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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떠난 사람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요.
게시물ID : gomin_125310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YmJjY
추천 : 0
조회수 : 38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11/07 20:07:44
저는 타지에서 공부중인 학생입니다. 


방금 너무 현실적인 꿈을 꾸고 울음이 나서 제 얘기를 좀 해보려고 해요. 슬픔은 나누면 반이라 잖아요?ㅎㅎ



저의 할머니께서는 제가 군 복무중에 돌아가셨어요. 성격이 워낙 옳곧으신 대다가 고집도 강하셔서 가족들과의 마찰이 많으셨던 분이죠.

아프시기 전까지 거의 모든 가족과 반목하다 시피 생활하셨는데 유독 저만 좋아하셨어요. 물론 저도 할머니를 좋아했죠.

제가 유일한 손주라 그랬을 수도 있지만, 저는 싸우는게 너무 싫어서 할머니의 사랑방식을 이해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매일같이 가족간의 오해를 푸려고 할머니와 자기전에 2~3시간 얘기도 하고, 모든가족이 너무 힘들어 하는것이 안타까워서 서로 이해시키려고 정말 많이 노력했어요. 

하지만 할머니에게 가족을 이해시키기란 여간 어려운게 아니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할머니가 집 계단에서 넘어지셨습니다. 다리뼈가 부러져서 병원에 입원을 하셨는데, 설상가상 몸이 약해져서 다른 병들도 같이 오게된거에요. 그래서 할머니를 요양원에 모셨습니다. 

할머니가 요양원에 계실때, 일주일에 두번은 반드시 뵈러갔죠, 부모님도 그렇게 하자고 하시더라구요. 이때부터는 할머니와 가족들간의 사이가 조금 나아졌었어요. 

세상을 혼자 살아가시던 할머니께서 몸이 약해지시니 새삼 가족의 중요함을 느낀다고 말씀 하셨었죠.

그렇게 한 4개월정도 할머니께서 요양원에 계셨을때, 입대를 하게되었습니다.

그리고 첫 외박을 나왔을때, 군대는 철원에 있었지만 몰래 서울로 점프 했습니다. 집에 도착한 뒤 저는 요양원에 들리겠다고 했는데, 이상하게 어머니께서 다음에 휴가나올때 들리는게 어떻겠냐고 하시더라구요. 저는 무슨일 있느냐고 물었지만, 어머니 표정이 너무 좋지 않아서 그냥 알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첫 휴가때 어머니에게 오늘은 요양원에 갈거라고 말씀드렸을 때 어머니께서 슬픈눈으로 말씀하시더라구요.

'할머니께서 지금 치매가 오셨어. 너를 잘 못알아 볼지도 몰라, 엄마는 다른 사람으로 알고계시고 니 아버지도 가끔 헷갈려 하신다.'

가슴이 철렁 했습니다. 평생을 건강식만 먹고 과식하지 않으시고 운동도 좋아하신 할머니가 치매라니.. 병원가면 의사들이 피가 너무 깨끗하다고 어떻게 관리한거냐며 묻는다고 자랑하시던 분인데.. 건강하나는 자신있으셨던 분인데.. 그런분이 치매에 걸리셨다니..

요양원으로 가는 발걸음 하나하나가 무거웠습니다.  '나를 기억못하시면 어쩌지? 나 군복입었다고 무서워 하시는거 아닐까?' 손자 당당한 군인이라고 어깨에 힘좀 주시라고 군복을 입고간겄도 후회가 되려고 했습니다.

어느새 요양원 문 앞. 미어지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할머니가 계신곳으로 갔습니다. 

못보던 사이에 정말 말라지셨더라구요. 몸에 뼈만 남아 있는것 처럼.. 

"할머니 저 왔어요! 오랜만이다 그치?"
일부러 환하게 웃으면서 아무렇지 않은척 말을 건넸습니다.

