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반의 준비를 마친 기태가 경찰서로 오라고 연락이 왔다.
소정은 화가났는지 시영이 나가는데도 돌아보지 않고 머리를 무릎에 묻고 있었다.
그런 소정의 모습에 마음이 무거웠지만 어쩔수 없었다.
경찰서에 도착하자,
기태는 여전히 마음을 놓지 못하고 내 마음이 바뀌지 않았는지를 확인했다.
기태에게 내가 도움을 요청하기 전에는 절대 나서지 말라는 부탁을하고
간단히 도청창치를 하고 여러가지 주위 사항을 들은뒤 효주에게 전화를 넣었다.
기계처럼 감정이라고는 없는 밋밋하고 사무적인 효주가 전화를 받았다.
유명한 호텔 라운지에서 만나기로 하고 경찰서를 나섰다.
예상외로 효주가 먼저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시영 : 오래 기다리셨습니까?
효주 : 아뇨 저도 방금 왔어요...
시영 : ..............
효주 : 궁굼 하시죠? 제가 왜 만나자고 했는지....
시영 : 별 신경 안쓰고 왔습니다만... 궁굼하긴 하네요.
효주 : 그날 경찰도 아닌분들이 두 분이나 계시길래. 심리학이나... 정신과 계통에서
오신줄 알았어요.. 그런데.. 알아보니 제 호기심을 자극하시는 분이더군요.
시영 : 그랬습니까 ? 하긴.. 일반인들은 잘 모르죠 있다는 존재조차.
효주 : 사이코 메트러라..... ! 그래서 저에대해 뭘좀 보셨나요?
시영 : 아니요. 유감스럽게도 아무것도 못 보았습니다.
효주 : 아... 정말 유감이네요.
그때 웨이터가 주문을 받으려고 왔고. 효주와 시영은 간단한 음료수를 시켰다.
음료가 도착하자. 그녀는 새빨간 입술로 스트로를 핱듯 깔짝거렸다.
내가 음료수를 먹지않고 손으로 잔을 만지작 거리자. 효주가 그르릉 소리를 내며 웃었다.
효주 : 왜요? 저와있을 때는 아무것도 먹지 말라던가요?
시영 : 네 맞아요. 왜 그런지도 아시겠지요?
효주 : 실망인데요 벌써부터 유도 심문이라니... 여기까지 나오신 용기는 가상한데
대화는 지루해 지겠네요.
시영 : 그럼 뭘 원하고 만나자 하셨나요..? 서로가 숨기고 유도심문이나하고..
그것 밖에 더 할수 있나요 ? 어차피 효주씨도 솔직하지못하신건 마찬가지일텐데.....
저 또한 지루하겠지요 ,
효주 : 큭 !....... 시영씨.... 잼있네요.
시영 : 전 전혀 잼있지를 못해요. 만약에 효주씨가 살인범이라면 제가 목숨을 잃겠지요
전 제 목숨을 걸만큼 효주씨와의 만남에 별 가치가 없어요.
한 마디로 공정하지 못한거지요.
자, 이제 서로 시간 낭비 하지말고 일어서지요,
효주 : 기다려요.... 흠....... 그럼 어떻해야 공정하게 되는건가요?
효주가 깔보는듯한 느린음성으로 낮게 읍조렸다.
기태가 절대 도발하지말라는 약속을 이미 시영은 어기고 있었다.
도발없인 효주가 미끼를 물리가 없으니까...... !
효주를 법앞에 세울수있는 길은 그녀의 자백 뿐이였다.
효주의 눈을 들여다 보았다. 이미 먹이를 확보한 야수가 먹이를 희롱하는듯한 눈빛이었다.
넌 이미 내 손에 죽었어 !!! 라고 말하는듯했다.
시영 : 게임.... 게임 이라고 해두지요. 당신에게 제일 중요한것을 걸어요
나 또한 내 가장 중요한것을 걸지요.
맨 나중에 이긴자가 갖기로 하는거 어때요?
효주 : 그럼 당신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건 뭔가요?
시영 : 당신이 가장 탐내는거... 그걸 빼앗을려고 나를 만나자고 했던거...
내 목숨.
효주가 까르르 웃었다. 재미있어 미치겠다는 표정이었다.
효주 : 그럼 나 한테도 내 목숨을 달라는 건가요?
시영 : 아뇨. 나한테는 당신의 목숨따위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요.
효주 : 호 ~ 그럼 시영씨는 무엇이 필요하신데요?
