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외모스펙 별로 안좋은 여자임. 타고난 건 다 좋은데 결정적으로 관리가 안되서 떡대 있고 그냥 보면 살찐 여동생같은 느낌임 (아마 그런 느낌일 것 같음)
다른게 아니라 사실 자존감 낮아서 잘 안꾸미고 다님. 지금은 좀 다른데 예전엔 화장도 잘 안했음. 아니 할 줄 몰랐음.
하여간 어느 날 대학교 2학년때였나 개강일이었는데 난 학술동아리에 들어 있었음. 그래서 교수님이랑 다 같이 식사를 하러 감. 근데 그 선배가 있었음. 난 남자한테 관심이 없음. 다른 친구들은 오빠 없어서 오빠라고 하면 뻑가는데 나는 오빠에 남동생까지 있어서 남자인 친구는 많아도 남자친구는 이때까지 제대로 한 번도 없었음. 내가 좋아하는 느낌의 사람들은 이미 다 임자가 있었음. 난 이상하게 외모는 구린데 내가 느낌이 오는 사람은 그 사람들도 느낌이 오는지 좀 통했음. 본인 별로 붙임성 안 좋은데 느낌 오는 사람들은 만나기만 해도 반갑고 오빠소리는 친오빠아니면 잘 안하는데 잘 나오고 그랬음. 아무튼. 각설하고.
그 날 개강일이라고 나름 꾸미고 갔음. 생전 입어본 적 없는 블라우스 입고 얼굴에 거의 처음으로 비비도 바르고 플랫슈즈도 신고 가방도 이쁜거 들고. 나름은 꾸몄지만 솔직히 객관적으로 봐도 떡대가 워낙 있어서 보면 구렸을거임. 야 저기 돼지가는데 가오리소매 셔츠입어서 떡대봐랔ㅋㅋㅋ 이런거..
암튼 딱 들어가서 어떻게 같은 테이블에 앉았음. 알고보니 그 선배는 27살이었음. 여행이 취미라서 27인데 3학년이었음. 그땐 그게 멋져보였음. 지금은 아님. 근데 이 선배가 농구부라서 근육도 좀 쩔고 미소도 서글서글하고 하여간 완전 내타입에 여자들도 다들 좋아할 타입인데 친구도 정말 많았음.
아 뭐 이렇게 글이 길어지니 아무튼 앉아서 술도 좀 마시고( 그땐 주량이 1잔이끝이라서 한 잔 먹고 열심히 안쓰러지려고 힘내고 있었음) 고기먹고 있는데 그 선배가 대뜸 나보고 남자친구 있냐고 그랬음. 순간 주위 분위기는 정적이었는데 나는 아무말도 못했음. 뭐라고 해야할지 몰라서가 아니라 그땐 이 말이 왜 나오나 싶었음. 말 그대로 이해를 못했음. 네? 이러고 말았음.
아무튼 그 이후로 그 선배랑 친해져서 미니홈피도 트고 혼자 공부한다고 멀리 가있을 땐 문자도 하고 그랬는데 새벽에 전화왔을 땐 아 내가 자는바람에 못 봤다면서 혼자 설레여하고 그랬지비...
그 뒤로는 내가 너무 깝쳤는지 나댄건지 아무튼 그 선배 일하는 카페에 내가 구운 과자류도 막 들고가고 일부러 선배보러 시내 나가기도 하고 그 카페만 가고 그랬는데 아무튼 지금은 연락이 끊겼네
지금 와서 궁금한건데 그 선배가 나한테 마음이 있었을까?
두 줄 요약
나는 외모스펙 별로인데 꾸미고 간 날 처음 보는 사람이 나한테 남자친구 있냐고 물었음 객관적으로 남자들은 이렇게 묻는 심산이 뭐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