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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평론(스포)
게시물ID : animation_3972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졸린사슴
추천 : 6
조회수 : 922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6/08/25 02: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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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C
: The Money of Soul and Possibility Control
 
장르: 판타지, 액션
감독: 나카무라 켄지
주연: 우치야마 코우키(요가 키미마로 역), 토마츠 하루카(마슈 역), 호소미 다이스케(미쿠니 소이치로 역), 고토 사오리(Q ), 사쿠라이 타카히로(마사카키 역)
상영: 2011. 4.~2011.6.
 
0. 평점과 한 줄 평
8.0
참신한 식재료. 화려한 플레이팅. 보는 맛이 있다.
 
1. 줄거리
헤이세이 경제대학교 2학년 재학 중인 19살 요가 키미마로는 야간에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2개나 뛸 정도로 삶이 각박하다. 그에게 어느 날 미다스 은행 통상부 소속 마사카키가 요가를 찾아온다. 마사카키는 금융가를 소개하며 그곳으로 키미마로를 초대한다.
금융가에서는 선택받은 사람들이 앙트레프레너(Entrepreneur), 줄여서 앙트레라 불린다. 이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담보로 미다스 머니를 발행받고, 이를 가지고 딜(Deal)이라는 전투를 하거나, 현실 세계에서 돈으로 쓰기도 한다.
금융가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앙트레인 미쿠니 소이치로는 무쿠도리 길드라는 것을 만들어 금융가에서의 딜이 현실 세계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 경우 현재의 안전을 위해서 미래를 소진하는 것이 된다.
키미마로는 이를 거부한다. 전 세계에 금융가의 소멸인 C가 발생하는 가운데, 일본의 C를 막기 위해 키미마로는 소이치로와 싸운다. 승리한 키미마로는 소이치로의 뜻과는 반대로 미래의 가능성을 되찾는다.
 
2. 무려 경제를 소재로 한다
작품의 제목 <C>는 소재 자체가 예술에서 보기 힘든 것을 다루고 있다. 경제 애니메이션이라니. 경제부터가 골칫거리고, 경제가 골칫거리가 아닌 사람일지라도 이것을 예술의 영역에 끌어온다는 것은 골칫거리다. 때문에 그 딱딱한 것들을 어떻게 부드럽게 풀어낼 것인가가 작품이 가진 가장 근본적인 숙제가 된다.
미쿠니는 작품의 제일 처음에 등장하여 이런 대사를 한다. “돈은 돈인가, 그 이상의 존재인가, 그 이하의 존재인가.” 미쿠니에게 돈은 세계와 이어지는 수단, 그 자체이다.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돈을 바라보는 입장은 대단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입장이 바뀌면 보는 방식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작품은 돈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해 시청자에게 먼저 묻고 있다.
 
3. 금융가(The Financial District)
작품의 공간적 배경은 현실 세계와 금융가의 양대 축으로 이뤄진다. 현실 세계는 익숙한 개념인 반면에 금융가는 작품의 독특한 설정이다. 금융가에 대한 이해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작품의 해석이 가능하다.
 
금융가는 그 기원에 대해 알 수 없다. 그 지배자나 소유자에 대해서도 전혀 알 수가 없다. 금융가는 세계에 금융 중심지인 곳에 존재한다. 일본의 극동 금융가, 중국의 상하이 금융가, 동남아시아 싱가포르 금융가 등이 있다. 금융가의 규모는 해당 국가의 경제 규모에 비례한다. 각 금융가에는 중심지인 미다스 은행 광장이 있다. 그 위에는 공중에 떠다니는 커다란 금화 모양의 전광판이 있는데, 금융가의 총자산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일본의 금융가에는 마사카키라는 직원이 있으며, 각국 금융가에도 비슷한 이들이 있다. 특색 있는 정장차림에 모자와 지팡이를 갖췄다. 마사카키는 선택받은 앙트레를 금융가로 안내한다. 또한 앙트레들의 여러 민원을 접수하고 해결한다.
앙트레는 금융가에 오려면 택시를 타야 한다. 택시 기사들의 소속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마 미다스 소속일 것으로 보인다. 그 말고는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택시는 물리적인 법칙을 무시하고 운행이 가능하다.
 
