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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운세 : 견우직녀 기다린 인연을 볼 수 있다.
게시물ID : love_820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ealmarine
추천 : 2
조회수 : 50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8/10 18:17:21
 
오늘 아버지가 구독하시는 신문 한 귀퉁이에서 오늘의 운세를 봤어요.
토끼띠 XX년생 : 견우직녀 기다린 인연을 볼 수 있다고 나왔네요.
 
사실 요즘 한참 집에서 틀어박혀 사느라 내 운명의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없을 꺼에요.
 
근데 오늘의 운세를 보고 나니 자꾸 작년 이맘때 헤어진 여친 생각이 나더라구요.
 
그 여친은 참 예뻤어요.
 
누구나 다 반할만한 예쁜 얼굴은 분명 아니었지만 난 살아오면서 첫눈에 누군가에게 반해 본게 첨이었어요.
 
첨 볼때가 그녀가 직장을 옮기기 위해서 내가 다니던 회사에 면접을 보러 왔을때에요.
 
난 면접관이었는데, 내가 면접보는 방식은 여러면접관들과 둘러앉아서 상대의 경력을 물어보는 방식이 아니라 1:1 면접을 통해서 개인의 인성을 알아보는 방식이었어요.
 
직급이 좀 높기도 했고, 작은 회사이기도 해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사람을 뽑을 수 있었져.
 
그녀는 첫 면접에서 솔직하게 살아온 인생과 업무 스타일 그리고 미래비전에 대해서 이야기 했어요.
 
솔직히 지금은 그때 그녀가 했던 말이 다 기억나진 않아요.
 
그냥 첫눈에 반했다는 표현이 맞아요.
 
그녀랑 저는 8살 차이였어요.
 
아무리 첫눈에 반했다곤 하지만 함부로 고백하기 힘든 나이차이져.
 
거기다 입사하면 내가 직장상사가 될텐데 사심을 드러내긴 힘들었어요.
 
그래도 그녀 얼굴을 보면서 대화하는 내내 우린 인연인것 같았어요. 어릴때 사귀었던 사람들을 처음 봤을때도 인연이라 느꼈고, 꼭 그렇게 인연이라 느낀 사람들 하곤 시간이 지나서 사귀게 되더라구요. 근데 그녀는 앞서 만났던 친구들에 비하면 너무도 강력하게 인연이라는 느낌이 드는거에요.
그래서 무조껀 입사를 시켰어요.
사실 나는 한번에 합격시키고 싶었지만 너무 내 사심이 아닌가 싶어서 회사 대표한테 면접을 봐 달라고 부탁했져.
면접 결과는 당연히 합격이었어요.
 
두번의 면접을 거쳐 회사에 출근하게된 그녀는 약간 소심한 성격이었어요. 걱정이 많았져.
일을 시키면 그 일을 잘해내기 위해 전전긍긍했어요. 욕먹는걸 싫어해서 결과물을 보여줄때 많이 긴장하는 눈치더라구요.
그런 성격때문인지 일을 무지 꼼꼼하게 하더라구요. 그리고 늦게까지 일했었어요.
그녀 집이 좀 멀어서 늦게까지 일하면 가기도 힘들고 다음날 출근하기도 힘들었져.. 그래서 퇴근할때 집에 태워다 주기 시작했어요.
사실 사심이 더 컸져. 하지만 핑계는 늘 늦은 시간에 집에가면 위험하니 대려다 준다고 했었져.
 
사심이 있었으니 집에 대려다 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참 많이 했었져. 그녀는 잘 들어주기도 하고 자기 주장도 분명했어요.
아마도 내가 매일 대려다 주었으니 그녀는 아마도 어느순간엔가는 내가 사심이 있음을 알았을꺼에요.
나중에 안 이야기지만 고백은 할꺼라고 생각했다네요. 조금 늦게 할꺼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했다고 하더군요.
 
전 한달만에 그녀를 대려다 준 집 앞에서 고백을 했져. 조금 뜸들이기는 했지만 그녀는 흔퀘히 잘 사겨보자더군요.
그렇게 사귀기 시작해서 1년을 넘게 만남을 이어갔져.
 
그런데 사귀면서 문제가 좀 있었어요.
우린 자주 다퉜져. 전 많이 이성적인 반면 그녀는 많이 감정적이었져.
그리고 그녀의 이상형은 저같은 사람은 아니었어요. 흔히 말하는 키크고 잘생기고 돈많고 자상하고 집안 좋은 사람이었던거 같은데.. 내가 가진 것들과는 사실 거리가 좀 있었져. 그래서 그랬는지 항상 남과 저를 비교하더라구요.
그녀 친구의 남친, 아는 누군가의 누구와 계속 저를 비교하더라구요.
첨엔 누구나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노력했져.
물론 그 노력이 내 뜻대로 되는 것도 있었지만 상당부분은 내 뜻대로 되기 힘든 것들이었져.
 
그녀도 저한테 많은 노력을 해 주었던거 같아요.
데이트 비용의 일정부분을 의식적으로 부담해 주려고 한다거나 때되면 반드시 선물을 한다거나 하는 식이었던것 같아요.
선물도 그전까지 살면서 사귀던 사람들 보다는 비싼 선물을 해 주더라구요.
금전적으로 가격도 좀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전에는 받아보지 못했던 선물들 이었어요.
그전에는 책, 장갑, 목도리 이런걸 받아봤다면 그녀의 선물은 비싼 향수, 로션, 신발 같은 선물이었어요.
그녀의 취향이었겠져.
 
