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저승사자’야. 그래. 한국에 있는 그대들이 죽을 때 만나는 「그 사람」이야.
나란 존재는 실은 사람이 아니야. 일종의 에너지에 가까운 존재이지.
나는 조금 억울해. 육체라는 물질이 힘을 다 소진하여, 거기에 깃든 ‘에너지’를
또 다른 길로 안내하는 역할에 충실하고 있을 뿐인데,
사람들은 나를 무서워 해. 하도 답답하여 왜 그렇게 무서워하냐고 물어보니,
지옥이란 곳에 자신을 데려다 준다고 생각하여,
나를 그렇게 무서워 했다나 어쨌다나.
지옥이란게 있는지 없는지 심지어 나도 모르는데,
살아있는 사람들이 「죽음」 너머에 있는 곳을 그리 잘 알까 싶어.
나는 어이가 없기도 해. 한 번은 한반도에서 일을 할 때,
사람들이 내가 검은색 도포를 입고, 하얗다 못해 허연 얼굴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고.
또 갓쓰고, 갓끈 질끈 맨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 ㅎㅎㅎ.
그래서 나보고 엄청무서워 하면서, 나를 멀리멀리 하지.
내가 나쁜 짓을 하는 것도 아닌데…
또 서양쪽에서 근무할 때는. 사람들이 나를 검은색 누더기 옷을 걸쳐입고,
뼈만 있는데다가 커다란 낫을 들고 사람들 목을 베러 다닌다고 해.
그리고 고맙게도 이름을 붙여주었어. “그림 리퍼”라고… ㅎㅎㅎ
이 얼마나 웃긴 이름인지.. 물론 ‘저승사자’도 못지 않지~~
대게 같은 지역에서 내가 보여지는 모습이 같긴 한데, 종교와 지역마다 약간은 다르더라.
그리스라는 곳에서는 스틱스강의 뱃사공인 ‘카론’으로 보인다나…
심지어 짐승으로도 보인단다.
불교를 믿는 사람들은 내가 ‘소’로 보인다나 어짼다나…
어느 곳에서는 내가 ‘개’로도 보인다는데…
야누비스라니 어쩌니 라는 이름을 붙여 놓았더라… 에휴…
참나 어이가 없어서…
다들 자기가 보고 싶은 모습으로 날 바라 봤으면서…
계속 말하다보니 어이가 없음을 넘어, 정말 화가 난다.
나를 있는 그대로 봐달라고!!
그리고, 에너지를 인도할 때, 나도 실수할 때 가 있지.
죽어야 할 사람이 아닌 옆집 사람이 죽는다던가 하는 그런 일들 말야.
사실, 그건 실수라기 보다는 자연스러운 결과일 뿐이야.
예를 들어 물이 한 쪽으로 쏠리면, 물은 평행상태를 유지할려고 하잖아.
그래서 과잉된 쪽에서 부족한 쪽으로 물이 흘러가지.
여기서 질문 하나 해도 돼?
너라면 물을 어떤 식으로 어떤 이유로 선택할꺼야?
효율을 생각하는 너라면 어떤 이유에서 선택하겠지.
그런데 우주는 그냥 선택해.
이유가 없어.
선택이 a, b 이렇게 2개가 있는데 둘 중에 하나를 아무 이유 없이 선택하는 거야.
어떤 사람들은 항변하겠지.
‘왜 하필 나 냐고, 왜 하필 나를 데려가야 하냐고?’
그 질문을 그대로 되돌려 주자면, ‘왜 하필 너가 태어났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해봐바.
그러면 ‘왜 나를 데려가야 하냐’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을 거야.
여튼 그 점에 대해서는 그냥 선택받은 거니깐, 미워할 이유도 없고 즐거워할 이유는 전혀 없어.
형제들은 같은 엄마 아빠에게서 태어났지만 모습이 다른 것처럼 이유는 알 수 없어.
어쩌면 다른 모습에 대한 이유를 어떻게든 찾을 수 도 있겠지.
그럴려면 내가 있는 이유까지 올라가야하고, 우주가 존재하는 이유를 알아야 하는 장대한 작업이야.
아참, 쭉 말을 하다보니깐 생각나는 게 있어.
우주 전체의 입장에서 보니깐, 요 최근들어 지구라는 별에 에너지들이 너무 흘러 넘치고 있어.
너라면 어떻게 할래?
응? 평형상태를 만들어서 안정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구?
그렇지? 내 생각도 그래.
에너지를 분산시켜 우주의 평행상태를 유지해야 할 것 같아.
특히 인간 생명에 깃든 에너지가 아주 크고 많으니, 데려가서 우주 저편 비어 있는 곳에 데려다 놔야겠어…
누구를 데려가야 하냐고?
아이참~ 왜 그리 모른척 해? ㅎㅎㅎ
이 글을 보고 있는 너가 있잖아~
출처 | 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