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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투더코아의 詐欺 列傳]20.맹상군열전(孟嘗君列傳)
게시물ID : history_1253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투더코아
추천 : 11
조회수 : 74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11/12 19:44:18
투더코아의 詐欺 列傳.
http://www.podbbang.com/ch/6526
*맹상군열전(孟嘗君列傳)
 
천하가 어지러울때는 인물이 나게 마련인가보다.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고 하던가?
어지러운 시기에 나라를 구하고 자신의 이름을 남긴 전국시대의 대스타 맹상군의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천하의 선비와 인재들을 손님으로 맞아들여 수천의 빈객을 거느리고 세상을 횡행하던 제나라의 맹상군은
일기일예 에 뛰어난 선비들과 접촉하기를 좋아했다.
그래서 세상의 인재가 설땅으로 모여들었다.
이것은 산중에 범이 있으니 다른 짐승들이 두려워 사라지고
물속에 용이 있으니 다른 괴어가 사라진것과 같았다.
침식을 함께하는 손님만 3000명 이었으며 천하가 그를 두려워하고 존경하여 마지 않았다.
맹상군은 제나라를 위하여 초.위의 침략을 막았다.
또한 진나라의 모략을 신출귀몰하는 재주로 빠져나왔으니
이에 맹상군열전에 대하여 이야기 해보려 한다.,
 
*구도계명(狗盜鷄鳴)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맹상군. 성은 전(田)이고 이름은 문(文)이다.
전문의 아버지는 정곽군 전영 이라 했다.
전영은 제나라 위왕의 작은아들이고 제나라선왕의 배다른 동생이다.
전영은 제위왕때부터 요직에 임명되어 나랏일을 돌보았다.
성후 추기와 전기 등과함께 위나라를 치기도 했다.
제선왕 9년에 전영이 제나라의 재상이 되었다.
전영이 재상이 된지 11년만에 제선왕이 죽고 민왕이 즉위해서 3년만에 전영을 설땅에 봉했다.
전영에게는 아들이 40여명이나 있었다.
그중에 전문은 전영의 천첩이 낳은 아들이었다.
전문은 5월5일에 태어났다.
전영은 이맛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5월5일에 난 아이는 불길하다하니 볼것없이 내다 버려라"
그러나 전영의 천첩은 아이를 차마 버릴수 없어서 몰래 숨겨서 키웠다.
아이가 다섯살이 되었을때 전영에게 아이를 데려가 보였다.
전영은 화가나서 천첩에게 소리쳤다.
"내가 아이를 내다 버리라고 했는데 어찌해서 아이를 키웠느냐?"
천첩은 아무말도 못하고 고개를 숙인채 울기만 했다.
그때 다섯살난 아이가 아버지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아버지께서는 어째서 5월5일에 낳은 저를 내다버리라고 하셨습니까?"
"이놈아 아버지라 부르지도 말아라. 5월5일에 낳은 아이는 키가 지게문만큼 컸을때 그 부모를 해친다는 말이 있는것을 너는 모르느냐?"
"그럴리가 있습니까?
그럼 하나 여쭙겠습니다. 사람이 세상에 날때 운명은 하늘로부터 받는것입니까
아니면 지게문으로부터 받는것입니까?"
"................"
"사람이 운명을 하늘에서 받고 난다면 아버님은 아무걱정 할것이 없습니다.
만약 지게문으로부터 받고 태어난다면 그깟 지게문은 제 키가 닿지 않도록 높이면 되지 않습니까?"
이말에 그 아버지 전영은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속으로는 '이 아이가 보통이 아니구나...' 하며 감탄했다.
 