그러자,
"오! 우리 ㅇㅇ(제 이름)왔구나! 내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아니? 먹고 싶은건 없어? 우리 아이스크림 먹을까?"

거짓말처럼, 저를 너무나도 환영해주셨던 겁니다. 평소와 다를것 없이..

바보같이, 치매가 심하지 않으신 줄로만 착각했습니다. 어머니가 너무 걱정을 하셔서 그렇구나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렇게 할머니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아이스크림도 같이 나눠먹고서는 다음 휴가때 또 오겠다며 말씀드리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어머니에게 할머니께서 나 잘 기억하신다고 말씀드리자 어머니는 매우 놀라시며 저에대한 기억을 잊지 않으시려고 노력하시나보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곤 몇일 뒤 복귀를 했죠. 복귀 후 이등병에서 일병을 딱 달았을 무렵, 행보관이 제가 있는 사무실로 들어와서는 저를 찾았습니다.

"여기 ㅇㅇ이가누구야, ㅇㅇ이 할머니 돌아가셨다는데? ㅇㅇ이 어딨어?"

키보드를 두드리던 저는 멈칫, 잘못들은 줄 알았습니다. 

"제가 ㅇㅇ입니다."

"어, 너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전화가 왔거든? 빨리 나갈 준비 해라."

짐을싸고 동기에게 장구류 창고에 옮기는것도 맡기고 부랴부랴 준비해서 행보관의 차를 타고 버스터미널까지 이동한뒤, 버스에 탑승 했을때부터 상황이 인지되고 가슴이 미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버스에서 한참을 울었네요.

장례식장에서 한참을 울고. 발인식날 할머니의 시신이 관에 들어가 묘지에 묻히고 흙으로 덮기전, 저는 할머니의 임종도 지켜드리지 못했고, 뼈밖에없는 그 손을 쓰다듬어드리지도 못했다는게 너무 죄책감이들어서,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잠시만, 잠시만이면 된다고. 
고맙게도 일을 진행하던 분들이 잠시 멈춰주었습니다.

저는 깊게 파져있는 구렁에 들어가 옆에 뉘인 관을 쓰다듬었습니다

"죄송해요.. 미안해요.. 사랑해요 할머니.."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잠시후에, 업자분들이 시간이 없다며 양해를 구하시더라구요. 

다시 구렁을 기어 나와 관이 묻히는걸 지켜보았습니다. 그렇게 할머니를 떠나보냈습니다. 



그리고 방금 전 꿈을 꾸었는데, 

꿈속에서 저를 돌봐주시는 분이 제방에 들어오시더니, 할아버지(그분의 아버지, 편의상 이렇게 부르시더라구요)가 돌아가셨다는 거에요.

오늘까지만 해도 병원에서 퇴원하시고 건강 회복하셨다고 들어서 적지 않은 충격이었죠.

"한국에 돌아가 보셔야 하는거 아니에요?"
제가 물어보자,

"글쎄, 가야겠지."
말씀하시는데 너무 슬픈 눈을 하시고 계서서 위로해드릴 말을 찾다가, 저도 제 할머니가 생각나서 눈물이 핑 돌더군요.

잠시동안의 침묵. 서로 감정이 북받쳐 올라오더군요.

"아무리 크게 외치고 불러봐도, 사랑한다고, 보고싶다고 아무리 소리쳐도 그 사람에게 닿지 않아요. 떠나간 사람은 돌아오지 않아요."

위로의 말을 해야하는데, 제가 후회하고 있는 일만 떠올라서 이런말을 했습니다. 
이런 말을 하면서 꿈속에서 정말 숨이 잘 안쉬어질 정도로 울면서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눈을 떴습니다. 감정이 수그러들지 않더군요. 

그래서 이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긴 글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다 일어나자 마자 쓴거라 두서없고 읽기 불편하실까 걱정이 되네요. 



오늘따라 할머니가 더 보고싶네요.

가족들에게 사랑한다고 전화해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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