금융가에서 발행되는 미다스 머니는 현실세계에서는 실제 통화로 유통될 수도 있다. 이 검은 돈은 금융가의 윤전기에서 발행된다. 작품의 국가적 배경은 일본이며, 따라서 주인공인 키미마로가 주로 접하는 미다스 머니 역시 엔화를 기반으로 한 미다스 머니이다.
미다스 머니는 앙트레의 미래를 담보로 발행된다. 따라서 앙트레가 파산(Bankrupt)한다면 현실 세계에서 앙트레의 미래가 사라진다. 이때 미래라는 것은 특정한 것은 아니며, 각 앙트레마다 제각기 다르다.
 
앙트레프레너란 선택받은 사람들 중 금융가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앙트레는 금융가에서 발행하는 미다스 카드(Midas Card)와 딜을 도와주는 애셋(Asset)을 얻는다. 또한 미다스 머니를 지급받고, 현실 세계에서 현실 통화와 미다스 머니를 구별할 수 있게 된다. 미다스 택시를 탈 수 있다.
 
앙트레는 주 1회 의무적으로 딜을 해야 한다. 딜의 상대를 지목할 수도 있고, 보유 자산의 절반을 냄으로써 딜을 통과(Pass)할 수도 있다. 딜은 앙트레와 앙트레의 애셋으로 구성된 듀오끼리의 전투가 된다. 딜은 오픈 딜(Open Deal)의 선언으로 성립된다. 쌍방은 666초 동안 전투를 벌이며, 각자의 자산 현황은 밸런스 시트로 표시된다. 밸런스 시트는 중앙에 동그란 핵이 있고, 거기서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모양을 하고 있다.
공격 방법은 우선 물리적인 방법이 유효하다. 앙트레는 디렉트(Direct)라는 방식을 통해 손에서 을 뽑아낼 수 있다. 애셋은 플레이션(Flation)을 사용하는데, 사용하는 자산 크기에 따라 수준이 달라진다. 가장 약한 공격인 미크로(Micro) 플레이션의 경우 10만 엔 이상을 사용해야 한다. 그 이상으로는 메조(Mezzo, 100만 이상), 매크로(Macro, 1000) 플레이션을 사용할 수 있다.
애셋은 10주의 주식을 갖고 있다. 이중 9주는 남들에게 매매할 수 있다. 매매된 주식은 다시 앙트레의 자산이 되어 딜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딜의 결과 파산한다면 앙트레는 금융가에서 추방된다. 이때 앙트레는 자신이 담보로 잡혀있던 미래의 손실을 당한다. 파산하지 않는다면 상대적으로 가벼운 미래만이 손실된다. 딜에서 승리한 앙트레는 상대 앙트레의 자산을 흡수한다.
 
4. 미래와 돈 어느 쪽을 신용하는가
타케다자키는 능통한 정보상이다. 방황하는 키미마로는 미래를 지켜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가지고 고민한다. 이가 전부 금니인 타케다자키는 키미마로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미래와 돈 어느 쪽을 신용하는가.”
미다스 머니는 미래를 담보로 발행된다. 우리는 이를 일종의 선물시장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품(재화나 용역)을 두고, 그것을 얻을 수 있다는 계약을 공급자와 함으로써 돈을 미리 지불할 수 있다. 미다스 머니도 이와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미래는 무엇인가? 키미마로와의 딜에서 패배한, 같은 대학의 교수인 에바라 다이스케는 아이 둘과 태아 한 명을 잃었다. 딜의 영향이 현실로 이어진 것이다. 앙트레를 제외한 일반인들은 그 변화를 전혀 자각하지 못한다. 따라서 애초에 다이스케의 아이들은 이 세계에 없던 것이 된다. 다만 키미마로 정도만 아이들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할 따름이다.
키미마로는 근소한 패배를 당한 후에 자신의 유일한 혈육인 고모 쿄코의 맹장염으로 인한 1주일 간 입원 및 학점 따기 쉽다고 알려진 강의의 학점을 F로 받은 것이었다. 복지 사업을 하던 센노자 코우는 제3국의 아이들에게 받았던 그림 선물이 있다. 딜에서 패배 후 그 그림들은 다른 그림으로 대체됐다. 코우에게 미래란 바로 자신이 돕던 아이들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미래는 상당히 구상적인 것이기 때문에 추상화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다이스케 교수는 아이들을 잃은 후 겨우 이 정도인가싶었지만, 차츰 정말 자신이 큰 것을 잃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기분은 정말 말 그대로 미래를 잃었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오지 않은 것. 미래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가 제대로 정의내릴 수 없는 것이기에 우리가 신용하기에 어려운 면이 있다.
 