전문이 10살쯤 되었을때 그가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들의 아들은 무엇입니까?"
"손자다"
"그럼 손자의 아들은요?"
"증손이지"
"그럼 증손의 아들은요?"
"현손이다."
"현손의 손자는 또 뭐라 합니까?"
"그건 나도 모르겠다.그런것을 왜 자꾸 묻느냐?"
"모르시겠습니까?"
"이놈아 모른다고 하지 않았느냐?"
"아버님은 우리 제나라의 정권을 잡으시고 세 임금(위왕.선왕.민왕)을 섬기셨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나라의 국토는 조금도 넓어진것이 없는데 아버님의 재산은 천만금으로 불었습니다."
"그것이 무어 잘못되었느냐?"
"지금 아버님의 후궁에는 미인들이 비단옷을 질질 끌고다니는데 선비들은 짧은 홑옷도 제대로 입지 못하고 있습니다.
종과 첩들은 쌀밥과 고기를 싫컷 먹고남아서 버리는 판인데 선비들은 쌀지게미조차 얻어먹지 못하고 굶주리고 있습니다.
아버님께서는 그토록 많은 재산을 창고에 숨겨두고 그 '모른다'는 사람에게 물려주시려 하는겁니까?
날로 쇠퇴해가는 나라를 생각하시고 선비들을 대우하시옵소서."
 
그런 이야기를 나눈후에 전영은 아들 전문을 다시보게 되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가문의 일을 맡기고 손님접대하는 일을 하도록 하였다.
그후로 전영의 집안에는 빈객들이 들끓었고 전문의 명성이 제후들 사이에 높이 알려졌다.
전영은 전문이 서출이었지만 자기의 적자로 삼고 설공의 작호를 물려주었다.
전영이 죽고나서 아들 전문이 설땅의 영주가 되었으니 그가 바로 맹상군이다.
맹상군이란 칭호는 차후에 전문이 죽은후 하사받은 시호이다.
그러나 세상이 모두 그를 맹상군이라 부르므로 지금부터 필자도 전문을 맹상군이라 칭하도록 하겠다.
 
맹상군은 아버지가 죽은후 큰 관사를 짓고 천하의 선비들을 초청했다.
그를 찾아오는 사람이면 잘났건 못났건간에 모두 받아들였다.
그래서 천하의 모든 망명객이며 죄를 짓고 도망다니는사람까지 모두 맹상군의 문하에 모여들었다.
식객이 수천이나 됐지만 귀천을 가리지 않고 같이 음식을 먹고 같이 잤다.
 
맹상군이 어느날 넓은 대청에서 손님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있었는데 날이 어두워서 맹상군의 밥상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한 손님이 젓가락을 집어던지며 말했다.
"맹상군이 우릴 속이는구나. 손님의 상과 주인의 상에 차등을 두어 어두운곳에 숨어 홀로 밥을 먹고 있다.
우리를 거렁뱅이로 취급하고있는것이냐?"
그 말을 들은 맹상군은 자기 밥상을 들고 손님의 옆으로 가서 그 밥상을 보여주었다.
비교해보니 조금도 다름이 없이 같은 음식이었다.
그것을 본 손님은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을찌르고 죽었다.
그 이후로 맹상군의 문하로 몰려드는 선비가 더욱 많아졌다.
 
맹상군이 수많은 선비를 기르고 있다는 소문이 진나라 소왕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진소왕은 맹상군의 인물됨이 탐나서 그를 진나라로 초청했다.
맹상군은 진나라에 가기 싫었지만 어쩔수 없이 진나라로 가게 되었다.
진소왕은 계하까지 버선발로 뛰어내려와서 맹상군의 두손을 잡으며 환대했다.
맹상군은 값이 천금이나 되는 하얀 여우털로 만든 백호구 갓옷을 진소왕에게 선물하고
두사람은 환담을 나누었다.
진소왕은 그 백호구 갓옷을 매우 좋아했으나 날이 더워 창고에 보관하도록 했다.
 
