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두시간 세시간 전화하다 잠드는 사이였어요. 오늘 있었던일로 서로 웃고 과거 연애사 이야기도 하고. 데이트 아닌 데이트도 하면서.
어제 술에취해서 객기를 부렸어요. 그애와 나. 그리고 아는 언니. 셋이서 마시는 술이었는데 언니가 술에 취하면 스킨쉽에 관대해지는거 나도 알고 있어요. 알면서도 둘이 옆에 앉게 내버려두고 농담따먹기나 하다가 술이 좀 더 들어가니 기분이 너무 오락가락 했습니다. 언니가 그 애 손을 잡는게 짜증나고 그애가 아무렇지 않게 받아주는것도 화가나고 아마 제 표정에서 다 티가 났을거에요. 언니가 말걸면 한참 재밌게 웃다가도 금방 표정이 어두워졌으니까
술마시고 돌아와서 담배를 조금 했어요. 가끔 이런날엔 담배를 피우는게 도움이 되더라구요. 술을 좀 더 빨리 깨우고 내가 잘못했던것을 후회하게 만들어주는 수단으로서.
한개비의 반정도 피운때에 그애한테서 카톡이 왔어요. 누나 기분나쁜일 있느냐고. 왜그러느냐고. 단답하고선 담배를 마저 태웠어요. 하나만 하려했는데 두개비나 태우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곧 전화가 와요. 두번인가 바로 끊어버렸습니다. 별로 받고싶지 않았어요. 세번째는 받았어요. 아무렇지 않은 척, 언니는 잘 들어갔느냐 물었어요. 언니이야기를 하고 싶은게 아니라 내 이야기를 듣고싶대요. 오늘 왜 그랬느냐고. 자기가 뭐 잘못했느냐고.
말을 뱅뱅 돌렸습니다. 차마 술취해서 니 손 잡고 니 팔짱끼는 언니가 질투나서 그랬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어요. 내가 너무 쪼잔해진다고. 그러니까 그냥 묻지말고 넘어가주면 안되냐고 했어요. 안된대요. 자기가 잘못한걸 알아야겠대요. 네가 잘못한건 없지. 내 잘못이야. 미안. 내가 쪼잔해서 그래.
끝까지 말을 안하니 결국 돌직구가 들어오더라구요
그럼 이상한거 하나만 물을게요. 누나 나 좋아해요? 하고. 안좋아한다고 일갈했어요. 좋아한다고 말해버리면 내 행동들이 모두 설명되어버릴테니까. 술김에 오기부린거에요. 말이 없다가 끊겠다고 하던 그애 목소리가 참 쓸쓸하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악몽을 세번이나 꿨어요. 스트레스를 받았나봐요. 내가 왜 그랬지. 하고 후회하느라 밤을 새다 잠들었는데 그 잠조차도 편하지가 않았어요. 쫓기고 죽고 갖히고 울고 도망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