돈은 신용을 기반으로 한다. 소이치로의 아버지가 하던 일은 돈을 버는 일이 아니라 돈이 벌리는 일을 했다. 네트워크 구축. 위기가 찾아오면 쌍방이 서로 돕는다. 그렇게 견고해진 신용은 돈의 위력을 배가한다.
돈은 한 장만 있으면 돈이지만 그것이 모이면 힘이 된다. 자본은 돈이 돈을 부르는 것을 말한다. 제 스스로에게 관여한다는 점에서 돈의 메타성은 마치 암세포와 같다. 쉽게 죽일 수 있는 것이 못된다.
하지만 그런 돈도 한 순간에 종잇조각이 된다. 타케다자키는 소이치로의 자금을 빼앗아 전국에 뿌림으로써 하이퍼인플레이션을 발생시켰다. 때문에 엔화의 가치는 하락하고, 일본 금융가는 시장 폐쇄한다.
돈은 그 자체로는 무용하다. 돈은 가치 있는가? 돈은 돈을 둘러싼 세상을 이해할 때에 비로소 가치가 있다.
 
그렇다면 돈과 미래의 관계란 무엇인가? 그것이 등가교환될 만한 것들인가? ‘기업가치란 어느 한 기업의 가치를 말한다. 이는 지금 당장의 가치뿐만이 아니라 향후 10년까지의 활동까지를 상정한 것으로 그 가치를 매긴다.
우리는 지금 당장만을 살지는 않는다. 언제나 미래를 염두에 두고 활동한다. 옷을 살 때 당장 오늘만 입으려고 사지는 않는다. 보통 어느 정도의 기간에, 횟수에 사용하는지를 생각하고, 옷의 가격이 그에 합당하다면 구매한다. 경제 활동이란 반드시 미래를 상정한 채 이뤄지는 행위다.
이때 우리가 돈을 주고 사는 것은 옷과 함께 자신의 미래도 구매한다고 볼 수 있다. 소비자가 한 끼 식사를 구매한다면, 그것은 당장의 포만감과 함께 다음 끼니까지의 포만감, 즉 미래를 구매한 것이다. 만약 포만감이 부족할 듯 싶다면 상품을 더 구매하면 된다. 삼겹살 1인분으로는 금방 배가 꺼질 것 같으니 우리는 2인분을 시킨다. 따라서 돈을 두고 이뤄지는 행위는 필연적으로 현재와 미래를 함께 구매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돈과 미래는 저울의 양 끝에 걸린 것과 같다. 어느 쪽을 더 신용하는가에 따라서 소비자는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려 한다. 소비자는 어느 쪽을 더 신뢰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5. 기회비용
그래서 우리는 어느 한 쪽을 고르게 된다. 우리는 하나를 고르지만, 반대로 하나를 포기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돈과 미래를 고민하면서 반드시 우리가 포기할 것도 고민해야 한다. 우리가 집을 산다는 것은 그 돈을 저축할 것을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이치로는 작품 후반부에 들어 자신의 다크니스 카드를 사용해 윤전기를 돌리려 한다. 이 경우 주체 앙트레의 20년분의 미래를 금융가가 가져간다. 윤전기는 주체 앙트레가 희망하는 만큼의 금액을 미다스 머니로 발행한다.
기회비용은 세상 어디에서나 일어나고 있다. 누군가가 책을 읽고 있는 것은 다른 책을 읽지 않을 것을 기회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는 셈이다. 앙트레가 딜을 위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상황을 기회비용으로 지출하는 것이다.
즉 기회비용은 이 세상을 이해하는 기본 원리가 된다. 이 원리를 이해하면 마사카키가 말한 것처럼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제니퍼 사토가 도넛 가게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금융가에 의한 변화가 생기자 가게는 붕어빵 가게로 변한다.
이는 만화적 표현이고, 실제로는 가게가 바뀐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왜 도넛 가게는 문을 닫고 붕어빵 가게가 문을 열었을까? 진앙이 있으면 진원이 있다. 작품에서는 금융가에 뭔가 변화가 생겼다, 고 하부구조를 분석해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어떨까? 어째서 도넛 가게가 문을 닫았는지, 붕어빵 가게가 문을 열었는지에 대해서 분석이 가능할 것이다. 만약 그러한 변화가 어느 한 지점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 그리고 그것을 읽어낸다면 그 분석력은 사회의 움직임을 읽어내는 것이다.
이로써 금융가는 현실의 하부구조의 집약체가 된다. 현실의 하부구조를 읽어내는 것은 작품 내에서 금융가의 일을 아는 것이 된다. 제약회사 바쇼제약의 키쿠치 요시유키는 세이자와 야스시와의 딜에서 패배했다. 이로써 바쇼제약은 파산하고, 1000억 엔의 경제 손실, 1만 명의 실업자가 발생했다. 하부구조의 일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것이 왜 일어났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금융가의 일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돼버린다.
여기서 한 가지, 정보가 곧 돈이라는 사실도 알 수 있다. 많이 알수록 많이 보인다. 바쇼제약의 파산을 아는 사람이었다면 주식 매매를 서둘러서 자산을 지켰을 것이다.
 
