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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이고, 조금 기이할 뿐이지만, 같은 꿈을 꾸신분을 찾습니다.
게시물ID : panic_9053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가지구이
추천 : 10
조회수 : 2479회
댓글수 : 49개
등록시간 : 2016/09/08 15:22:33
꿈에 같은 장소가 반복되어 나타난 일이 있나요?
 
네, 저는 있습니다. 별 일 아니었습니다.
그저 깨고 난 후에, ‘어, 거기는 저번 꿈에 나왔던 곳이랑 비슷하지 않아?’ 생각하게 되는 정도였으니까요.
 아마도 제 상상력의 크기가 크지 않아 뇌가 재탕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달랐습니다. 꿈의 중반부터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이곳은 왔던 곳이라고. 
또 하나 깨달은 것, 그건 같은 장소와 같은 레퍼토리만 빌린 것이 아니라, 이곳에 재방문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이 저를 인지하고 있다는 느낌.
또 이곳은, 꿈을 장소로 치자면 저 이외의 사람들도 들어올 수 있는 곳이라는 느낌.
그래서 만약 같은 꿈을 꾸신 분이 계시다면 거기서 만났던 ‘그’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는 호기심에 글 남깁니다.
어떤 꿈의 내용이었는지 보시며 찬찬히 기억을 떠올려 주시기를.
 
 
한 장소로부터 시작됩니다.
시멘트인지 벽돌인지 모를 자제로 쌓아진 도서관 같은 건물인지, 아니면 그저 주택들의 모임으로 이루어진 마을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같은 꿈을 두 번 꾸어 혼선 된 것일 수 있습니다. 
무엇으로부터 혼란이 오는지는 모르겠으나, 네, 그것으로부터, 어두컴컴한 밤, 풀숲을 파헤치고, 물비린내를 맡으며 도망친다는 내용은 같았습니다.
 도망칠 때, 제 경우엔 단위를 이루고 있었다고 생각이 들지만, 도망치다가 마주한 회색 벽돌집의 나무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엔, 혼자였는지 누군가와 함께였는지 기억이 흐릿해집니다.
 
 
그 곳에 들어서서 정면을 바라보았을 때 왼편으로 들어온 문이 있고, 그쪽의 벽을 따라 주르륵 늘어선 최소 다섯 개로 보이는 퀸 사이즈 침대에, 제 키만 한 꼬맹이 도마뱀들이 누워있습니다.
이때부터 어렴풋이 꿨었던 꿈임을 인지합니다.
이 아이들, 자랐습니다. 처음 방문했을 때는 분명히 면포에 쌓인 아가들이었는데. 지금은 잠옷을 입고, 유모의 쉬잇 제스처에도 자지 않으려 방방 뛰고 있으니까요.
유모, 제 키보다 곱절은 큰, 바늘꽂이같이 빵실빵실한 분홍색 모자를 쓰고 에이프릴이 달린 하얀 앞치마를 한 것이 기억에 남는, 악어처럼 생긴 유모.
집을 무사히 나서려면, 무슨 이유에선지는 모르겠지만, 도마뱀들이 누워있는 침대의 가로 세워진, 요람의 나무 보호대 같은 것을 그들에게 들키지 않고 지나야했습니다.
처음 방문했을 때, 이건 문제도 아니었습니다.
다 아가들이고, 면포에 쌓여 움직이지도 못하니 제 멘탈만 부여잡고, 균형감각을 잃지 않은 채 건너면 그만이었지요.
허나 이번은 달랐습니다. 아이들은 자라 방방 뛰지, 이 아이들에게 저는 보이는지 안 보이는지 모르겠으나, 문에서 제일 가까운 곳의 도마뱀은 보호대를 잡다가 제 다리를 붙잡기도 했으니까요.
소스라치게 놀란 저는 이후로 줄곧 앞만 보며 뛰었습니다.
그러다가 마지막 아이가 있는 곳에서 침대로 떨어지고 말았죠.
악어유모는 제 팔뚝을 붙잡고 끌어올리더니 마치 뱀이 말하는 것처럼 빠르고 쉰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다음번엔 숨소리조차 내면 안 될거야, 이 아이들이 알아챌 거거든.”
 
통과하지 못했으니 한 번 더 이 일을 해야 하나 봅니다.
제 온 몸은 덜덜 떨리고 있었고, 정신이 온전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유모는 제게 “일단 쉬고 와야겠군.”이라는 말을 남기며, 저를 빛이 새어드는 문 쪽으로 떠밀었습니다.
 
