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고 횡설수설 하는 것 같기도 했지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서
인생 처음으로 낯선남자에게 내 연락처를 건네줬다.
이 새벽까지 잠도 못들게 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건
낯선남자로부터 갑작스레 건네받은 인사로 인한 놀라움과 설레임도
얼떨결에 연락처를 주고받은 이 남자와 잘될 수 있을까와 같은 것도 아니다.
세줄짜리 인삿말이 담긴 말풍선 하나씩을 주고받고 끝난 오늘이지만
내일 아침이 되어도 혹여나 이 사람이 나에 대한 호기심이 여전하다면
이 사람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하나씩 물어올텐데
나는 나를 뭐라 설명해야할까.
아무래도 나란 인간을 한마디로 정의내리기는 힘들것 같고
장황하게 늘어놓을 이야기라도 생각해놔야 할 것 같은데
나는 나를 뭐라 설명해야할지 도무지 모르겠다.
성은 뭔씨에 이름은 어떻고.
나이는 이만큼 먹었고 대학은 졸업했고.
백수는 아니지만 백수생활중이고.
하려던 일은 저런거고 하지만 지금은 이런거고.
이런 설명들이면 되려나.
쉽게 생각해 자기소개한다고 생각하면 술술 나오겠지만
나에 대해서 밝혀 말하는 그 자체가 어렵다.
지금의 내 모습이 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자의에 의해 그려진 모습이 아니라
타의에 의해 만들어져 가는 모습이라.
차라리 한 5년전의 나는
하고싶은 일도 있었고 꿈도 있었고
목표도 있었도 그 모든 것들을 위해 앞만보며 달려나가는
희망적인 사람이기라도 했지.
지금의 나는,
남에게 잡힌 발목으로 쓰러져 걷지도 뛰지도 못하니
앞으론 가야겠으니 기어는 가는데
희망보단 원망으로 가득찬 마음으로 기어가고있는 꼴.
더욱 꽁꽁 숨어있고만 싶고
내가 쳐놓은 울타리밖으로 나가기 싫고
편하게 웃고 장난치고 유치하게 구는 내 모습들은
내 가족들한테나 보여주고 싶은데.
내 아픈 모습들은
심지어 가족들한테도 보여주기 싫은데.
내가 처해진 힘든 상황과 심경까지 담담하게 말하는건 죽어도 싫은데
마치 통과의례마냥 그걸 말하지않으면
지금의 나를 진실되게 설명해낼 재간이 없다.
그래서 결국 나는
나를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낯선사람과 번호를 주고받았다는 당황스러움같은건
이성간의 만남을 앞둔 사람이 가지는 설레임같은건
딱 한 시간이였다.
글을 쓰고보니 그 한 시간이
딱한 시간이였겠다 싶은게
지금 나는 참 많이 망가져 있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