진소왕은 장차 맹상군을 진나라 승상으로 삼으려하였다.
그말을 들은 진나라 승상 저리자(화리질)은 자기 자리를 뺏길것이 두려워 진소왕에게 맹상군을 참소했다.
"맹상군은 제나라사람이며 제나라의 왕족입니다.
그런자를 승상에 임명하면 그는 반드시 우리진나라보다는 자기의 제나라를 위해 일할것입니다.
게다가 맹상군은 매우 비상한 사람이니 그런 사람이 우리나라의 정권을 잡으면 우리 진나라는 큰 위험에 빠질지도 모릅니다."
이런말을 들은 진소왕은 자신의 생각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바꾸었다.
저리자는 계속해서 진왕에게 맹상군을 죽일것을 요청하였고 진소왕은 마침내 그렇게 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맹상군의 인품을 존경하던 진소왕의 아우 경양군이 그것을 알고 몰래 맹상군에게  어서 피하라고 알려주었다.
맹상군은 다급했으나 남의 나라에 와있는 몸이어서 어쩔방법이 없었는데
경양군이 다시 계책을 일러주었다.
"지금 진소왕이 가장 사랑하는 연희 라는 첩이 있는데 진소왕은 연희의 말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줍니다.
그러니 대군께서는 연희에게 귀한 뇌물을 바쳐 진소왕에게 잘 말해주도록 부탁하는것만이 살길입니다."
이말을 들은 맹상군은 좋은 백옥 두쌍을 연희에게 바쳐 구명을 해줄것을 부탁했다.
그러나 연희는 백옥을 거들떠 보지도 않고 밀어내며 말했다.
"나는 백옥은 필요없고 흰여우털로 만든 백호구 갓옷을 갖고 싶소.
제나라는 큰나라이니 그런것을 구할수 있다고 하던데 그것을 얻을수 있다면 내 극력 주선해 보겠소."
진소왕이 맹상군에게 선물받은 백호구를 본 연희가 자기도 그것이 갖고 싶어서 그리 말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백호구는 한벌뿐이어서 이미 진왕에게 선물하고 없는것을 어찌 하겠는가?
맹상군이 애를 태우며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한 볼품없는 빈객이 나서며 말했다.
"제가 백호구를 한벌 구해오겠습니다."
"어떻게?"
"저는 도둑놈입니다."
"아....."
이윽고 밤이 깊었다.
그 빈객은 개 탈바가지를 쓰고 개구멍으로 기어서 진나라 궁중 창고로 갔다.
"웡~워~워~ㅇ"
그가 개소리를 내자 창고지기는
"저놈의 개는 밤잠도 없나보군. 개가 저리 지키고 있으니 나는 한잠 자야겠다."
하고는 창고문옆에 기대어 코를골며 잠이 들었다.
빈객이 몰래 다가가서 창고지기옆의 열쇠꾸러미를 훔쳐 문을 열고 마침내 백호구를 훔쳐서 개구멍으로 무사히 빠져나왔다.
이튿날 맹상군은 그 백호구를 경양군에게 주었고 경양군은 즉시로 그것을 연희에게 바쳤다.
원하는것을 얻은 연희는 매우기뻐하였다.
그날밤 침소에 든 진소왕에게 연희가 말했다.
"대왕깨서 맹상군을 우리나라의 승상을 삼으려 하신다는데 그것이 사실입니까?"
"그래..그러나 여러사람이 반대하여 그를 죽이기로 했다."
"정승을 안시키면 그만이지 왜 그를 죽이려 하십니까?
그를 죽이면 천하의 훌륭한 선비들이 다시는 진나라에 오지 않으려 할것입니다.
더구나 그는 제나라의 정승인데 그를 죽인다면 우리나라와 제나라는 서로 원수지간이 되어
서로 다툼이 끊이지 않을것이며 천하의 여러나라는 남의 나라 정승을 불러다 죽였다고 하여
우리나라를 멀리하고 제나라의 편이 될것이니 그냥 살려주는것이 좋을듯 합니다."
"이 말을 들은 진소왕은 "그대의 말이 옳다" 하고
다음날 어전에 나가서 맹상군을 풀어주고 역권(여권)과 수레를 주어 맹상군을 돌려보내라고 명하였다.
 
역권을 받은 맹상군은 역권을 위조하고 변성명을 하는등 천신만고끝에 새벽녘에야 함곡관에 도착했다.
이 관문만 지나면 진나라의 추격을 벗어날수 있었다.
그러나 함곡관의 관문은 굳게 닫혀있고 아침이 되어 닭이 울어야만 관문이 열려 이곳을 빠져나갈수 있는데
진나라의 추격병이 쫓아올것 같아서 애가타고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때 한 식객이 앞으로 나서서 목을 쭉 뽑고 닭울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꼬끼오~~~꼬끼오~~~"
어찌나 똑같은지 영락없는 장닭의 소리였다.
그러자 관문주변의 닭들이 이 소리를 진짜 장닭의 소리로 알고 일제히 울어대기 시작했다.
요란한 닭울음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수문장과 병졸들은 투덜거리며 성문을 열었고
위조한 역권을 보여준 맹상군 일행은 바람처럼 관문을 빠져 달아났다.
 
