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요즘 인생의 금과옥조로 생각하고 있는 주제입니다.
구본형씨의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라는 책 중 발췌한 내용인데 너무나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아 같이 나누고 싶어 올려봅니다.
네 종류의 직업
출처 : 구본형 저,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먹고 사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면서 돈을 버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평생 바둑이나 체스를 두면서 먹고 사는 사람도 있다. 그림을 그려서 먹고 사는 사람도 있고, 글을 써서 먹고 사는 사람도 있다. 먹을 것을 팔아서 먹고 사는 사람도 있다. 막대기 하나를 들고 작은 공을 쳐서 작은 구멍에 집어넣는 게임도 잘하면 세계적 영웅이 되어 부와 명예를 거머쥐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예전에는 좋은 직업이었던 것이 지금은 신통치 않은 직업이 되기도 하고, 갑자기 각광받는 새로운 직업들이 쏟아져 나오기도 한다.
나는 직장인들을 만나 직업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을 나눌 기회가 많았다.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직업들이 있지만, 종사하는 업종, 기업의 크기, 지위의 고하와 무관하게 직업의 가치를 결정하는 두 가지 중요한 기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나는 얼마나 그 일을 좋아하느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얼마나 벌 수 있느냐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그리고 그 일을 하면서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 직업을 가지고 있다면, 아무도 그 이상 좋을 수는 없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런 첫 번째 등급의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아주 적었다.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두 번째 등급의 직업으로는 ‘아직 돈도 명예도 따라 오지 못하지만 미친 듯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직업’을 꼽았다.
세 번째 순위로는 사회적으로 좋은 직업으로 알려져 ‘돈을 잘 벌지만 별로 빠져들지 못하는 직업’을 들었다.
가장 신통치 못한 네 번째 등급의 직업은, ‘하고 싶은 일고 못하면서 돈도 못 버는 직업’ 이다. 특이한 점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두 네 번째 등급의 직업을 가지고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적은 월급을 기다린다. 그거라도 없으면 먹고 살기 어렵다. 보상이 적다는 이유보다 더 사람을 괴롭히는 것들이 있다. 심리적으로 가치를 찾기 어려운 하나마나한 일을 하고 있다는 불만, 참신한 맛도 도전 의욕도 없는 지겨운 일의 되풀이, 상사로부터 오는 과도한 요구 혹은 자신이 한 일을 알아주지 않을 때 오는 엄청난 스트레스 같은 것들이다. 더욱이 하는 일이 미래가 없고 기량을 키울 수도 없으며 자신의 재능을 발휘한 기회를 가질 수 없다면, 열정은 사라져 버린다. 그래서 시키는 일은 하지만, 그 이상은 하지 않게 된다. 그들은 조직의 나사와 톱니바퀴에 불과하다는 자괴감에 빠지고, 직장과 일의 밖에서 마음을 달래 줄 대안을 찾아 헤맨다. 이들에게 인생은 퇴근 시간 후부터 의미를 갖기 시작한다. 라인하르트 흰(Reinhard Höhn)은 이것을 “직장인의 내면적 자기 퇴직”이라고 부른다. 몸은 회사에 있지만 마음은 살길을 찾아 인터넷 속의 증권가를 헤매고, 전직(轉職)과 창업과 자격증의 언저리를 방황한다. 충성심을 대신할 열정과 헌신 그리고 활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일에서 즐거움이 떨어져 나가면 일은 고통스럽다. 인생에 끌려 다니면 고달플 뿐이다. 인생을 몰고 다닐 수 있으려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직업화시키는 방법’이 현명하다. 세월이 흐르면 첫 번째 등급의 직업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종류의 직업이든지 그 일을 아주 잘하게 되면 돈과 명예가 따라온다. 학벌이 없어도 명인과 장인이 된 사람들은 많다. 그들 역시 한때 아주 가난했을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다 보니 세월이 그들을 만들어 준 것이다. 이 점이 바로 평균적 삶이 무난했던 산업화 시대와 ‘재능의 시장가치’가 중요해진 지식사회가 극명하게 다른 점이다.
그러므로 자신을 한번쯤 일으켜 세워, 바람직한 인생으로 가기 위한 분기점을 만들어 내야 한다. 스스로를 위하여 그렇게 해야 한다. 자신의 인생에 주제를 갖지 못하면 실패한 사람이다. 세속적으로 성공했다 하더라도 그는 헛되게 세상을 산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 기껏 해봐야 세 번째 등급에 속한 직업을 가진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들이 몰려다니는 커다란 대열에 합류함으로써 우리는 스스로 안도해 왔다. 예측할 수 있는 일상성 속에서 학교를 들어가고 졸업하고 직장을 구했다. 좋은 직장에 들어간다는 것에 얼마나 큰 안도감을 느꼈던가? 부모님들은 얼마나 좋아하셨으며, 친구들은 또 얼마나 부러워했던가?
