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남자친구를 만났을때는 술도 별로 안즐겨 술자리에 열심히 다니는 사람도 아니고,
식당을 가도 예의바른 모습, 말주변은 없지만 다정하고 싸울때 늘 미안하다 어른스럽게 먼저 얘기해주고,
집돌이였던 그가 날 만나고 늘 날 위해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고서는 이 남자한테 시집가면 행복하겠구나 했습니다.
그러다가 그가 우리집에서 가까운곳으로 이사오고 이삿날 지금의 예비 시부모님을 뵙게 되었는데,
처음보는 그 자리에서 너는 직업이 뭐니, 너희 부모님은 뭐하시니 이런 말씀 하나 없이
그저 손녀딸 보듯이 아깝다는듯이 하염없이 예쁘다 예쁘다 그저 예쁘다란 말이 전부였습니다.
그날 우연찮게 아버님이 핸드폰의 잠금을 푸시는걸 보게되었는데 배경화면이 오빠랑 저의 사진이였답니다.
본인을 아빠라고 칭하시며 다정하게 제 이름을 부르며 'OO야 아빠는~' 이라고 말씀해주시더군요.
먼저 돌아가신 우리 아빠가 생각났어요. 딸둘 아들하나인 집에서도 무조건 큰 딸만 챙겨주시던 우리 아빠가요.
그 날로 이 집안으로 시집을 가야겠다. 남들이보면 결혼하기 어린 나이 또는
결혼 적령기라고 말 할 수 있는 나이에 확신이 찬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서도 우리 엄마 생일에 케이크들고 장미들고 찾아준 오빠에게 고맙고,
애틋한 우리 아빠 제삿날 찾아와주고, 함께 납골당에 인사드리러 가준 오빠에게 고마웠습니다.
그러한 오빠 덕분에 저도 시골에 계신 예비 시부모님을 뵈러 가는게 무섭지 않게 되었어요.
나이차이가 조금 있는터라 외동딸 막내딸 처럼 대해주시며 챙겨주십니다.
예비 시어머니는 말 수 없이 무뚝뚝하시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겨주시고 잠들기 전에 직접 오이팩까지 해주시는 분이시랍니다.
예비 시아버지가 이렇게하자, 저렇게하자 이렇게 말을하셔도 (물론 말도안되는 말은 안하십니다.)
오히려 예비 시어머니 선에서 딱 자르며 애들 피곤하다 쉬어야한다 들어가서 빨리 올라갈 준비해라라고 차단하십니다.ㅋㅋ
결혼 얘기가 나오고선 양가 부모님 모두 아무것도 해오지말라고 안해도 된다고하여,
예단 예물은 생략하기로 했습니다.
부모님한테 손 벌리지 말고 우리끼리 할 수 있는한 아끼면서 간단하게 결혼하자고
둘이 벌이는 비슷한데 둘다 모은돈이 없어서 근근히 모아서 하나사고 이런식이지만,
둘이 반반부담하여 결혼식장 예약, 웨딩촬영, 가전, 가구 저렴히 하나씩 사고 만들고,
예물은 반지 하나씩 나눠가지고 준비하였답니다.
사실상 결혼할때 두집안 다 터치가 없어서 저희 둘이 하고 싶은대로 고르고 결정하며,
어떤분의 상관도 참여도 없이 편하게 둘 만을 생각하며 준비를 하였습니다.
예단은 안하기로 햇었지만, 외동아들인 오빠를 예뻐하는 우리 엄마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 보내시는데 섭섭하실 수 있다시며 예단 삼총사와 함께
없는 살림에 우리집에서는 정말 큰 돈인 예단비 500을 준비하셨습니다.
거기에 제가 준비한 애교예단과 엄마와 저의 손 편지까지 들고 다녀왔어요.
예단을 받는 자리에서 그 이불과 그릇 그리고 수저를 꺼내보시면서
준비하지 말라 했지만 막상 받으시니 좋아하셨고 그 모습에 저도 행복했답니다.
그리고 함께 가져간 예단비가 많다며, 그 자리에서 예단은 감사히 받으나,
예단비는 가지고 가라고 챙겨주셨습니다.
원래 예단 드리기 전에 엄마에게 '엄마 시골분들은 예단비 받고 봉채비 안주실수 있다.
그런거 모르실 수 있다. 돌아오는 돈이 없더라도 섭섭해하지 말아달라.'고 하였습니다.
실제로 예단비 드리고 봉채비 돌려받고 꾸밈비며 저는 그런 개념을 잘 모릅니다.
하지만, 결국 그 자리에서 예비 시아버님은 원래 예단비는 그대로 돌려주는게 맞다고하시며,
우리 엄마에게 다시 전달해드렸고, 엄마는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달라 오빠에게 고맙다고 하였습니다.
이 날도 내가 결혼준비로 몸이 약해진거 같다며,
아버님께서는 오빠에게 한약을 지어 먹이라는 당부를 하시더라구요.
저는 다이어트 한약 아니면 안먹겠다고 도망다니는 중이지만요.
그리고서 얼마전 신혼여행은 원래 신랑신부가 함께 돈을 더해 다녀오는것이지만,
신혼여행은 비싸도 좋으니 좋은곳으로 편하게 가라는 말씀에 먼 곳으로 예약을 하였고
신혼여행비는 예비 시부모님께서 지원을 해주시게 되었습니다.
얼마전 오빠를 통해 입금받은 금액은 신혼여행비의 두배 이상이였습니다.
예단비도 돌려받았는데, 신혼여행도 보내주시고, 많이 예뻐해주시는데
좋은 옷 입으라고, 남은 결혼준비 보태쓰라고 주신 금액은 예단비를 드린것 보다 많았습니다.
오빠는 제가 오빠 정장을 맞춰줬으니 나 옷해입으라 주신돈이라하지만
부담이 더 커서 그 돈은 다시 돌려드릴까 아님 나중에 예비 시댁 큰 행사때 사용할까 아직도 둘이 고민하고 있답니다.
이 날 결혼준비며 청첩장이며 준비하는게 너무 힘들어서..
생각보다 빨리 끝나지 않고 여러사람의 의견을 취합해 적용하고 수정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예비 시아버님의 계속되는 청첩장 수정요청에(워낙 바쁘신 편이셔서 놓치고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오빠한테 있는대로 짜증내고 화도내고 서러워서 울컥울컥했었는데..
예비 시부모님의 저를 무조건적으로 아끼며 챙겨주는 마음이나,
화 한번 안내고 다 이해해주고 늘 내가 더 힘들게 당연하다며 다독이는 오빠의 사랑에
스스로가 속이 좁고 옹졸하고, 혼자서 궁상떠는것 같아서 슬픈 마음도 들었습니다.
난 이렇게까지 무조건적인 사랑과 신뢰를 받을 아이가 아닌데
이 가족이 나에게 하는것 만큼 좋은 며느리, 좋은 아내가 되주진 못할것 같은데.. 라며
이제 걱정까지되기 시작하고 있어요, 너무 좋은 분들이라 죄스런 마음이 드는지..ㅠㅠ
예비시부모님 진짜 조금만 자랑하고 가고 싶었는데,
예랑이까지 덤으로 자랑 폭탄 던지고 가는것 같습니다. ㅠㅠ
쓰다보니 저도 모르게 자랑할게 많은지 장문의 글이 되어가는것 같아
이제 좀 말을 아껴야 될것 같아요 ㅎㅎㅎㅎ
얼마뒤면 혼례치르고 이 가족의 진짜 구성원이 되어 있을 저입니다.
저도 며느리 잘 얻었다, 우리 며느리 참 예쁘다라는 자랑을 할만한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