과연 진소왕은 맹상군을 놓아준걸 후회하고 역마를 보내어 맹상군을 잡으려 하였는데 그때는 이미 맹상군이 함곡관을 빠져나간지 한시간쯤 지난 후였다.
그러니 만약 닭우는 흉내를 내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맹상군은 꼼짝없이 잡히고 말았을 것이다.
 
맹상군은 그후 개울음소리를 잘냈던 사람과 닭소리를 잘내었던 사람을 후하게 대우하였다.
 
맹상군 일행이 진나라를 빠져나와 제나라로 돌아가는길에 조나라를 통과하게 되었다.
조나라의 평원군은 맹상군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던터라 맹상군을 극진히 대접하였다.
조나라 사람들은 유명한 맹상군이 지나간다는 말을 듣고 구경을 하러 거리로 몰려나왔다.
사람들이 본즉 맹상군은 혁혁한 명성에 비해 인물이 볼품없고 작고 왜소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이 킥킥거리며 맹상군을 조롱하고 비웃었다.
그다음날 아침 그 마을이 쑥대밭이 되어 있었다.
전날 맹상군을 보고 비웃은 사람들이 모두 무참히 몰살되어버린것이다.
이 보고를 들은 평원군은 그것이 맹상군의 휘하 검객들의 짓이라 짐작은 했지만 아무말도 하지 않고
맹상군을 성대히 전송하였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맹상군은 선비들을 위한 객사를 운영하고있었는데 그 객사는 세등급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일등급은 대(代)사 라 하여 맹상군을 대신하여 일을 맏길만한 사람들을 묵게 했다.
 ㅡ상객들을 묵게 하고 고기반찬과 수레를 탈수 있게 하였다.
이등급을 행(行)사 라 하여 다행히 일을 맏길만한사람들을 묵게 했다.
 ㅡ중객들을 묵게 하고 고기반찬을 먹게 했지만 수레는 주지 않았다.
삼등급을 전(傳)사 라 하여 그저 말이나 전하고 심부름이나 할만한 사람들을 묵게 하였다.
 ㅡ여기에 묵는 사람들은 그저 밥이나 얻어먹는 처지였다.
 
어느날 풍환 이라는 사람이 맹상군을 찾아왔는데 떨어진 옷에 짚신을 신고 보잘것 없는 칼을 차고 있었다.
이야기를 해본즉 별로 특별한것이 없어 그를 전사에 묵게 하였다.
며칠후 그 풍환이라는 사람은 자기의 칼을 두드리며 노래를 불렀다.
"내 큰칼을 차고 왔음이여 고기반찬도 없구나."(長鋏歸來兮 食無魚)
그 노래를 들은 맹상군은 풍환을 행사로 옮겨 고기를 먹게 하였다.
또 며칠후 풍환이 다시 칼을 두드리며 노래를 했다.
"내 큰칼을 차고 왔음이여 나가려해도 수레가 없구나."(長鋏歸來兮 出無車)
그 노래를 들은 맹상군은 그를 대사로 옮겨 수레를 탈수있게 해주었다.
 