그러나 몇 년이 지나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직업이 겨우 네 번째 등급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던가? 우리가 가졌던 화려하고 다소 방만한, 그러나 불 같았던 욕망과 기대가 조금씩 꺼져 가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마음을 태워 밝히던 불빛이 약해지면서 인생을 둘러싸고 있는 주위가 조금씩 어두워져 가고 있는 것을 느끼게 된다.
자신을 위해 한 번의 직업 혁명을 준비해야 할 때가 되었다. 모든 사람은 자기 내부에 엄청난 매장량의 보물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 얼마나 되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그것을 발견하지 못하는 사람은 가난하고 비참한 생활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혁명의 시작은 지금 횃불을 켜들고 자신의 모든 보물이 감추어진 깊은 동굴로 천천히 들어가는 것이다. 출발하자마자 갈림길이 하나 나올 것이다. 한 길은 훨씬 넓고 화려해 보일 것이다. 세 번째 등급의 직업 생활을 할 수 있는 길로 가는 입구이다. 그러나 그 길로 가지 마라.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 인생을 뒤돌아 보면 그저 허망해질 뿐이다.
그 갈림길에서 작고 조용한 오솔길을 택하라. 그 길은 두 번째 등급의 직업으로 갈 수 있도록 준비된 길이다. 그 길을 따라 한참을 가라. 그 길은 아주 멀다. 아직 웅장한 폭포와 넓은 강물 혹은 장엄한 산맥을 만나지는 못할 것이다. 화려한 볼거리도 많지 않을 것이다. 조금 외롭긴 하지만 작은 즐거움들로 가득할 것이다.
그렇게 길을 잃은 만큼 한참을 가다 보면, 당신은 첫 번째 등급의 직업으로 가는 길에 이미 들어섰음을 알게 될 것이다.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곳곳에 수없이 많은 보물들이 묻혀있음을 발견하게 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이 점점 더 부유해지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세상이 시들해 보이는 이유는, 세상이 시들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자신의 일과 삶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잃었기 때문이다. 세상은 늘 거기에 눈부시게 서 있다.
직장인에게 경영은 필요할까? 시키는 일만 하고 주어진 일을 관성적으로 처리하는 직장인에게는 경영이 필요 없다. 그들의 삶은 다른 사람에게 달려 있다. 그들은 정리 해고되어 떠나거나 그렇게 떠난 동료들의 일까지 해야 하므로 그전보다 두 배의 일을 한다. 그러나 일을 하는 즐거움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직무 수칙이나 상황이 요구하는 정도만 마음을 쓰고 최소한의 능력만 사용한다. 이 속에서 스스로 점점 더 무능력해지고 있다고 느낀다. 마침내 자신이 관리 대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직장인을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은, 자신을 1인 기업가이자 전문가, 개인 사업자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자신을 1인 기업을 경영하는 경영자로 승화시킨다. 자신을 총무부에 고용된 직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1년 간 회사와 계약을 맺고 총무 서비스를 담당하게 된 1인 기업의 사장이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영업사원은 없다. 한 회사와 판매 대행 서비스를 계약한 1인 기업의 경영자가 있을 뿐이다. 이들은 자신이 특화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재능에 맞게 다양한 일자리에 능동적으로 지원한다. 기존의 방법 대신 더 나은 방법을 찾아냄으로써 과거로부터 답습된 과정을 혁신한다. 자신의 동료를 내부고객으로 인식하여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 관계를 감동적으로 이끈다. 이들은 자신을 적극적으로 세일즈한다. 이들은 책임감에 어쩔 수 없이 일하지 않는다. 자신의 일을 취미처럼 즐기며, 언젠가 이 일을 가장 잘하는 사람이 되어 충분한 부를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새로운 업적을 이룰 때마다 그것을 새로운 무형적 비방으로 등록한다. 또한 이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그리하여 이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소홀함이 없다.
이런 직장인들은 피고용자가 아니다. 이들은 관리의 대상이 아니다. 이들은 자신의 서비스에 책임을 지는 개인 기업을 경영하는 사업자들이며 기업의 파트너들이다. 이들은 더 이상 조직에 의존하는 힘없는 직장인이 아니다. 이들은 자신의 사업을 경영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고용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고용하였다. 다른 사람을 믿는 대신 자신을 믿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