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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막내동생 로또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네요...
게시물ID : animal_16503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진눈깨비중년
추천 : 13
조회수 : 1027회
댓글수 : 50개
등록시간 : 2016/08/11 21: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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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0563.JPG
(얼짱각도...는 무슨.. 절대 카메라를 안보더군요)


고등학교 2학년 때 로또가 저희 집에 왔었습니다.


지금은 제가 서른 하나가 되었으니
햇수로만 따지면 대략 15년을 같이 보냈네요.


10대 후반, 30대 초반...


그리고 20대 중 군대를 갔던 2년 정도를 제외하면
저는 로또와 20대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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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 : 1.02 MB
(마피아 영화에서 마피아가 시가 물고 있는 모습이 연상되어 찍어봤었습니다 ㅎㅎ)


질풍노도가 아닌 질풍노답이었던 저는
로또를 통해 조금씩 사람의 모습을 갖춰갔던것 같아요ㅎㅎ


현재 추구하는 가치이며 주변 사람에게 귀가 닳도록 얘기하는

'이해, 존중, 배려, 그리고 책임감'

사실 이 녀석을 통해 그 가치를 깨달은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희 집안은 무교이지만
(아버지만 불교이시지만요)

해마다 어머니께서는 사주를 보러 가셨습니다.
그때마다 집안에 자식이 셋이 있다라고 하셨다고 하네요ㅎㅎ


저도 어디 나가서 호구조사를 당할 때 동생이 두 명이라고 했거든요 ㅎㅎ
남동생 한 명과 사람은 아닌데 동생인 녀석이 있다고...

IMG_3697.JPG
(귀찮아, 형!! 그만 좀 건드려!)






IMG_3618.JPG
(지방종이 생겨서 걱정되었을 때 보정해주며 찍었던 사진이네요..)


어렸을 때 죽을 고비도 로또는 아무렇지도 않게 넘겼습니다.


저희 집이 아파트에서 복층으로 이루어진 2층 주택으로 이사를 갔었어요...


2층과 1층 사이 층고가 꽤 높았었는데...
로또는 아침에 저와 동생을 깨우려고 2층에 올라와서 문을 긁었고

(저는 잠귀가 어두워서 문 긁는지도 모르고 그냥 자고 있었습니다)

동생이 문을 평소처럼 열때
로또가 뒷걸음질 치면서 난간 아래로 추락했습니다.



바닥에 납작 엎드려있었고 별 다른 외상은 없었죠.
병원에 갔을때도 별 문제 없다고 했었고..

정말 '기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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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같지 않아도 팔팔하던 때... 저희 집이 리모델링 전이었을때 찍었습니다)

그랬던 고비를 아무렇지도 않게 넘겼고 잘 성장하다가
병원에 예방접종을 갔는데
기관지 협착증 때문에 호흡기관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운동도 좋아해서 많이 시켰는데
작년부터 갑자기 몸이 안좋아지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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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 : 1.22 MB
(자고 있을때 몰래 내려와서 도둑촬영...)


올해 초여름 즈음부터
복층이던 주택을 리모델링을 시작했죠.


로또가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하기도 힘들어서
복층이었던 구조가 매우 버겁기도 했을 겁니다.
 
그런데 2016년 7월 31일 일요일에 녀석이 가출을 했습니다.

제가 옮기던 짐들을 정리하였고 리모델링이 완전 끝나지 않고
현관이 개방된 상태였는데 이 녀석이 밖으로 그냥 나간거죠.


전 멍청하게 어머니나 아버지에게 간 줄 알았는데...
갑자기 아버지가 로또를 찾기 시작하면서 녀석의 가출을 알게 됐습니다.


점심 시간이었는데 얘가 밥도 안먹고 어딜 가나 싶어서
동네부터 대전역, 대전천까지 열심히 찾아다녔습니다.

그 와중에 예전에 오유 베오베에서 읽었던 글이 생각났습니다.

강아지가 병 들면 무리에서 이탈하려 한다.

전 임종을 지켜주고 싶다고 말만 해놓고 문단속도 제대로 못해
로또를 놓쳤다는 생각에 죄책감에 심장이 터질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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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가 이렇게 웅크리고 있을때 제 눈에는 너무나 귀여웠습니다)



그러다가 로또를 같이 찾아주시던
거래처 사장님에 의해 녀석이 발견되어
저희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때 사실 눈치를 조금 챘었어요. 

저랑 부모님 각자 그 감을 외면했었지만...
준비해야겠구나 싶었었죠.


로또의 눈빛이 전혀 반가워하지 않았거든요..
예전같지 않은 그 눈빛이 너무 가슴 아팠습니다.

작년부터 조금 준비하다가 건강이 돌아왔었다고 방심했었던 겁니다.

가을방학의 2집, '언젠가 너로 인해'라는 곡을 들으며 다짐했었는데
막상 로또의 그 눈빛을 보니...




원래 다니던 병원에서도 나이가 차서 그런거라고 별 수가 없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도 저희 가족은 오늘 대전에서는 제일 알아주는 대학동물병원에 간다면...
답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어제 밤부터 호흡을 심하게 헥헥 거리며 잠도 못자고
계속 저희 가족과 떨어지려하더군요.

오늘 아침에 녀석이 몸도 못가누다가
문을 열 때 왠일로 마중 나와있는 겁니다.

전 그래서 혹시 괜찮아지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가져봤어요.

하지만 제가 일하는 와중에 전화를 중간중간 부모님께 드렸는데
결국 무지개 다리를 건넜네요.


로또가 저희 집으로 데리고 온 역할이 컸던 제 동생은..

지금은 대전에 없어서 같이 지켜주질 못해서 가슴 아파했습니다.
전화 통화만 했었죠..

이번 주에 오기로 했었는데..

로또가 그때까지 버티면 너무 괴로워할 것 같고...
제 동생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으려 했을것 같아요.

제 동생도 가슴 아파하겠죠...


오늘 일하던 중에 저 역시 로또생각 나면 눈물만 나와서
시간날 때마다 오유보며 추천 누르고 다녔는데..

그래도 아직 여운이 가시질 않을 정도니 제 남동생은 오죽할까요...

내년에 열심히 모은 돈으로 오픈카를 장만하면
녀석과 같이 대청댐 쪽으로 놀러가려고 했었는데..

결국 제가 늦었네요...


저에게 세상을 먼저 등져 하늘나라에 가있는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가 우리 로또 외롭지 않게 조금씩 놀아줬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주절주절 말이 많았네요.
여기까지 읽어주시기엔 정말 글이 길고 중구난방이었죠..?ㅎㅎ
(읽어주신 분이 있으실지...)

제가 상태가 오늘 많이 안좋아서 양해를 좀...


만약 다 보시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저희 로또가는 길 무섭지 않게 조심해서 가라고
기도 한 번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ㅎㅎ


마지막으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로또가 제 카메라를 봐주었던 사진을 갈게요.
올해 7월에 찍은 마지막 제 막내동생 로또 사진입니다.

로또랑_아이컨택.JPG
(치즈~)
출처 너는 우리집안의 1등 로또 복권보다 더욱 귀한 아이였어.
그리고 나의 인생에서 네가 기적이었어.
로또야, 잊지 않을게. 나중에 웃으며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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