수레를 타고 나가다니던 풍환이 어느날 또 노래를 불렀다.
"내 큰칼을 차고 왔음이여 집이 없구나."(長鋏歸來兮 無以爲家)
맹상군은 풍환을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그대로 두었다.
풍환은 그후로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맹상군은 3000의 식객을 모시느라고 항상 적자에 허덕였다.
그래서 설읍의 땅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설땅 사람들에게 이자놀이를 하여 그 돈으로 살림을 꾸려 나갔다.
그런데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사람들이 빌려간돈을 제때 갚지 않으니 살림이 더욱 어려울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맹상군은 하는수 없이 설땅 사람들에게 빌려준 돈을 회수하기로 하였는데
돈을 받아올 사람으로 누굴 보낼까 생각하다가 풍환이 생각났다.
하는일없이 빈둥거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사람이 성실해 보였기때문에 그에게 빚 받아 오는 일이라도 시키려 한것이다.
풍환이 수레를 타고 설땅으로 돈을 받으러 떠났다.
풍환은 설읍에 도착하여 빚을 받으러 온것을 알리고 돈을 빌려쓴자들을 모이게 했다.
그자리에 이잣돈 10만전이 모이게 됐다.
풍환은 그 돈으로 술과 고기등을 마련하여 잔치를 벌이고 돈을 빌려쓴 자들을 초청했다.
사람들에게 술과 고기를 잔뜩 먹인 풍환은 장부와 차용증을 대조하여
빚을 갚을수 있는사람.
이자는 낼수있지만 당장 원금을 갚을수는 없는사람.
이자고뭣이고 개털인 사람 등으로 구분한뒤에 사람들에게 말했다.
 
돈을 갚을수 있는사람은 대여금의 반환일을 정해 갚으시오.
이자를 낼수 있는사람들은 그렇게 해줄테니 꼬박꼬박 이자를 내시오.
너무 가난해서 돈을 갚을 길이 없는사람들은 차용증을 이리 가져오시오.
 
사람들의 차용증을 모은 풍환은 마당에 불을 피우고 그 차용증들을 모두 불살라버렸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맹상군께서 돈을 빌려준것은 여러분들이 그돈으로 생활터전을 닦아 모두 잘살게 해주려 한것이지
이자놀이를 하려 한것이 아니오.
이제 가난한사람들의 차용증을 태워 없애고 채무를 면제해 주었으니 이것은 맹상군의 뜻이오.
우리의 맹상군은 이렇듯 백성들을 사랑하는 분이시니 여러분은 맹상군께 감사하시오."
모든사람들이 환호하며 풍환에게 절하고 잔치를 즐겼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풍환은 맹상군에게 아무런 보고도 하지 않았다.
맹상군이 묻자 그제서야 대답을 했다.
"차용증은 다 태워 없애고 받은 이자로는 술과 고기를 사서 잔치를 벌여주고 남은돈은 한푼도 없습니다."
화가난 맹상군은 풍환에게 따져 말했다.
내가 봉양해야할 식객이 3000인데 이제 빈객의 식사가 끊길 지경이라 그대에게 돈을 받아오라 시켰거늘
어째서 차용증을 불태웠단 말이요?"
"아무리 해도 사람들의 형편을 다 구분할수가 없어서 술과 고기로 사람을 모으고 조사를 해봤는데
양심있는 사람들은 여유가 있으면 빚을 갚을것이고 가난한 사람은 백날 재촉해봐야 돈이 나올길이 없을것 같아서 차라리 인심이나 확 써버리고 왔습니다."
"내돈으로 인심을 썼단 말이요? 그럼 이제 이자는 고사하고 원금까지 싹 떼인것 아니오?"
"어차피 가난한 백성들에게 성급히 재촉하면 군주가 돈놀이에만 눈이 어두워 백성을 괴롭힌다는 말만 들을것이고 그들은 결국 도망칠것입니다.
이왕 받지도 못할것이라면 차라리 백성들에게 대군의 고마운 뜻을 알리고 군주의 명성을 높여
민심을 얻는것이 낫다고 생각하여 그리 했습니다.
 
맹상군은 속으로는 화가 났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풍환의 말이 일리가 있어 그냥 참고
풍환에게 "그대의 말씀이 참으로 옳소이다." 라고 하였다.
 
