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메갈 사태로 인해 그동안 숨겨졌던 진보진영의 약점이 드러난 것은 어찌보면 다행일 수도 있습니다. 그들의 자만이 드러난 것도 나름 좋은 기회로 보이구요.
하지만 진보언론이나 진보지식인층 전체의 권위 약화나 전문가 집단의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진 게 참 안타깝습니다.
어느 분야든 전문가는 필요합니다. 직업적으로 그 분야를 파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평범한 대중은 생업에 종사하느라 틈틈이 사회현상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놓치는 것이 많을 수밖에 없고, 현상을 장기적 관점으로 통찰하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는 물론 대중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게 옳지만 때로는 그 대중이 헛발을 짚을 수 있습니다. 그걸 적절하게 움직여 주는게 정치인들이고 그걸 뒷받침 하는게 직업 지식인들의 역할일 겁니다.
물론 전문가들도 사람이니 실수하기 마련이고, 각종 알력다툼으로 헛짓도 하겠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전문가들이 일반 대중보다 좀 더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식수준이나 접하는 정보가 더 많으니까요.
이번 메갈사태의 경우에는 여성문제가 진보진영의 '역린'이기도 했고 커뮤니티에 대해 잘 모르는 몇몇 '여성학자'들이 왜곡을 하면서 그들이 쌓아온 명성과 역량을 이용하여 뻘짓을 했기 때문에 크게 실수한 몇 안되는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그로 인해 신뢰도가 와장창 무너진 것은 어쩔 수가 없겠죠.
그들이 실수한 건.. 메알못이면서 아는척을 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들이 메알못이라고 정치에 대해서도 모르는 건 아니라는 거죠. 정치나 사회문제 전반에 대해서는 우리보다 잘 알고 한국 사회 전반의 역사에 대해서도 잘 아는건 변함없는 사실이지 않을까요??
물론 그렇다고 언론매체나 전문가들의 주장을 다 받아들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늘 비판적 사고는 필요하죠.
다만 그런 사람들이 작금의 현실에 대해 비판하는 것에 대해서 '메갈사태'에 대한 선입견을 적용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소위 진보학자들 다수는 정치 안해도 잘먹고 잘 삽니다. 정계에 뛰어들고 싶어서 변절한 사람들처럼 변절할 수 있었고 충분히 이런저런 유혹이 있었음에도 남들과 다른 길을 걸어 온 사람들이 많습니다.
선입견을 가지고 정치적으로 사회를 보기 시작하면 스스로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정치인이 아니니까요. 참여의식도 좋지만 어떤 방향이 정말 자신에게 도움이 될지를 먼저 생각하는 게 어떨까요. 그리고 우리보다 직접적으로 밥줄이 걸려있는 사람들이 난리를 치면 왜 저런 이야길 하는지 들여다 볼 필요도 있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