 
문을 통과한 곳에서 마주한 (저택 같은)집은 제 기억을 좀 더 또렷하게 해주었습니다.
저번에 이곳에 왔을 땐, ‘침대 건너기’를 무사히 마치고, ‘미라’를 통과하지 못한 때였습니다.
그때는 들어선 그 집에 할머니 한 분만 계시고, 들어서서 왼쪽으로 있는 방에 ‘그’가 있었던 거 같았는데, 이번은 유난히 시끌벅적했습니다.
아마도 저를 포함하여 아홉 명은 있었을 겁니다.
할머니께선 또 저를 편하게 맞이해 주셨고, 어떤 여자는 자기가 미라에게 무언가 해줘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저는 다른 사람도 이곳에 들어올 수 있나하는 의심을 하게 됩니다.
‘침대 건너기’를 통과하면 만나는 ‘미라’를 그녀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잠시 생각에 차있던 저는 이내 왼쪽 방으로 들어가 ‘그’의 왼쪽에 앉았습니다.
지난번엔 쌀쌀 맞았었는데, 두 번째 만남이라 그런지 그의 표정이 부드러워보였습니다.
그는 은이나 금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는데, 전에 못 봤던 은반지 여러 개를 손에 끼고 있기에, 옆에 앉아서 아는 채하며 물었습니다.
저번의 금반지는 어디 갔냐고, 아마 중요한 물건이었던 거 같았는데 웬일로 빼고 있냐고요.
그러자 그가 오른쪽 바지주머니에서 반지를 꺼내 보여주고는 다시 집어넣었습니다.
금 실반지 가운데, 원석 같은 루비가 박힌 모양새. 저번에 봤던 그것이었습니다.
제 왼손엔 항상 끼고 다니는 실반지가 꿈에서도 어김없이 끼워져 있었는데, 저는 그 실반지를 그에게 보여줬습니다.
그도 무언가 보여줬으니 저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서였을까요? 아니면 그저 관심을 끌고 싶어서였을지도 모릅니다.
그가 제 반지에 관심을 보이자, 저는 그에게 “다음번에 오면 만들어줄게요.”했습니다.
 
이후론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사람과 떠들던 와중에, 누군가 뛰어와 그들이 오고 있다며, 인원수를 맞춰야한다고 난리가 났던 기억이 납니다.
저번에도 그들이 왔었는데, 그들은 제 생각에 관리인인거 같습니다. 원래 주민이 아닌 사람이 끼어있으면 인원수 관리를 위해 방문하는.
저번은 말했다시피 할머니 한 분과 그와 저만 있었기 때문에 괜찮았는데, 이번은 그 집의 사람들이 다 있었나봅니다.
 
“여덟 명으로 맞춰야해! 지금은 아홉 명이야!”
 
라는 소리를 들었으니까요.
저는 어디 숨어야할지도 모르겠고, 여기에 계속 있고 싶다는 생각에 가만히 버티고 서있었고, 이윽고 집에 들어온 관리인과 마주치고 말았습니다. 
그 중 가장 앞에 서있던 사람이 물었습니다.
 
“너는 누구지?”
 
지금 생각해보니, 이 집에서의 역할을 묻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몰랐던 저는 “손님입니다.” 대답할 수밖에 없었죠.
 
“손님이 있으면 안 된다고 했잖아!”
 
호통 치던 관리인이 다른 쪽에서 불러 잠시 간 와중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머리를 맞대고 ‘손님’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생각이 나지 않으면 저를 얼른 숨겨야했고요.
저는 ‘음식 간을 보는 사람’이라는 의견을 냈고, 그에 다들 동의하자, 한 소년이 자신이 떠나겠다고 말한 후 집을 뛰쳐나가 달렸습니다.
저만 그때 괜한 고집부리지 않고 꿈에서 깨어났더라면 그 소년은 남아있어도 되었을 텐데, 꿈에서 깬 후에야 소년에게 미안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제 기억은 여기까집니다.
꿈을 잘 꾸지 않는 제가 너무도 생생하게 기억한 재방문의 꿈.
혹시 ‘그 곳’에 가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그를 만난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그곳이 너무나도 좋습니다.
그리고 혹시 제가 그곳을 망친 것은 아닌지, 그 소년의 있을 곳을 빼앗을 것이 아닌지, 그 소년은 어떻게 됐는지, 그리고 ‘그’는 무사히 잘있는지 궁금합니다.
혹시 소식을 알고 계시는 분이 계시다면, 어떤 기억이라도 좋으니 비슷한 기억을 가지고 계신 분이 계시다면, 부디 제게 그 일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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