한편 맹상군을 놓친 진소왕은 제나라가 강해지는것이 두려워서 제민왕과 맹상군을 이간질하기로 하였다.
즉 맹상군이 제나라의 왕위를 노린다는 소문을 퍼뜨린것이었다.
주변 여러나라의 중상모략을 듣고 그 말을 믿게된 제민왕은 맹상군을 파면했다.
맹상군이 권력을 잃고 파면되자 그에게 의탁했던 빈객들이 하나둘씩 떠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풍환만은 떠나지 않고 맹상군의 수레를 몰아 설읍으로 돌아갔다.
설읍의 사람들은 맹상군에게 술과 음식을 바치고 부모를 만난듯 환대했다.
맹상군이 이를 보고 풍환에게 말했다.
"내가 설읍의 백성들에게 이리 환대를 받을줄은 몰랐소.
이것이 모두 그대가 차용증을 불태우고 민심을 산 덕이니 이것은 모두 그대의 큰 공이요."
그말을 들은 풍환은 대답대신 한가지 청을 하였다.
"저에게 수레 한대만 내 주십시요. 그러면 제가 대군을 전보다 더 큰 권세와 지위에 올려드리겠습니다."
맹상군이 말했다.
"나는 오직 선생이 시키는대로 하겠소."
 
풍환은 수레를 달려 서쪽 진나라로 들어갔다.
진나라 수도 함양에 당도한 풍환은 궁으로 가서 진소왕을 뵙고 말했다.
"지금 천하에 진나라와 제나라가 자웅을 다투어 겨루고 있는데 진나라가 제나라를 누르고 천하를 제패할 방법이 있습니다."
귀가 솔깃해진 진왕은 풍환에게 물었다.
"그것이 무엇이오?"
"지금 제나라에서 맹상군을 파면한것을 아십니까?"
"들어서 알고있소."
"대왕께서는 사자를 보내 수레에 예물을 싣고 가서 맹상군을 아무도 모르게 맞이하여 오십시오."
"뭣때문에 그를 데려온단 말이오?"
"천하가 제나라를 존중하는 이유는 제나라에 맹상군이 있기때문 입니다.
그런데 제민왕이 유언비어를 믿고 맹상군을 내쳤으니 지금 맹상군은 제왕을 매우 원망하고 있습니다.
맹상군이야 말로 제나라 내부의 사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사람이니 만일 그를 데려온다면
제나라를 공략하여 진나라가 천하의 패권국이 되는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이때는 맹상군을 시기하던 진나라 정승 저리자도 죽고 없었으므로 진소왕은 매우기뻐하며
좋은수레 10대에 예물과 황금을 가득 싣고 제나라로 보내어 맹상군을 맞이하여 오도록 했다.
풍환은 자기가 먼저 가서 맹상군에게 이 일을 알리겠다고 말하고 서둘러 제나라로 돌아갔다.
 
진왕의 사자보다 먼저 제나라에 돌아온 풍환은 설읍으로 가지 않고 제나라 도읍 임치의 궁으로 가서 제민왕을 만났다.
"지금 진나라가 맹상군을 정승으로 삼기위해 많은 예물을 주어 사신을 보냈다고 합니다.
천하는 위대한 인물을 등용하는나라가 승리하는 법인데 왕께서는 아무 죄없는 맹상군을 내치셨으니
이 소식을 알고 진나라가 설읍으로 사신을 보낸것입니다.
이제 맹상군이 진나라로 가기만 하면 우리 제나라는 진나라에게 먹히고 말것입니다."
"그럼 이를 어찌하면 좋겠소?"
"왕께서는 진나라보다 먼저 맹상군을 다시 불러들여 전보다 많은 땅을 하사하시고
그를 다시 정승으로 삼으십시오."
그 말을 들은 제민왕은 겉으로 승락은 했지만 속으로 긴가민가하여 국경쪽으로 신하 한명을 보내어 확인을 해보았다.
신하가 가서 본즉 과연 진나라 사자가 설읍으로 오고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급히 제민왕에게 이것을 알렸다.
깜짝놀란 제민왕은 맹상군을 급히 불러들여서 자기의 잘못을 사과하고 다시 재상의 인수를 주어 복직을 시켰으며 본시의 영지 외에 1천호를 증봉 하였다.
이리하여 맹상군은 다시 제나라의 정승이 되었다.
한편 그제야 설읍에 당도한 진나라 사신은 맹상군이 다시 제나라 정승이 되었다는 소문을 듣고 할수없이 수레를 돌려 진나라로 돌아갔다.
 
