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을 가르치는 직업을 가지고 싶다, 고. 실제로 수학 가르치는거, 재미있었으니까. 수학에 대한 남다른 애정도 있고... 또 괜히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너, 수학 잘 가르쳐'라고 들은 것도 몇번 있었고.
그거에 들떳었지.
그래도 그때엔 그거 하나로 주위가 보이지 않았어. 막연했다고 해야겠지. 뭐랄까, 장래의 일이란건 머나먼 미래의 일이라고.
하지만 아니야. 학원 다니면서 입시 준비하던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 나는 벌써 복학생이 되어있지. 그것도 철이 안든... 오히려 입대 전보다 더 심해져있어.
대학... 대학에서 누군가와 얘기한적.. 없지? 일주일에 한번.. 그것도 그냥 주고받은...
인간관계가 없어.. 아무것도. 친구라고도, 그저 아는 사람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
왜지, 라고 말해봐도 당연하지. 왜냐면 나, 대인관계같은거 전혀 신경쓰지 않았으니까.
생각해보면 난, 아직도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그때에 있는거 같다. 정확히 얘기하면.. 아무렇지도 않게 남과 얘기하며 웃을 수 있었던 그때.
...시기적으로는 생애에 처음으로 생긴 여자친구한테 차이기 전인가.
이야~ 그땐 참 행복했었지. 처음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도 들떠선. 제멋대로 장래 생각해버리고 말야. 정말.. 바보 같았지. 그런 순정만화 같은 '영원'.. 생각해서는 안됐는데.
아무튼.. 그때가 내 인생에 엄청난 전환점이었던거 같다...
아마 나아지고 있었을 거야. 분명히. 파리에 가기 전에는 어둡고 어둡고 어두웠던 내가. 그곳에 있으면서 여러가지 경험을 했다. 내 취미도, 내 장기도 찾아냈다. 제일 귀중한, '유대'... 파리 멤버라고 하는 절대로 잃을 수 없는 '친구'들을 얻었다. 지금이야 연락도 자주 안하는 상태이긴 하지만.. 그래도 꽤 시간이 지난 후에 문자를 보내도 금방 아는 척을 할 수 있는 녀석들이다.. 소중하다. 이 '인연'이라고 하는 것은.
딴데로 샌거 같은데.. 어쨌든. 이런 나라도 녹아들수 있는 집단이 있었던 거다. 귀국하기 직전부터 녹아들었던 '매니아홈'도 있고. 대학 입시 직전의 '나'가, 제일 행복했던 시절이다.
불행하게도.
그리고 대학 입학 이후, 모든 것이 멀어졌다. 파리멤버와의 소통. '매니아홈'의 증발. 실연.
마지막게 제일 크지 않았을까. 아무래도.
영원히 계속될거 같았던 내 행복은.. 2006년 설날 연휴의 시작 전날에 깨져버렸다.
그 이후로 모든게 바뀌어버렸지. 전부.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일단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가서는, 주정 부리다 쓰러져버려. 결국 친해질수도 없었어. 그나마 1학기 동안에는 인사도 나누고 그랬는데. 2학기때는 그런것도 없어졌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정말로, 아무것도... 먼발치에서 그룹을 바라보기만 할 뿐. 언제나 아웃사이더..
지나치게 수동적이 되버렸지. 남에게 부탁받거나, 명령받거나. 그렇지 않으면 그냥 방관.
그때부터 난 아직도 변한게 없는 모양이다. 제대한 지금도.. 변한게 없어.
입대하기 전이랑 다를게 전혀 없어. 사람하고 어울리고 싶어 하면서도, 요령이 없다는 핑계로 전부 피하고 있고. 아니.. 군대에 있을 때만 하더라도 달라져있었다. 아주 조그만 계기가 있으면 무엇이든 노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복학하고 나선 다시 리셋되어 버렸어. 어머니가 가끔씩 말했지. '언제 입대했었는지 모르겠다'라고. 정말 그대로야. 그냥 군복무를 마쳤다는 일종의 스펙에 줄 하나 그은 거 뿐이다. 그때 이후로 군대에 관련된 사람이나 기관과는 연락조차 취하지 않고 있다. 일부러도 아니고, 그냥 생각나지 않아서이다. 정말 의미가 있었던 2년이었던가 후회되기도 한다...
막연하다. 모든것이 막연하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이 핑계다.
핑계. 당연하지. 이런건 핑계밖에 되지 않아. 포기만 하며 살아온거 같아. 그냥.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식으로 살아왔다. 의욕이 없다. 보이지도 않는 무언가를 쫓을 구실이 없어서라고도 단언은 못하겠지만.
인간이 지나치게 피동적이 되어있다. 정신과 상담을 받을까도 생각해봤다. 하지만 다시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나에게도 상담 못할 일인데, 남에게는 말할 수 있어?
지금 네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남에게 말할수 있어?
NO.
나는 속에 있는 이야기를 꺼낼 수 없다. 누구에게도.
왜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지금 이 글도 누가 읽어주길 바라고 쓰는건 아니다... 그냥 군대에서는 빈 종이위에 펜으로 쓰던 것을 지금은 노트북 자판으로 따라하고 있을 뿐이다.
의지할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어. 종교, 사람, 자신, 전부.
어느 하나에도 의지할수 있는게 없어. 그래서 그냥 방치할 수밖에 없어.
의지하지 못하는게 아니야. 나도 왜인지 모르지만 의지하지 않고있어.
나는... 내일 죽어도 괜찮은 걸까?
아주 가끔씩,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만약 지금 이 순간에 생을 마감한다면-----------
나는 과연 만족스러운 삶을 살았을까, 하고.
천만에. 그럴리가 없잖아. 아직 동정이라고. 아직 행복다운 행복 맛보질 못했다고. 내가 사랑하는 여자하고 백년가약도 맺어보지 못했다고. 나는 꼭 닮지 않았지만 내가 사랑하는 그사람과 너무나도 닮은 내 분신을 안아보지도 못했다고. 누군가를 위한 삶이라는거 아직 살아보지 못했다고.
죽을수 없다. 아주 조촐한 행복을 맛보기 전까진 죽을 수 없어. 하지만 살아가고자 하는 의욕도 없어.
절망도, 희망도 없다.
그저 무의식의 '나'는, '나'를 바라보고만 있다.
'그건 하지 않는 것이 좋아'라고 '나'는 말한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듣기만 할뿐.
아.. 예전에는 그리도 넘쳐나고 넘쳐났던 나의 소설들이, 지금은 전부 머릿속에서만 넘쳐나고 있어. 손으로 옮겨지기도 했던 나의 소설들이. 이제는 나 머릿속에서 나가지 않고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