6. 돈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돈은 언제나 미래와 저울질하게 되고, 그것은 곧 기회비용으로 이어진다. 소이치로는 입장이 바뀌면 보는 방식도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작품의 메인 스토리는 소이치로와 키미마로의 대립이다. 둘의 대립은 경제학적 관점의 대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즉 기회비용으로 어떤 것을 치를 것인가를 다투는 것이다.
소이치로는 돈으로 지탱하는 미래가 있다고 말한다. 그에게는 난치병을 앓고 있는 여동생 미쿠니 타카코가 있다. 타카코는 소이치로에게 오늘 다음엔 당연하게 내일이 올 거라 생각하지?”라고 묻는다. 소이치로에게 세상은 오늘을 유지해야만 할 대상인 셈이다.
소이치로는 작품 후반부에 윤전기를 돌려 대량의 미다스 머니를 발행시킨다. 이는 양적완화정책으로 볼 수 있다. 재밌는 사실은 작품이 나온 다음 해인 2012년도에 양적완화를 기치로 내건 아베 정권이 들어섰다는 점이다. 아베 총리는 아베노믹스라 일컬어지는 경제 정책을 추진했다. (2016년 현재, 그의 양적완화정책은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까지 갔으나, EU를 탈퇴하는 영국의 브렉시트로 인해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증폭해 안전 자산인 엔화로 투자자본이 몰렸다. 때문에 엔저 정책이 다시금 실패하게 되었다. 브렉시트는 양적완화로 벌어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키미마로의 모습, 사회적 수치들이 점점 부정적으로 변하는 것 등은 일본의 현실을 작품이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양적완화는 투자가 활발해질 것을 목적으로 한다. 시중에 통화량이 늘어나면 자연히 투자 자본도 늘어날 것이다. 아베노믹스도 투자 활동이 굳어진 것을 다시 살리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돈으로 지탱하는 미래.” 양적완화는 장기적으로 효과가 없다는 것이 경제학 정설이다. 그러나 소이치로는 오늘을 중요시 여기는 사람이다. “미래라곤 해도 결국엔 현재로부터의 지속이다.” 지금 살아야 미래가 있다. 소이치로는 오늘도 살지 못할 사람들을 생각해 움직이며, 이에 반대하는 것은 강자의 논리라고 역설한다.
지탱이라는 표현을 쓰는 지점부터 타카코는 기업으로 해석 가능하다. 타카코는 너무나 거대한 기업이다. 그러나 정부, 즉 소이치로는 이것이 죽는 것을 그냥 바라볼 수는 없다. 그렇게 된다면 바쇼제약의 파산처럼 경제적으로 너무나 커다란 손실이 발생한다. 따라서 기업을 세금으로 억지로 지탱하는 것이다. 리먼 브라더스 쇼크 때 미국이 취한 정책은 세금으로 사채를 탕감해주는 것이었다. 소이치로는 바로 그것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2016년 민주당 대권 후보 경선에 나섰던 버내 샌더스는 “Too big to die, Too big to exist”라고 말했다. 경제는 순환하는 것이다. 돈이 자꾸만 엉뚱한 곳에 고이게 된다면 그것은 경제를 망치는 길일 것이다.
키미마로는 그렇게 생각한다. “가능성을 잃은 미래가 과연 가치가 있을까? 생각해보라. 내가 지금 열심히 공부를 하는 것은 현재에 힘들어서 미래를 편하게 살기 위함이다. 그러나 공부만 한다고 집안에만 있어서 사회경험이 전혀 없다면 어떨까. 아는 것은 많지만 정작 사회에 적응하지 못할 것이다. 미래는 있지만 가치가 상당히 적어 보인다.
따라서 현재만 가치 있는 것이 아니라 미래도 같이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옷을 사는 데 지출하는 비용은 오늘 하루만 입으려고 지출하는 것이 아니다. 양적완화는 지금 당장의 경기부양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수출의 호황 대신에 수입품의 가격이 상승할 것이다. 이는 통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것이다.
양적완화는 자연히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 돈이 많아지니 통화 가치가 하락한다. 또한 금리 인하가 이뤄진다. 투자를 활발히 하려면 돈이 묶여있지 않아야 한다. 저축의 가치가 떨어지면 사람들은 저축을 하지 않고 돈을 투자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돈이 없어서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을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현실에서는 다각적인 문제들이 있다. 이에 대해 입체적인 문제 해결이 아니라 일차원적인 해결 방식은 먹히지 않을 것이다. 즉 인플레이션은 일어났는데 임금 상승은 이뤄지지 않는다. 따라서 서민들에게 고통이 생긴다.