맹상군이 복직되자 뿔뿔이 흩어졌던 식객들이 꾸역꾸역 다시 몰려들기 시작했다.
풍환이 자기일처럼 기뻐하며 손님을 맞아들이는것을 본 맹상군이 탄식하며 말했다.
"내 일찌기 한번도 빈객들에게 소홀한적이 없는데 내가 정승자리에서 파직되자
저들은 하나같이 나를 버리고 떠났소.
이제 선생의 힘으로 복직이 되었는데 저들은 무슨 면목으로 다시 날 찾아온것이오?
풍환이 대답한다.
"대저 영욕성쇠는 항상 있는것입니다. 대군께서는 이 도시를 보십시오.
장이서면 사람들이 어깨를 비비며 다투어 성문 안으로 들어옵니다.
그러나 해가지고 장이 파하면 팔을 붙들어도 뿌리치고 시장을 떠납니다.
이것이 사람들이 아침에는 시장을 좋아하고 밤에는 시장을 싫어해서 그렇습니까?
저녁에는 시장에 기대하는 물건이 없기때문입니다.
이것이 인지상정이거늘 대군께선 무엇을 탄식하십니까?"
맹상군이 일어나서 풍환에게 두번 절하고 말한다.
"삼가 선생의 말씀을 명심하겠습니다."
맹상군은 전처럼 다시 모든 선비들을 받아들여 잘 대접 하였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제민왕이 주변나라들을 제압하고 동쪽의 맹주가 되자 제왕이라 칭하고 교만하게 행동하였다.
맹상군은 이를 말리려 간하였으나 이미 오만해질대로 오만해진 제민왕은 화를내며
맹상군을 다시 정승의 자리에서 내쫓았다.
맹상군은 왕이 자기를 죽일것이라 생각하여 마침내 모든 문객들을 거느리고 위나라로 달아나서 위나라 공자무기의 부중에 몸을 의탁했다.
맹상군은 조나라와 위나라 사이를 오가며 두나라의 친선에 힘쓰고 마침내 위나라 정승이 되었다.
그러다가 제민왕이 죽고 나라가 어지러워 한참동안 혼란을 겪은 제나라에 새 왕이 들어서고
나라가 바로잡히자 맹상군은 공자무기에게 위나라 정승자리를 물려주고 제나라 설읍땅으로 돌아갔다.
위나라 정승이된 공자무기는 신릉군에 봉해졌다.
(신릉군 공자무기는 필자가 매우 좋아하는 인물이며 이 편의 두어편 뒤에 위공자 열전이 나온다.)
 
새로 즉위한 제나라 양왕은 맹상군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기때문에 그를 다시 정승으로 임명하려 했지만
맹상군은 사양하여 나오지 않고 깊이 은거했다.
그후에 맹상군은 조나라와 위나라, 제나라사이를 마음대로 다니며
조나라의 평원군조승.위나라의 신릉군 위공자무기 등과 서로 긴밀히 연락하고 우정을 지속했다.
맹상군은 만년에 설읍에 은거하다가 아들이 없이 죽었는데
제나라의 모든 공자들이 맹상군의 뒤를 이으려고 다투다가 설읍땅을 조각조각 잘라 나누어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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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열전의 말미에 사마천은 이렇게 평하였다.
 