시영 : 당신이 여지껏 죽여왔던 사람들의 살해 방법, 그리고 그 이유,
효주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도 아랑곳않고 깔깔 거리며 웃었다.
새빨간 메니큐어를 칠한 손톱으로 탁자를 톡.톡 두드리며 곰곰히 생각하는 눈치였다.
효주 : 좋아요. 그럼 우선은 그 눈과 귀를 치우시죠.
그 다음에 자세한 게임의 룰을 말해봅시다.
시영은 지체하지않고 도청기를 빼놓고 자리도 사복 경찰관하고 멀리 떨어진곳에 잡았다.
시영 : 자 이제 다른사람의 눈과 귀에서 자유롭습니다.
당신의 게임룰을 말씀 하시죠.
효주 : 그전에. 지금 내가 당신을 죽이면 어떻게 되는거죠?
시영 : 아마 안 그럴겁니다. 지금 듣고 있지는 않지만 경찰들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데.
당신이 그렇게 무모한 짓을 할리가없지요.
또 하나 더 중요한 이유는 당신은 이미 게임에 빠져들었기 때문입니다.
효주 : ㅋㅋㅋ 맞아요 게임에 빠져들었죠. 하지만 게임은 제가 이길수밖에 없을거예요.
저를 즐겁게 해주시니 상으로 당신이 살수있는 가능성이 있는 룰을 말씀 드리죠.
제가 살해방법과 이유등을 말할때. 당신은 녹음 하실수있어요
저는 두개의 작은병을 가지고있어요 병 하나는 물이 들어있고. 나머지 하나는 독약이 들어있지요.
제 살인 얘기가 모두 끝나고 녹음도 끝났을때 당신과 나, 하나씩 골라마시는거예요.
당신이 살아남으면 녹음기를 경찰에 넘기셔도 됩니다. 대신 저는 죽겠죠?
하지만 당신이 독약을 마셨다면 녹음기는 살아남은 제가 처리하죠.
자살 유도죄에 걸리겠지만, 제 능력으로 그런건 얼마든지 집행유예로 나올수있으니까.
시영 : 내가 만약 아무것도 못 마신다고 한다면 ??
효주 : 그렇게 비열한 인간이라면 이곳에서 목숨건 게임조차 하지 않았을 테죠.
경찰 나부랑이도 아니면서...... !
또한 마시지 않는것도 게임에서 지는것이니 당신이 마시지 않고 가버리면
언제든 목숨을 회수하러 제가 찾아가지요 , ㅋㅋㅋㅋㅋㅋ
시영 : ...................
효주 : 풋 !! 내키지 않으면 지금이라도 그만하자고 하시죠.
시영 : ........... 좋아요 하겠습니다. 녹음기를 가져오죠.
시영은 입구쪽에 안절부절 못하고 서있는 기태에게 다가갔다.
기태 : 제 정신이야? 도청을 빼버리면 어떻해? 당장 철수하자고.
시영 : 기다려봐. 우선 녹음기가 필요해. 그녀의 자백을 받아내겠어.
기태 : 무슨수로 ......? 도데체 둘이서 무슨 얘기를 나눈건데.
정신 나간짓하는거 아냐?
시영 : 아냐. 나 한테 생각이 있어
내가 그녀와 얘기 중에 오른손을 쳐들면 지체없이 내게로 와서 그녀를 제압해야해.
늦으면 안돼 알았지? 어서 녹음기 줘.
기태 : 진짜 어리섞은 행동 하면 안돼. 이상하다 싶으면 손을 들라고 알았지?
기태는 두번 세번 내 확답을 듣고서야 녹음기를 건네주었다.
시영 : 자... 이제 시작해봅시다.
시영은 녹음기의 플레이 버튼을 눌렀고,
효주는 비릿한 웃음을 머금으며 물이 담긴 작은병 두개를 꺼내어 테이블 위에 놓았다.
효주 : 자 어디부터 얘기 할까요...? 막상 들어보면 별 내용도 없을 텐데...?
시영 : 몆명이나 죽였나요?
효주 : 뉴욕에서 세명... 더 하고 싶었는데 내가 동양계라 눈에 너무 띄어서
한국으로 들어왔지요.. 아... 한국에서는 4명.
시영 : ... 휴..... 이유는?
효주 : 이유라...... 이유. 없어요 이유. 그냥 이것들이 나를 슬슬 피하는거 같아서...
