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34세 총각입니다.
저번 주말 외조부 제사로 어머니 모시고 외가에 다녀왔는데요.
뭐 제 나이 때에 누구나 그렇듯 장가 안 가냐라는 주제로 숙모님께서 한 마디 하시더라구요.
그동안 오유나 웹에서 각종 오지라퍼 퇴치글이나 시원하게 사이다 드시는 분들 얘기만 들었지, 저는 그냥 이제까지 어른들이 그런 말씀하시면 그냥 예예 하고 말았는데 그 날은 갑자기 짜증이 확 나더라구요. 언젠가 한 번 시전해보리라 마음만 먹고 있었는데 그동안은 막상 상황 닥치면 입이 잘 안 떨어졌었어요.
그날엔 주위에 가족들도 여럿 있었는데요, 순간 초반에 싹을 잘라내야겠다 싶었습니다.
"ㅇㅇ아, 장가 안 가니? 이제 얼른 가야지?"
"아, 장가요? 그 결혼 얘기 하시려면 한 돈 천만원은 주셔야되는데?"(말 짧아짐)
"응? 천만원?"
"예, 뭐 결혼 공짜로 하는 것도 아니고요, 돈 한 천만원씩 주시면 제가 깊이 새겨 듣고 결혼 한 번 해볼게요."
"..."
"계좌번호 드려요?"
라는 대화를 끝으로 숙모님께서는 주방쪽으로 가시더군요. 순간 너무 했나 싶기는 개뿔 너무 시원했습니다.
이후 집에 올 때까지 결혼 주제로 아무도 입을 못 열더라구요.
이게 처음 말 한마디가 어렵지, 한 번 입을 여니까 술술 나오더군요. 이제 곧 추석인데 친가에 가서도 아주 미쳐 날뛰어 보려구합니다.
제사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가 한 말씀 하셨어요.
'너 너무했다' 라고 하실 줄 알았는데 옆에서 너무 시원하고 고소했다고 하시면서 멋있었다고 해주셨어요.
"대신 서른 다섯부터는 갈 생각 해야한다" 라고 하시는데 서른 다섯까지 3개월 남은게 함정이네요.
쓰고 나니 진짜 별거 없네요.
그럼 2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