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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게시물ID : love_93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차차말론
추천 : 0
조회수 : 33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8/24 14:42:30
퇴근 길, 북적거리는 사람들 사이를 걸어가면서, 하도 많이 타서 노선까지 외워버린 버스에 앉아 창문을 바라보면서,
짝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적은 가사의 노래를 들으면 내가 한 영화의, 드라마의 여주인공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정말이지 나는 아침에 눈을 뜨고 늦은 밤 잠에 들 때까지 당신 생각을 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당신이 나지막이 내 이름을 불렀을 때는 세상의 모든 새들이 지저귀는 듯한 환상에 젖었고
당신이 내 안부를 묻고, 밥을 먹었냐는 일상적인 대화를 할 때에는 이러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에 대해 감사했다.
조카의 사진이라며 보여주며 자랑했을 때도 조금은, 아주 조금이라도 그의 일상에 내가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어느 날, 친구가 내게 물었다.
너는 그 사람이 왜 좋냐고, 이상형의 조건에 하나도 맞는 게 없는데 도대체 왜 좋아하냐고. 이렇게까지 좋아하는 이유가 뭐냐고.
그냥 따뜻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러주는 게 좋고, 사투리 섞인 그의 말투가 좋고, 정장을 입었을 때는 멋있는데 사복을 입음 더 멋있고,
몸에 배어있는 사소한 배려가 좋고, 무엇보다 그를 생각하면 하루종일 어디 나사 하나 빠진 애처럼 실실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고.
그냥 어쩌다가 그가 흘린 매력을 주워버렸다고. 그 매력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고.
 
어쩌다 한번 가뭄에 콩 나듯 볼 수 있는 그의 얼굴이었지만 그의 얼굴을 보는 날은 온 세상이 핑크빛으로 물들었고
한 달을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힘을 주었다. 나는 고백할 용기도 없으면서 그 사람이 나와 같은 마음이길 바랬고, 먼저 용기내 주길 바라는
이기적인 마음도 있었다. 어차피 잘 못보는 얼굴이고 고백에서 차이면 영영 안보면 되니까. 그렇게 생각하기엔 난 너무 어렸고 그는 이루어놓은 것도
아주 많은 어른이니까. 나는 그에게 그냥 어린 여동생이나 꼬맹이로밖에 안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겁부터 들었다.
 
대부분의 짝사랑 드라마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여주인공에게 관심도 없던 남주인공이 어떤 계기로 여주인공을 좋아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
여주인공이 씩씩하게 남주인공에게 차여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고백해서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
과정이 어떻든, 항상 '둘은 아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하는 뻔한 레파토리.
내 사랑도 '둘은 아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하고 끝났으면 좋겠다.
 
지난 봄에는 손 잡고 여의도 벚꽃 길을 걷는 우리 둘을 상상했고,
지난 여름에는 가까운 바다로 드라이브 가고, 카라멜 팝콘 한통 사서 심야 영화를 보는 우리 둘을 상상했다.
그리고 다가올 가을에는 콩알만한 내 간이 좀 커져서 당신에게 내 마음을 고백할 날 상상한다.
분명히 붉게 물든 단풍들보다 내 얼굴이 더 빨개지겠지만,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겠지만 꼭, 고백하고 싶다.
좋아한다고, 아주 많이.
드라마에 나오는 여배우처럼 아주 예쁘지도 사랑스럽지도 않지만
당신을 향한 내 마음은 그 어떤 것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고 단단하니까.
많이 좋아해요.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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