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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당대회는 매우 의미 깊었지만 좀 못마땅한 점도 없잖아 있었습니다.
게시물ID : sisa_75680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김아르
추천 : 33
조회수 : 1066회
댓글수 : 16개
등록시간 : 2016/08/27 23:20:48
훈훈한 분위기에 프로 불편러가 되는 것 같지만...

오늘 투표현장은 참... 힘들었던거 같아요.

투표를 하고 나니 진이 빠져서 개표고 뭐고 돌아왔습니다. 그대로 뻗어있다가 이제 일어나서 밥좀 먹고 결과를 봤네요.

저는 장애인입니다. 

처음 전국 대의원 권유가 왔을때 제 체력적인 문제 때문에 많이 고민했었습니다.

하지만 대구라는 야당 불모지임에도 지지하는것을 알고 잘할거다라고 믿어주신 부모님들도 있고 저도 뭔가 하고 싶은 마음에 수락을 했습니다. 

제 몸상태가 이렇기에 더 서글펐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투표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우선 투표당시... 선관위원장분께서 장애인과 제주에서 오신분들은 1투표소로 오라 라고 하셨지만 오늘 현장 참가 하신분들은 아시겠지만 인산인해로 인해서 어디로 가야 1투표소로 가야할지... 지금 줄서있는 곳으로 가면 사람들이 많아서 여길 헤치고 가야한단건지 판단이 서질 않더군요. 초행길인 사람으로서 이 건물 구조는 참 복잡했습니다..ㅠㅠ 어찌 돌아돌아 아래로 내려가 길게 줄선것을 보고 아 그냥 장애인이고 뭐고 걍 여기서 기다려야겠다 하던중에 스테프분을 발견하고 물어보았습니다. 1투표소는 어떻게 가는거냐고.. 그분이 따라오라고 하시길래 따라가니 뒷문으로 들여보내주시더군요. 뒷문은 이미 안전요원분들이 투표소 입구를 찾으러 돌아다니던 분들을 막고계셨습니다. 

선관위원장분께선 장애인들과 제주에서 오신분들은 1투표소 라고 하셨지만... 사전에 그것에 대해선 어떤 준비도 없었던 듯 절 데리고 간 스테프는 그제야 장애인분들은 이쪽으로 보내겠다 라고 협의를 하더군요;;

어찌어찌 투표하는 곳에 들어간것은 좋은데...이번엔 줄이 문제였습니다. 저기 장애인 지정석이라는 펫말이 보이긴 했지만 그쪽의 상황은 줄이라고 하기도 미묘하고 사람들이 뭉쳐서 어떻게든 밀고 들어가는 모양새더군요. 설마 저게 줄은 아닐거라고 생각하고 다시 스테프를 찾아서 1투표소는 어디에 줄을 서야 하는지를 물었는데 그 스테프는 어떤언질도 못받은건지 나가셔서 2층으로 들어오시라고 하더군요... 난 밖에서 다른 스테프가 1투표소 물어보니 이리 직접 들여보내줘서 온거다. 복지카드 소지자이고 다른 1투표소 줄만 알고 싶다 라고 함에도 불구하고 저에게 등돌리면서 이리 들어오시면 안된다 2층으로 오시라 라고 하시더군요... 순간 정말 기분이 상해서 투표고 뭐고 멱살잡이라도 하고 싶었습니다. 장애인 편의를 위해서 줄을 만들었다면서 정작 그 줄을 서기위해서 그 인파를 해치고 오라 라는 소리로 들렸거든요..

도저히 그 스테프에게 말을 걸기도 싫고 표정을 보아하니 이미 규정을 어기고 뒷문으로 어거지로 들어온 진상을 보는 표정(기분탓인 이유도 있겠지만 그 스테프분의 말투와 표정은 어떻게 해석해도 널 상대하기 싫다 였습니다)이기에 어째야 하나 주변을 서성이다가 그 스테프가 아닌 그 스테프에게 지시를 내리는 것 같은 다른 스테프를 불러서 물었습니다. 그 스태프도 처음엔 이리로 오시면 안된다고 하다가 제가 다른 스테프가 장애인이라고 하니까 이리 보내줬다 여기가 입구가 아니면 대체 어디로 가야하는거냐 라고 말하니 그제야 아 그럼 저쪽에 줄서시면 되요 라고 하더군요. 그쪽은 제가 들어오자마자 본 줄처럼 생겨먹지 않은 인파무리였습니다. 

