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고열에 콧물에 시달린 우리 8개월 아기. 근데도 신랑은 회식 쳐한답시고 새벽 4시에 기어들어오더니 옷도 안벗고 씻지도 않고 드러누워서 울먹울먹 얘기했다.
토요일 갑작스런 출근. 안그래도 아기도 아프고 맞벌이하면서 나까지 감기몸살인데 주말정도는 신랑이 아기 좀 봐줬으믄 좋겠건만 신랑도 어쩔수없다며 미안한 얼굴로 갔다.
신랑은 빨리 일처리하고 퇴근해야겠단 생각에 서둘렀지만 퇴근시간에 갑자기 팀장의 호출. 주말근무한 같은부서 사람들 회식하자는.
신랑이 부탁했단다. 와이프가 아프다. 애기도 아프고 어려서 와이프가 힘들어한다. 오늘은 회식빠지고 들어가야겠다. 거기서 팀장의 으름장. "내년엔 진급해야지. 회식 우습게 보고 한두번 빠지다간 진급못한다." 이 무슨 개소린가.. 회사 진급이 회식참석여부로 나뉘는거였구나. 그럼 뭐하러 그리 뼈빠지게 공부해서 일했나ㅅㅂ.
울며겨자먹기로 회식에 참석한 신랑. 참고로 울신랑은 술 못한다. 소주 두 잔 마시면 온몸이 뻘개지고 세 잔 마시면 구역질하며 괴로워한다. 그래서 신랑은 십년간의 사회생활동안 알콜의 힘을 빌리지않고 취한듯이 노는 방법을 터득했다.
오늘도 적당히 상사들 잔 채워주며 비위맞추던 신랑에게 차장이 한소리 했다. "김대리, 술 못하는거 어떻게 안되나? 내 일부러 김대리 술 좀 늘라고 삼일에 회식 한번씩 해주자나. 이제 술 좀 늘때가 안되었나?" 그 말에 신랑은 화장실 들락날락하며 토할 각오로 마셨단다. 그리고 이십분마다 토하러 화장실 갔단다. 술때문에 심장이 터질꺼같고 쓰러져죽고싶은 심정인데 끝까지 버텼단다. 차장 이 새끼야. 니가 술 좋아하는걸 회사사람 다 아는데 누구 핑계대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