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그 때의 이미지가 뚜렷하게 기억나는걸 보면 상당히 강렬했던거 같네요.
쌀쌀한 해질녘이었어요. 어머니랑 손잡고 동네 부식가게에 찬거리 사러 나가는 길이었는데,
가게에서 위쪽으로 올려다보면 집이 보이거든요. 아파트 4층이었고, 작은 주공아파트였어요. 엘베없고 연탄 보일러 쓰던(아재입니다.)
어머니는 반찬재료 고르고 계시고 저는 밖에서 이리저리 노는데 무심코 집쪽을 보니 불켜진 복도 현관쪽에 연탄가게 아저씨가 계시는 겁니다. 어라? 연탄주문 안했는데?
연탄 지게는 복도쪽에 두고 현관문에 서있는데 생각해보니 집에는 아무도 없어요. 아버지도 퇴근전이고.
뭔가 이상하다 싶은 기분이 들어 어머니께 가서 이상하다, 연탄가게 아저씨가 집 현관에 와있다고 하니 애가 뭔소리를 하나 하는 식으로 보시고는 무슨 대꾸도 안하시는 거에요.
예. 저 혼자 올라가봤습니다. 복도로 들어서는데 뭔가 이상해요. 복도 불이 꺼져있었거든요.
1층에서 복도 불을 켜면 전층이 켜지는 뭐 그런 곳이었어요. 행동인식 같은건 없던.
그래서 제가 불을 켜고 4층으로 올라갔습니다. 당연히 연탄 지게고 아저씨고 아무도 없었어요.
우유 투입구에 보관하던 열쇠꾸러미도 그대로였고요.
뭐에 홀렸나? 이게 뭔가?? 분명히 불켜진 복도며 사람이며 또렷하게 봤는데 뭐지? 하며 돌아서는데
심장 멎는줄 알았습니다.
3~4층 올라가는 계단복도 창문에 왠 여자가 창밖을 보며 서있는게 보였고
진짜 온몸에 소름이 쫙뻗고 악소리도 안나오더군요.
이여자 흰색 상의를 입고 미동도 안하고 돌아서 있었어요. 창밖만 보고있을 뿐.
당연히 올라올땐 없던 사람이 바로 옆에 있었다는게 엄청나게 무서웠지만 저도 여기 없는 사람인척 숨도 안쉬고 조용히 내려왔습니다.
장보시던 어머니를 보니 다리가 풀리더군요.
살면서 제대로 귀신 본 건 요거랑 군대에서 딱 두 번이네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