몇번이나 확인했네요. 저기요? 저기서 줄서는거 맞아요? 라면서 그렇게 확답을 받고 가니 막막하더군요. 어디가 줄이고 어디가 아닌지도 구분이 가질 않아 옆에 계신 모르는 분께 물어보았습니다. 여기가 1투표소 줄인가요? 라고 그분께선 그렇다고 하시고 제주도냐 장애인이냐 물어보시더군요. 장애인이요 라고 하니 그럼 저기 장애인 지정석 표지판 쪽에 서면 되요. 라고 하여서 그쪽을 보니... 줄인건지 인파인건지 알수 없는 상태이더군요. 다시 알려주신 분께 줄 같아보이지 않는데요... 라고 하니 파고 들어가야 되요. 라고 하시더군요. 그 순간 어이가 잠시 가출했습니다. 저야 겉으로 티나지 않는 장애라 제 심장에 이상이 없는 한 어찌어찌 파고 들어간다 쳐도 다리가 불편하신 분들은 어쩌라는 건지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더군요. 

어쨌거나 중간 즈음에서 자리를 잡으니 뒤로 사람들이 다시 몰려오게 되어 중간에 같혀서 서서히 앞으로 이동 하는 형국이 되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어찌어찌 6줄 정도로 나뉜것 같아 줄서는 공간이 협소해서 그렇지 신분증 검사 같은걸 6군데서 나눠해서 이렇게 세웠나보다 했는데.... 그 줄이 어느정도 가더니 4줄이 되더군요. 그때까지도 설마 했습니다. 그런데 투표소 바로 앞에서 그 줄은 다시 한줄로 어거지로 만들어지고 있더군요;; 이 무슨 고속도로 공사중 정체도 아니고......1줄로 만들어지는 와중에도 서로 먼저 서겠다고 몸싸움 아닌 몸싸움이 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정작 휠체어에 타고 계시거나 목발을 하신 장애인 분들은 그 인파에 끼지도 못하고 옆에서 보고만 계시더군요.

제가 1투표소를 물을때 주변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인과 대화를 나누거나 투표인파를 구경하는 스테프가 적어도 3명은 있었습니다. 그분들을 욕하려는건 아닙니다만 장애인이나 멀리오신분들 편의를 봐주려면 적어도 스테프를 여럿 투입하여 초반 줄관리부터 해주어야 하는게 아닌지..스테프를 좀 투입하여 초반부터 2줄 아니면 1줄로 길게 관리 했더라면 몸이 불편한 사람도 원할하게 투표를 할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전자투표를 하여 투표가 빨리 이뤄지니 기다렸다 하면 되지 않냐고 하시겠지만... 줄을 설 상황이 안되서줄이 줄어들길 기다리는 것과 직접 줄을 서서 기다리는건 전혀다릅니다. 

어찌어찌 사람들 틈에 끼어서 이리 밀쳐지고 저리 밀쳐지다가 투표를 겨우 하고 오니 너무 지쳐서 그 이후 과정이고 뭐고 지금당장 숙소로 돌아가지 않으면 엠블런스행이 될것이 뻔하여 바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과정에서 공원에서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들을 보자니 그냥 ARS투표하고 우리 딸기랑 동네 공원이나 갈걸 내가 왜 여기까지 온거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서러웠습니다. 좀 꼬인 생각이긴 하지만 편의봐준다고 생색은 내고 사실은 방치같은 느낌에 내가 왜 거기 혹해서 좀 편해지겠거니 하고 헤멘건지 나 자신이 바보같은 생각도 들고 힘들고 지치고 피곤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돌아왔습니다.

돌아와서 지친 상태로 뻗었다 일어나니 지지하던 후보들이 당선되었네요. 참 기쁜 일이고 고무적인 일이고 전당대회 분위기나 참여함에 보람은 있지만 투표줄을 계속 이렇게 관리한다면 투표에 참여하고 싶진 않아요. 

모쪼록 다음엔 좀 더 편안하게 투표하는 상황이 마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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