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만나기를 반복한 것이 도대체 몇 번째인지 모르겠습니다. 주변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난 그런 여자 못 만난다 그러고 여친의 친구들도 오히려 제 편을 들곤 했습니다만 그 사람들 다 합해봐야 10명 남짓밖에 안 되는 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 꼭 들어보고 싶습니다. 여러 사례를 들겠습니다.
사례 1
한 번은 제가 여자 친구에게 '자기야 나 이제 정말 그러지 않기로 맘 먹었어!' 했더니 '맘 먹어? 말 예쁘게 안 할 거야?' 이랬습니다. 전 마치 제가 그 순간 25년 한국어 짬밥이 다 날아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다른 것도 되게 많은데 생각이 나질 않네요. 이게 말 예쁘다는 게 일관성이 있으면 모르겠는데 저런 너무나 평범한 표현에까지 그러니까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정작 여친은 실수로 나온 거긴 해도 제가 전에 넘어질 뻔 한 적이 있었는데 '병X 새끼' 라고 한 적도 있고 실수로 저런 노골적인 욕을 많이 씁니다. 저는 실수든 뭐든 여자친구에게 욕을 한 적은 없고요.
사례 2
사귄 지 3달 남짓 됐을 때였습니다. 여자친구는 3학년 2학기 저는 2학년 1학기 중간고사를 앞두고 있었죠. 저는 당시에 임상심리 석사과정을 염두에 두고 있어서 학점 관리에 민감했습니다. 여자친구에게는 물론 여러번 설명을 했고요. 여자친구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차피 나도 중간고사니까 잘 못 봐!' 그래서 저도 안심하고 그냥 집에서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만나자는 거예요!! 그래서 딱 하루만 보기로 했는데 밤이 돼도 갈 생각을 않는 겁니다. 그랬더니 내일 같이 공부하자는 겁니다. 알았다고 했는데 공부는 커녕 공부하는데 자꾸 유혹하고 건드리고 장난 치고 그러기만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전 학기엔 한 과목 제외 A+이었던 성적이 그 학기엔 한 과목만 A+에 올 B+로 떨어졌습니다. 기말 때도 똑같았거든요. 만회할 수 없었죠.
사례 3
자기가 말할 때 그 말 뜻 자체를 중시하지 않습니다. 그저 자기가 기분이 나쁘면 나쁜 말들이 나오는 거고 그 문법적 뜻은 무작위인 거죠. 저는 그래서 말 같지가 않고 짐승의 울음소리 같아요. 제가 올해 초부터는 목표를 바꿔서 7급 일반 행정직 공무원을 준비합니다. 사례 2에서 거슬릴만한 일들이 훨씬 더 강도 높게 일어나게 되는 거죠. 한 번은 평일 밤 11시쯤에 뒷목이 너무 아프고 뻐근하다고 전화로 그러길래 '나도 공부하느라 너무 아프다. 우리 ㅁㅁ이 많이 아파요?' 했더니 와서 주물러 달라는 겁니다. 같은 지역이긴 하지만 좀 멀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왕복 2시간이 넘습니다. 그래도 장난으로 '그럼 주물러 주러 갈까?' 이런 식으로 말했는데 진짜 주물러 온다는 걸로 안 거예요. 그래서 '우리 둘 다 시간도 늦고 내일 나 공부도 해야 해서 못 가는 거 알잖아.' 이렇게 말했더니 '오기 싫으니까 안 오는 거잖아.' 이렇게 받습디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 싫어서 안 가는 거냐고 나도 공부 때문에 못 만나는 거 미치겠는데 공부 자체도 힘들고 그런데 꼭 그렇게 말해야 했냐니까 자기는 섭섭해서 그런 거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본인이 '오기 싫으니까 안 오는 거라 생각한다.' 는 의미가 그 문장에 내포돼 있는지 아닌지는 상관 없이 그냥 기분 따라서 막 던지고 보는 겁니다. 이거 말고도 심한 말 많이 했는데 잘 생각이 나질 않네요.