저는 그녀의 취향을 잘 몰랐던거 같아요.
내가 좋아하고 이뻐하는 것들을 선물했을때 잠깐은 밝은 표정이었지만 이내 왜 이 물건을 샀는지 왜 이런 색을 샀는지 책망하더라구요.
산 곳에서 바꿔 준다는 말도 해봤고, 새로 다른걸 사주겠다는 이야기도 해 봤는데 대화의 방식이 잘 못 되었던지 우린 자주 싸웠어요.
 
첨엔 내가 센스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난 왜 선물을 해 주고도 욕을 먹을까 싶었져. 반대로 그녀가 사준 물건들이 내 취향이 아니라고 해서 맘에 안든다고 말한적 있던가 싶기도 했져.
 
언젠가 그녀가 장미꽃 한송이와 차량용 방향제를 선물이라고 사온적이 있었어요.
며칠을 티격태격하고 나서 그녀가 먼저 화해하자는 표현이었어요.
방향제는 포장이 되어 있었고 장미꽃 한송이는 손에 들고 왔져. 선물이라고 저한테 줄때 사실 살짝 웃었어요. 선물이 무엇인지 보다는 화해하자고 먼저 다가 온 것이기에 전 그것 만으로도 충분했어요. 꽃을 보곤 피식 웃었져. 꽃 같은거 받고 좋아할 남자가 얼마나 될까 싶었져.. 전 그전 부터 그녀에게 꽃 선물을 해 본적이 없었어요. 하지도 않을꺼라는 말도 했져. 왜냐하면 그닥 부유하게 살지 못했던 사람이라 꽃 선물해 줄 돈 있으면 그 돈 보태서 좀 더 좋은 선물 해 주자 주의 였거든요. 암튼 꽃 받을 때 한번 웃고 차량용 방향제 열어볼때 한번 웃었져. 너가 냄새에 많이 민감한 모양이구나 라고 말하면서요. 그랬더니 불같이 화를 내더군요. 화를 낸 이유는 자신의 성의를 무시했다는 거져.
전 잘 모르겠더라구요.
이 싸움을 하기전 싸움에서도 선물가지고 싸웠는데 그때는 내가 그녀에게 검정색과 흰색이 섞인 운동화를 사주고 나서 였거든요. 그때 그녀는 첨엔 고맙다고 했지만 그 말 이후에 왜 운동화냐, 왜 이색이냐 라고 물었고 거기에 이런 저런 사정 이야기를 해도 기분 상해하는 얼굴이 풀리지 않더군요. 산 곳에가서 바꾸자, 다른 선물을 사줄께 라는 이야기도 그녀의 기분을 풀지 못했었거든요. 그때 저는 선물은 주고 받을때 그 감정이 중요하고 무엇인지는 그 다음이라고 이야기 했고 여친은 상대를 모르고 선물하는 건 안하느니만 못하다는 논리였져.
같은 논리로 이야기 하면 장미꽃 방향제 받을때 내가 성의를 무시했다고 말하면 안될것 같은데.. 그녀는 내가 자신의 성의를 무시했다고 화를 내더군요. 참 이해할 수 없었져.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 보면 그녀는 상당히 많은 시간을 약간 우울한 기분으로 보냈어요.
이미 그 나이또래에 비해 괜찮은 급여를 받고 직장을 다니고 있었지만 왜 더 벌지 못할까를 고민하고 있었고 주변에 먼저 결혼한 친구들의 가정 형편보다 자신이 그들만 못하다는 불만이 있었져. 남친도 다른 남친보다 좀 작고, 좀 덜 생긴 사람을 만나고 있다는게 싫었던거 같아요.
저는 그녀가 그렇게 우울해 할때 마다 희망적인 이야기 긍정적인 이야기를 해 주려고 했었져. 지금부터 둘이 같이 살면 1~2년이면 둘이 합쳐서 연봉 1억은 쉽게 넘을 꺼고, 둘다 외모도 어려보이지 그런것도 좋을꺼고, 남들보다 성공의 의지가 강하니 어떻게든 둘이 같이 살면 남들보다 좀더 노력해서 좀더 잘 살꺼라고 이야기 했었져.
하지만 그런건 다 말뿐이라고 느꼈나봐요. 그 우울함이 쉽게 없어지질 않았어요. 그녀가 다니는 직장에서 거의 매일 야근하다시피 하는 것도 그 우울함을 더 했을꺼고, 그녀 아버지의 사업실패 후 집안 생활비를 보태야 하는 상황이 싫었을수도 있져.
암튼 우린 자주 싸웠고 누구나 처럼 그렇게 헤어졌져.
 
헤어지고 1년이 지났는데 오늘 오늘의 운세에서 본 기다린 인연을 볼 수 있다는 말에 저는 그녀가 생각났습니다.
그리곤 그녀와 왜 싸웠는지 왜 헤어졌는지 생각해 보게 됐져.
위에 적은 내용들은 빙산에 일각처럼 참 여러가지 일들이 많았는데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 보면 전 여전히 그녀를 보고 싶어 한다는 거져. 다시 만나면 또 같은 종류의 일들로 싸울껀데, 그래서 만나면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보고 싶은거져..
 
나한테 조금더 여력이 있다면 내가 그녀의 우울함을 모두 날려 버리고 그녀를 햇살처럼 밝은 여자로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때마다 사귈때 좀 더 그렇게 해 주지 못했던게 계속 미안하기도 하고 그러네요.
 
사실 이런 감정 누군가한테 터 놓고 이야기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어서 마음속에만 가지고 있었는데.. 터놓지 않으면 진짜 터질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오늘 오유에다가 넋두리 처럼 써 봅니다.
 
 
여러분들 사랑하면서 사세요. 헤어지고 후회하지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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