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은 정치적인 언어를 사용합니다
제대로 결론짓고 핵심을 직설적으로 간결하게 얘기하는 대신
이쪽으로도 저쪽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두리뭉실한 얘기를 하고
적당히 원론적이고 상투적인 도덕교과서 같은 미사어구를 곁들여놓고
나중에 문제가 되면 발뺌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게 정치적 언어의 정석입니다.
그리고 전 개인적으로 그런 언어를 정말 싫어합니다.
파파이스를 보면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정치인의 정치적 언어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겁니다.
김총수가 워낙 직설적으로 질문하고 또 생각할 여지를 주지 않은채 바로 바로 던지기 때문에
이제껏 관훈토론 같은 곳에서의 정치적 언어에 길들여진 인물이 나오면 당황하게 됩니다.
어떤 문제이건 도덕교과서에서 나온 것 같은 원론적인 '발전적인 방향으로' '잘해나가야죠' 라고 대답해왔는데
김총수는 본인의 진짜 입장을 집요하게 요구하니까요.
그런 요구를 받은 상황에서 어떻게 대답하느냐를 유심히 들어보면 그 인물의 바닥이 보이죠.
제가 들어본 바, 최근 가장 두리뭉술하고 원론적인 대답으로 일관한 인물은 송영길이었습니다.
뭐 하나 본인의 입장이 없더군요. 안철수랑 박근혜랑 동무 먹으면 될 것 같은 인물
저는 정치적인 언어를 구사하는 정치인은 믿지 않습니다.
언제든지 자신의 입장을 전환하고 자기 말에 발뺌할 준비를 하는 인물이니까요.
그런 면에서 가장 간결하고 직설적이고 시원한 언어를 보여준 정치인은 김용익
뭐, 더이상 출마하지 않기에 탈정치한 한 덕분인듯도 했지만..
더민주 당직자 출신의 최고위원 후보들
오랫동안 정당에서 정치공부를 해왔던 덕분인지 대부분 정치적 언어를 구사하는데에 통달해있더군요.
난데 없는 영입인사들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려는데에 대해 당내부에서 반발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엔 김병관이나 양향자 같은 분들이 구사하는 언어가 훨씬 더 마음에 와닿습니다.
오랜 정치인 생활을 통해 정치적 감각을 가지고 정치적으로 살며 정치적으로 말해야 한다는
타성에 깊이 젖어버린건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합니다.
아니면 당내에 이사람 저사람 다 알고 언제 누구와 한편이 될지 모르기 때문에 알아서 조심하는건가요?
정치는 당원을 보고, 국민을 보고 하는거지, 당의 권력자들 보고 하는게 아니라는 평범한 상식을
본인들이 의도했건 안했건 잘 알려주는 김병관, 양향자 두 후보를 저는 지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