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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피성 인격장애 32세(남), 다시 이력서 냅니다.
게시물ID : gomin_124623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ZWRla
추천 : 10
조회수 : 414회
댓글수 : 35개
등록시간 : 2014/10/31 03:41:00
ㅎㅎ.. 전 회피성 인격장애를 갖고 있는 32세 남자입니다.
회피성 인격장애란 타인의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커서 조그마한 거부 사인에도 사회적인 관계를 스스로 철회하고 마는 아직 고약한 병이에요.
남자인데도 성격이 무척 예민하고 상처를 잘 받아요...(이는 제가 게이인 탓도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28살에 대학 졸업 한 이후 약 3년간 일곱군데의 회사를 전전했어요.
정말 어렵게 합격했지만 하루 나가고 그만둔 적도 있구요. 가장 긴 곳이 7개월이었죠.
다른 사람과 함께있는 걸 견디질 못했거든요.
이렇게 못나 터진 제가 참 혐오스럽더라구요.
그러다 '나는 안 될 사람인가보다...'하고 체념하듯 저의 이런 성향을 수용하기로 했어요.
그래서 그간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하나...' 참 많은 고민을 했어요. 어떻게든 먹고 살긴 해야하니까요.
그러다 테레비에 나오는 오지 속 자연인처럼 산 속에 박혀 혼자 자급자족하며 그렇게 살아볼까...정말 진지하게 생각하기도 했었어요.
그리고는 몇 개월 전에 24시간 2교대로 돌아가는 빌라의 보안업무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당장 돈도 없고..나이도 들어 안 그래도 경제력이 없는 부모님께 의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어요.
보안업무는...한마디로 경비라고 보시면 되요. 24시간 동안의 근무는 육체적으로 무척 힘들지만 사람과의 접촉이 극히 제한적이어서 그나마 할 만했어요. 휴일도 없이 그렇게 정신없이 3개월이 지났네요.
 
90일이라는 시간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인가봐요. 그간 참 많은 생각의 변화가 있었어요.
그러다 '이렇게 사는 건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야'라는 생각이 문득 들더니 이제는 어떻게든 이 생활을 청산하고 싶다는 생각이 목 끝까지 올라오기 시작했죠.
32세가 취업을 위한 마지막 마지노선 같았어요. 그러니 마음은 더 초조해지고 불안해졌죠.
그래서 오늘 무려 일곱군데나 입사원서를 넣었습니다.
 
그저 충동일지도 몰라요. 속절없이 지나가는 청춘이 아쉬어 마지막 발악을 하는지도 몰라요.
하지만 후회를 남기고 싶진 않아요.
그리고 시간이 흐른만큼 이제는 조금 더 힘든 상황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솔직히 지금 제가 잘하는 일인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다시 한번 해보려구요.
또 포기하는 모습을 보일까봐 주위 가족에게 말도 안하고 조용히 입사지원을 했어요.
누군가에게 기대를 하게 하는게 너무 두렵거든요.  
 
제가 이런 글을 적는 이유는
그냥 누군가에게 저의 이런 상황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이 하늘 아래, 어딘가에서 새벽 3시에 이력서를 적는 회피성 인격장애 환자가 있다는 사실을
누군가 잠깐만이라도 생각해 주길 바라는 것 같아요.
무섭고 두려운데...그냥 닥치는대로 해보려구요.
이 선택이 부디 제가 좀 더 행복해지는 선택이었음 좋겠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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