키미마로가 말하는 미래는 바로 이런 것이다. 키미마로가 편의점 아르바이트 도중에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 장면이 있다. 이때 공원에서 놀고 있던 엄마들과 아이들이 금융가에 의한 변화로 인해 노숙자들로 변하고 만다. 양적완화의 부작용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키미마로에게 있어 소이치로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경제 정책은 언제나 길게 봐야 하며, 따라서 당장의 돈보다는 미래라는 가치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7. 설정에 대한 노고
작품의 곳곳에서는 경제 용어를 그대로 차용한 흔적들이 많이 보인다. 윤전기를 돌렸을 때 에셋들이 아파하는 것은 돈의 흐름이 정상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애셋은 개인의 자산이다. 그 자산이 시장의 움직임이 아니라 국가의 임의에 의해 가치가 변동하기 때문에 애셋은 상당히 불안정하게 된다. 따라서 가치가 하락하므로, 애셋은 아프게 된다.
Q는 작품 곳곳에서 미다스 머니를 먹는 모습을 보여준다. 본래 소이치로는 미다스 머니가 현실 세계에 유통되는 것을 막으려 했다. 비정상적인 통화 유통은 본래 좋지 못하다는 것을 소이치로 역시 잘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8. 설정에 대한 지적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C”는 경제 파탄을 의미한다. 금융가의 총자산이 0이 되어버리면 금융가는 시장폐쇄하고 해당 국가는 세계에서 사라진다. 작품에서는 카리브 해에 사실은 카리브 공화국이라는 국가가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C로 인해 국가가 사라질 필요까지는 없었다. 설정 자체에는 문제가 없으나, 키미마로와 소이치로의 대립에서 문제가 된다. 소이치로는 C를 막기 위해 자금을 모으려 하고 자신의 20년을 바쳐 윤전기를 돌리기까지 한다. 이는 말 그대로 국가가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에 대립하는 키미마로는 오히려 악역에 가깝다. 국가를 사라지게 하려는 장본인이 되기 때문이다. 키미마로는 그저 양적완화 정책에 반대하는 인물일 따름이다. 따라서 C가 국가 소멸로 이어지기 보다는 국가가 시대를 상당히 역행하여 후퇴하거나, 다른 국가에 흡수되어버리는 설정이어야 한다. 01의 차이는 1100의 차이보다 크다. 여기서 설정의 완성도가 아쉽다.
또한 작품은 1쿨의 짧은 분량을 가지고 있다. 이런저런 설정들, 또한 인터넷에서 보이는 여러 해석들을 가늠했을 때, 상당한 분량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7화를 기점으로 하여 작품은 갑자기 C에 대비하는 태세를 보여주는데, 이는 너무나 급작스럽다. 전반전 후반전이 나눠진 것만 같다.
돈과 미래에 대한 설명도 지나치게 추상적이었다. 사실상 경제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들만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돈이 무엇이고 미래 가치란 무엇인지에 대해 짐작하기 어려운 수준의 설명은 작품의 존재 의의를 흔든다.
애초에 말했듯이 작품의 숙제는 예술의 영역에 끌고 들어오기 어려운 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였다. 그러나 작품은 이 부분에 있어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없다.
그럼에도 작품은 상당한 창의성을 보이며 경제를 애니메이션으로 다룰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경제학을 차용한 설정은 박수를 받을만하다. 누가 쩐의 전쟁을 격투로 표현할 생각을 했을까. 긴 호흡으로 다시 만든다면 굉장한 명작이 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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