일찌기 내가 설읍땅을 들른적이 있는데, 마을에 거칠고 사나운 젊은이들이 많아 맹자의 고향인 추 나 공자의 고향인 노 의 풍속과 사뭇 달랐다.
한 노인에게 그 이유를 물으니 이렇게 대답했다.
"맹상군이 천하협객을 불러모으고 간악한 인간까지 긁어 모아왔으니 어찌 여기 풍속이 온전하겠소.
당시에 흘러들어온 무리가 무려 6만가(家)나 되었다오."
맹상군이 빈객을 몹시 우대하고 또 그런 평판을 즐겼다하더니, 설땅의 노인의 말도 과장된것은 아닌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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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맹상군열전을 살펴 보았다.
맹상군이 유능한 선비를 수천이나 거느리고 있어 그 위명을 천하에 떨쳤기때문에 주변국가들은
제나라를 향해 입조하고 서로 맹상군과 사귀려 하였다.
그가 군사를 이끌고 나가면 국가를 위해 만전지계를 세움에 그 하나도 어긋남이 없었다.
그러나 오만해진 제민왕의 미움을 받아 위나라로 달아나니 그사이에 제나라는 연나라의 침략에 쑥대밭이 되어 전국의 70여 성이 함락되고 제민왕은 비참히 죽고 말았다.
위대한 인물이 자기나라에 있음에도 알아보지 못하고 스스로 내쫓아 나라를 망치고 자기 자신의 몸을 망친 제민왕은 참으로 어리석은 군주라 할수 있겠다.
진나라의 간특한 모략에 말리는등 여러차례나 정승의 자리에서 쫓겨났지만 그때마다
여러 선비들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모면하고 다시 자신의 자리를 찾은 맹상군은
가히 전국시대 여러 군자들중에 으뜸이라 칭송받을만 하다.
말년에 욕심을 버리고 여러나라를 돌아다니며 유유자적한 생활을 하고 권력을 탐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종신안락하고 자기집에서 편안히 죽었다.
그러니 권력의 무상함 앞에 이처럼 유유자적하게 삶을 마친사람이 얼마나 있던가?
 
맹상군은 선비를 받아들일떄 그사람의 학식이나 재주를 따지지 않고 모두 공평하게 대우하였다 한다.
그랬기에 그 문하에 개짖는 흉내와 닭우는 소리를 잘 내는 사람까지 포용되어
결국 그들이 자기 주인을 위기에서 구하는 중임을 소화할수 있었다.
그러하니 남을 대할때에는 상대의 학력이나 인물들을 먼저 볼것이 아니고 그사람의 재주나 인품을 먼저 보아야 할것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요즈음은 무슨 스펙이 어쩌고 출신학교가 어쩌고 하는, 참으로 천박한 시대가 되었다.
사람의 가치를 그사람의 인격으로 판단하지 않고 그사람이 타는 차나 살고있는 동네를 보고 판단한다.
 
저 풍환같은 선비는 누가보아도 보잘것 없는 그저 일개 필부에 불과했고
개소리를 내던 도둑이나 닭의 흉내를 내던선비등도 그저 하잘것 없이 밥만 축내던 인물들이 아니었던가?
그래도 맹상군은 그런 사람들을 마다않고 모두 포용하여 결국 그 위명을 천하에 떨쳤으니
현세에 사람을 쓰는자는 모두 이래야 할것임이 분명한데도 실상은 전혀 그렇지 못함에 또한 필자의 한숨이 다시 터져나온다.
대기업에 취업할때 지방대출신은 면접조차 볼수 없고 선남선녀가 만날때도 상대의외모나 학력.또는 재산을 볼뿐 그사람의 속마음이나 인품은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니 어찌 개탄하지 않을수 있겠는가.
모름지기 용인의 도는 그사람의 속을 보고 판단하여 적재적소에 등용하여야만 큰일을 함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나라의 사람쓰는 법은 참으로 해괴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사람같은 사람은 전부 찍어내고 인간같지도 않은 괴물들만을 중용하는 이 정부의 앞날은 불을보듯 뻔하다고 하겠다.
우리가 전혀 희망을 갖지 않았던 검찰에서 그나마 상식으로 일을 하던 검찰총장을 더럽고 치졸한 방법으로 찍어내고,
그나마 잘못을 잘못이라 말하던 한 장관이 그만두자 배신자라는둥 비겁한 도망자라는둥 하며 깎아내리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하니 그 주변에 어찌 사람다운 사람이 남아 있겠는가?
잘못해도 잘못했다 말할 사람이 없는 정권.맹목적인 복종만 하는 정권의 말로는 아니보아도 본듯하다.
저 제민왕은 맹상군의 충성된 간언을 물리치고 맹상군을 내 쫓았다가
결국 나라와 자신을 망치고 대들보에 매달려 밥도 물도 못얻어먹고 결국 3일만에 비참하게 늘어져 죽고 말았으니
교만하고 오만방자한 정권의 최후는 반드시 이러하다는것을
현정권은 분명히 알아두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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