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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학] 움직이는 슬리퍼
게시물ID : panic_900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24
조회수 : 1701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08/17 22:02:27
움직이는 슬리퍼

우리 집에서 벌어진 일이다.
나도 반신반의하는데, 우리 집은 뭔가 홀리기 쉬운 체질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 게 집 안에 한가득 있다고 한다.
덕분에 이상한 현상이 종종 일어나곤 하는데, 나도 여러 체험을 겪은 셈이다.
집에서 사진을 찍으면 반드시 둥글고 희끄무레한 것이 찍히거나
아무도 없는데 발소리가 들린다거나 뭐 그런 흔한 것들읻.
나로서는 태어날 때부터 겪은 일인지라 사실 꽤나 익숙한 일이라 아무 느낌 없긴 하다.

그런데 내가 종종 겪은 현상 중 하나가 슬리퍼가 움직인다는 것이다.
이렇게 쓰고 보니 슬리퍼가 혼자 걸어다니는 걸 상상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 슬리퍼를 벗어두고 한참 뒤에 보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거나, 오히려 반대로 엉망으로 흐트러져 있거나 한다.
내 기억이 혼동되거나 가족 중에 누군가가 한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도 없을 때나, 한쪽만 저 멀리 다른 방에서 뒤집어져 있거나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씻고 나와서 바닥의 슬리퍼를 보니 흐트러져 있었다.
그때 나는 의문점이 하나 생겼다.
"왜 하필 내 슬리퍼를 움직이는 걸까?"
깔끔하게 정돈해주는 날엔 고맙다는 생각이 들지만,
엉망으로 해놓으면 짜증이 난다.
'혹시 내가 뭔가 반응해주길 바라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어서 한 마디 해줄까 싶었다.
처음엔 지금 흐트러져 있으니 화내는 거라고 생각이 들어서 '미안'이라고 하려했다.
그런데 찬찬히 생각해보니 "미안보다는 고맙다고 하는 게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항상 깔끔히 정돈해줘서 고마워"라고 했다
그랬더니 다음날부터 슬리퍼는 정돈되는 일은 일어나도, 흐트러지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그래서 역시 감사 인사를 받고 싶었던 거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우리 가족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영매사 아줌마 집에 가곤 한다.
처음에 말했듯, 우리 집안 자체가 그런 집안이라서.
그래서 그때 그 아줌마한테 슬리퍼 이야기를 했더니, 아줌마가 신묘한 표정을 짓더니 한 마디 했다.
"큰일날 뻔 했네"
뭐가요? 하고 물어봤더니 놀랍게도 이런 이야기를 해줬다.
일단, 난 당연히 슬리퍼를 건드리는 게 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은 두 사람이었던 것이다.
한 사람은 정돈해주는 사람이었다.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한다.
나머지 한 사람이 어지럽히는 사람인데, 이 사람은 나에게 악의를 품었던 것이다.
그 아줌마 말이, 귀신이란 건 사람이 "무서워" "제발 용서해줘" "살려줘" 이런 식으로
공포와 패배감에 사로잡혀 있는 틈을 타는 존재라고 한다.
날 공격하려던 귀신은 내가 무서워하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난 원체 익숙하던지라 무서워하기는 커녕 "고마워"라고 하니
"이 놈은 글렀어"라고 생각해서 나간 거라고 한다.
그때 만약 내가 "고마워"가 아니라 "미안"이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출처 http://occugaku.com/archives/4928887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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