사례 4
제 말을 자꾸 나쁜 쪽으로만 생각합니다. 한 번은 애가 며칠을 계속 하루 종일 설사를 해대는 겁니다. 그러면 좀 심각한 거잖아요? 근데 애가 이런 경우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수분 섭취를 해야 하는지 마는지 이런 것도 잘 몰라서 제가 참 많이 걱정이 됐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밤에 연락을 하다가 설사 계속 하느냐고 물어봤습니다. 그 날도 여전하다고 하데요? 그래서 오늘 몸조리 잘 했는데도 그러냐고 하니까 집안일을 했대요. 그래서 아픈데 왜 집안일을 시키냐고 어머니 좀 너무 하신 거 아니냐니까 지금 엄마 욕 하는 거냐면서 거의 뭐 생난리를 피우는 겁니다. 당연히 그런 뜻은 아니잖아요?
사례 5: 내로남불
이건 아주 포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인데요. 위에서도 보시다시피 자기는 욕해도 제가 봐줄 수 있는 거고 저는 조금이라도 딱딱한 표현(?)을 쓰면 말 예쁘게 안 한다고 지적을 받습니다. 자기는 말 아무렇게나 해도 제가 자기 맘을 알아주길 바라면서 저는 아무리 말을 바르게 해줘도 제 맘을 하나도 몰라줍니다. 그리고 전 여자친구의 외모나 옷차림에 대해서 전혀 지적한 적이 없었는데 여자친구는 지적을 참 많이 합니다. 이건 개인의 자유가 아니냐고요? 제가 참다 참다 지적을 했더니 어떻게 여자친구에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냐고 하데요. 그렇게 자기가 맘에 안 들면 안 만나면 되겠네 이러면서요. 방금 그 말도 사례 3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막 던지는 거예요.
사례 6
자기가 아플 때 저도 많이 신경 쓰인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여자친구가 아프면 전화나 카톡으로 징징거립니다. 저는 계속 아직 아프냐고 괜찮냐고 많이 아프겠다고 합니다. 여기까지는 문제 없습니다만 본인이 전혀 아픈 것에 대처하지를 않습니다! 병원에 가라니까 갈 힘이 없다고 안 가요. 그 정도로 아프니까 더 가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렇다고 집에서 뭘 잘 먹는 것도 아니고 뜨끈한 차 한 번 데워먹지를 않습니다. 그래서 한 번 아프면 그 기간이 꽤 깁니다.
그렇다고 제가 아픈 걸 이렇게 두고만 보고 있던 것은 아닙니다. 병원 자꾸 갈 힘 없대서 여자 친구를 찾아가서 병원까지 데려다 주고 밥도 먹이고 했습니다. 그런데 공무원 준비하는 입장에 어떻게 아플 때마다 그럴 수가 있을까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애가 평소에 자기 관리가 전혀 없는 데다가 비만도 있어서 여기 저기 계속 아픈 편입니다. 아플 때마다 돌봐줄 여력이 없어요. 그래서 제가 '니 몸 완전히 니꺼 아니고 내꺼인 부분도 있으니까 제발 관리 좀 잘 해.' 하고 뭐라 그러면 '그럼 지금 나 돌봐주러 와주면 되잖아!' 이럽니다. 누가 가기 싫어 안 갑니까..
비록 사귀면서 저런 일들이 적힌 대로 6가지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비슷한 유형으로 골백번은 일어났다고 보시면 됩니다. 저도 물론 여자친구 입장에서 맘에 안 드는 부분들이 있겠죠. 저는 매우 남성적인 언어를 지니고 있어서 문제해결 중심으로 대화를 풀어나가고 지금 이렇게 인지한 만큼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만 공감만으로는 해결 안 되는 부분이 있기에 그런 부분들은 꼭 짚고 넘어가는 편이고요. 그리고 저는 성적으로 개방적입니다. 여자 친구는 매우 폐쇄적이고요. 그렇다고 여자 친구가 섹스를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여자 친구가 먼저 유혹하는 경우가 반을 넘어갑니다. 저는 여자 친구가 비록 살이 좀 있지만 그걸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얼굴도 아름답고 저를 좋아하는 정도만큼은 과해서 문제지 부족한 것보단 백 배 천 배 낫고 갸륵합니다. 그런데 저런 부분들이 있어서 사실 저런 문제에 부딪힐 때마다 고민됩니다. 왜냐면 지금 당장 얼렁뚱땅 넘어가서 사귈 순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둘이서 잘 화합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오유 여러분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둘이서 유의미하게 간격을 좁힐 수 있을까요? 또, 좁힐 가치가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