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뒤를 따라 걸어가며 잠시 맡았던 너의 샴푸 향기,
이젠 내게 너무도 익숙한 그 향기가 아직도 나를 맴돈다.
너를 만나러 가면서 머릿속으로 쉴새 없이 하고 싶었던
말들을 생각했지만, 너의 얼굴을 보는 순간 머릿속은 또 다시
새하얘지고 말았다.
너의 말들이 나의 가슴속을 파고 들어오는 바람에
겨우 꺼냈던 나의 얘기조차 바람에 묻혀가는 것만 같았다.
죽어도 난 아니라고 외치는 너의 마음 속 소리를 들으며,
난 눈물이 나려는 줄 알았다.
가슴이 답답해지고 벅차오는 그런 느낌,
너의 앞에서는 눈물을 보이기 싫어서 서둘러 널 들여보낸 후,
참고 있던 감정을 놓치는 순간 웃음이 나와버렸다.
나조차 어색해져 난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고,
하지만 혹시 니가 그런 나를 보진 않을까 하는 맘에
서둘러 다시 걸음을 옮겼다.
어떻게 방으로 돌아왔는지 잘 생각도 나질 않는다.
뭐랄까... 두 눈은 앞을 바라보고 있지만 그 장면들이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도중 흩어져 버리는 듯이,
문자오는 소리가 들리고, 그 문자가 너에게 온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핸드폰을 열어 볼 수가 없었다.
아니... 보기가 두려웠다.
방에 들어와 갑갑한 마음에 물을 들이키고 정신을 차려보니
마치 죄인처럼 앉아있는 나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내 앞에 놓여있는 핸드폰....
불안한 맘을 진정시키고 너의 문자들을 하나하나 보면서,
자꾸만 울컥거리고 가빠오는 호흡에, 가슴을 주먹으로 치면서
진정시켜야 했다.
그래... 이걸로 된거지.. 잠시동안 이었지만 너의 곁에서
난 이토록 큰 행복을 얻었으니까....
그리고 그 행복들이 몇 배로 나에게 아픔으로 다가오는 것도,
모두 내가 저질러 놓은 일에 대한, 내가 혼자 감당해야 할
죄값이겠지...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마음을 추스리는 나를 보면서,
아직도 너를 미워하지 못하는 내가 더욱 더 바보같았다.
참아야겠지... 아파도.. 아프고 아프다 보면... 계속 아프다 보면..
언젠가는 무뎌지겠지.....
이런 생각들로 머릿속을 꽉 채우느라 손에 들고 있던 담배가
필터까지 타 들어가는 것도 모르고 있다가, 뜨거움에 순간
정신이 확 들었다.
너의 말대로, 나 혼자만 이러니까, 나만 아직 못 끝냈으니까,
너에게도 짐이 된 거겠지.
너에게 부담이 되는 순간 너를 떠나겠다고,
너를 만나는 동안 수 없이 내게 다짐하고 약속했다.
이젠 내가 떠나야 할 때가 와버린 것 같다.
하지만 너의 마음속에 사랑은 아니더라도, 좋은 사람이었다는...
잊혀지지 않기를 바라는 내 욕심은,
마지막 이 순간까지도 어쩔 수가 없다.
니가 행복하길 바라지만, 그런 행복한 모습을 볼 자신은 없는,
답답한 나를 이제 다신 사랑할 수 없을 것 같다.
한번도 네게 말하진 못했던 말, 말할 용기도 없었지만,,,,
정말 사랑했던, 너를 잊기엔 쓸쓸한 계절이 될 것 같다.
안녕 이라는 말의 의미가 두 가지 인 것처럼,
내게 사랑과 동시에 슬픔이었던 너에게 쓰는 마지막 일기...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