는 분들을 아주 창녀 취급했다”라며 “우리의 형제이자 누나이자 부인인 이들이 왜 그런 취급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열심히 일한 것도 죄냐”고 비난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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