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승맞게도 우산도 없이 비를 맞는다.
벚꽃 덩그러니 핀 나무 아래에 비와 벚꽃이 어우러져
머리에 어깨에 내려 앉아버린다.
쇠한 냄새가 진동하는데도 주저앉지도 못하고는
벚꽃나무에 기대어 고개만 숙이고 있다.
명치 속 가득히 찌르는 쇠한 고통에
역류하는 속앓이가 지나치게도 나를 힘들게한다.
어디 털어놓을 곳도 없어 이리도 방정이니
벚꽃을 즐긴 인파는 어디로.
지는 벚꽃 놀이에 홀로 나무 아래에
쇠한 냄새를 풍기며 서있다.
일년은 다시 오리라 싶어 추억으로
다시 그 길을 걷는 날에
쇠한 냄새의 역류하는 속앓이는
나만의 흑역사가 되어 웃음으로 날리고
벚꽃과 함께 흥에 취해 봄날이라 여길테다.
-봄 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