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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친구 모임에서 있었던 일이다. 자취를 앞둔 친구가 광주에서 올라온 룸메와 친해지겠다고 술자리에 데리고 나왔다. 방학때 룸메를 따라 광주에 놀러 가니 마니를 놓고 한바탕 대화가 오갔다. 나는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쪽이었다. 어차피 대한민국은 호남출신들이 정재계를 지배하고 있는 거대한 전라도인데 굳이 또 광주를 가볼 필요가 있느냐는 요지의 말이었다. 그때 친구가 웃으면서 물었다. "너,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 하니?"
이미 지금과 같은 논란이 있기 한참 전부터 '일베'는 애국보수라는 단어를 대체하는 어떤 '기표'였다. 저런 식의 대화에서 쓰이는 애국보수나 일베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저 마음에 들지 않는 걸 다 욱여넣는 텅 빈 그릇이다. 단지 귀찮다는 이유로 일간 베스트라는 '장소성'에 대해 깊이 들여다보지 않았던 나는 그 질문 앞에서 순간 당황했다. 그럼에도 친구의 질문에 "아니, '일베' 그런거 안 하노 이기야" 라고 대답하지 않았고, 다음에 친구를 다시 만나 그러한 낙인찍기와 진보들의 불법 시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친구를 똑똑한 사람이었고 내 말을 잘 이해해줬다.
매일같이 놀랄 만한 일이 연속적으로 벌어지는 나라건만, 얼마 전 홍대 앞 일베 조형물이 촉발시킨 논란 앞에서 나는 다시 한번 놀랐다. 조형물과 작가 일은 대체 어떤 관련이 있나? 일베 조형물이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거나 누군가를 모욕했나? 그 일을 기점으로 불법시위와 낙인찍기는 마치 '놀이'처럼 실생활에 타격을 입히는 일로 번져나갔다. 새누리당은 대변인은 발언을 철회하는 코미디를 벌였고, 당장 한 커뮤니티는 '일베류' 기사를 쓰는 <뉴델리>를 절독하겠다는 인증샷이 올라왔다. '일베류' 기사란 무엇을 말하는지, 혹은 어떤 기사가 왜 문제인지에 대한 지적은 없었다. 마치 '빨갱이'논란을 보는 듯했다.
왜 보수주의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수꼴이고, 매국이고, 횡령이고, 반역사적이고, 심지어 망국적인 걸까. 일베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애국보수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일베 욕하고 기분 나빠할 시간을 생산적으로 쓰는 방법이 있다. 보수주의도 배워야 하고, 모르면 공부하면 된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당장 접근하기 쉬운 온라인 서점에 접속해서 사회과학 분야의 베스트셀러 목록을 참고하자. XXX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의 자서전이 6개월간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나는 특히 2030들이 자신들에게 애국보수가 얼마나 훌륭한 기치인지 알았으면 좋겠다. 이번에야말로 당신을 속이고 있는 홍어들을 벗어버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아닌가. 물론 공부는 셀프다 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