이유가 없네요 ㅋㅋㅋㅋㅋㅋ
시영 : !!!!!!!!! 휴.... 사용한 독극물이 뭐였나요?
효주 : 아.... 이건 알려주기 아깝네요. 이것 때문에 편히 죽일수있었으니까...
흠, 약속은 약속이니까.. 말해 드리죠.ㅋㅋㅋ
이년전에 아마존 관광을 갔는데. 거기서 얻은 나무 수액이예요.
극소량 사용을 하면 확각상태에 빠지지만 양을 넘기면 정신은 또렸해도
온몸에 마비가 오다가 나중엔 심장이 멈추죠.
그곳 원주민은 적들을 고문할때도 사용했다 더군요.
혹시나해서 조금가져와 고릴라 같이 생긴 놈술잔에 탔더니.
약 15분간 그냥 앉아있는것처럼 가만히 있다가 고목처럼 쓰러지더군요.
부검해도 안나오고... 무취 무색이고... 맛은 달고.....
이것보다 좋은게 어디있겠어요? ㅎㅎㅎㅎ
아쉽게도 조금밖에 남지 않았지만. ㅋㅋㅋㅋ
시영 : 지금 여기에 있는 병에 그것이 들어있나요?
효주 : 빙 ~ 고 !!!!!!!
시영 : ...................
효주 : 자 .... 재미없는 내 얘기는 이쯤에서 그만하고 당신차례예요.
골라봐요 확률은 50대50 짜릿하지요? ㅋㅋㅋㅋ
시영 : 내가 만약 독약을 선택해서 마시게되면 당신은 마실 필요가 없겠지요?
효주 : 그렇겠죠 물이야 마시나 마나 일테니까. ㅋㅋㅋㅋ
시영 : 당신은 알고있겠네요 어떤게 독약이고 어떤게 물인지....
효주 : 물론 알고있지요 ㅋㅋㅋㅋㅋㅋㅋ
시영 : 당신이 나에게 선물을 줬듯이 나도 당신에게 선물을 드릴께요.
당신이 먼저 물을 골라 마시세요.
효주 : ... ??????? !!!!!!!! 뭐...라....고 ?
시영 : 마실수 없겠지. 당신이 게임에서 졌어 !!!!!!!!!!!!!!!!!
시영은 오른손을 치켜들며 왼손은 재빨리 녹음기를 낚아챘다.
기태와 경찰들이 그녀를 제압했고 그녀는 끌려가고는 있었지만 얼굴엔 표정이 없었다.
기태는 효주를 경찰차에 태워 보내고 어떻게 된거냐고 물었다.
시영은 그간의 일을 설명해 주었다.
기태 : 헐~~ 너 도데체 왜 그래? 죽지못해서 환장이라도 한거야? 내가 죽여주리???
그녀가 물을 골라마셨으면 어쩔 뻔했어????
시영 : 그녀는 마시지 못해. 둘다 독이 들어있었으니까.
기태 : 응?????
시영 : 그녀는 전형적인 사이코 패스야. 감정이 없어. 무조건 죽이는걸 원해.
나를 만나자고 한것도 일종의 호기심과 자신에 대해 얼마나 알고있는지
알아보려 만나자고 한거야. 내가 만나주지 않았어도
어떻하든 나를 죽였을꺼야 귀걸이도 내게 있는 상태였으니 자신의 행동이 들어날
수있는데
자신을 훔쳐볼지모를 께름직한 인간을 살려두지 못할테니까.
그런 그녀가 물이 든 병을 준비했겠어? 게임 같은건 염두에 없었을 텐데..
날 가지고 논거지..... 하나는 물이 들어있다고..... 내가 하나를 고르며 두려움에 떨고있는 모습을
즐기려 했던거야. 작은 희망을 던져놓고. 후후후...
그래서 허를 찔렀지. 먼저 물을 골라서 마시라고 말이야.
기태 : 햐 ~ 독종이구만 둘다.
그런데 만약 그녀가 그런제안을 안했거나 했다면 어쩔뻔했어?
시영 : 그건 나도 몰라 주어지는 상황대로 판단했겠지. ㅋㅋㅋㅋ
기태 : 미...친....0.... 넌 미친0이야. (필터링에 자꾸 걸리네요)
시영은 기태에게 윙크를 해 보이고는 석양속으로 휘적 휘적 걸어갔다.
들어가는길에, 삐친 소정에게 화사한 꽃 다발이라도 안겨 줘야겠다고 시영은 생각했다........
에구... 에구.... 힘들엉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