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람에 상처 받아 늘 우울함이 나를 감싸던 2008년의 어느 무더운 여름 밤이었다.
그러한 우울함을 온라인에서라도 위로 받고자 했던 나는 게임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다 급격히 몰려오는 피로감에 얼른 샤워를 끝내고 텅 빈 안방에 가 눈을 붙였다.
눈을 감고 누운지 얼마나 지났을까,
귓가를 맴도는 '삐-익 삐-----' 소리에 뒤쳑이기를 여러번.
안되겠다. 일어나 있자. 라고 마음먹고 일어서려는 순간 움직이지 않는 손과 발.
그리고 속삭임.
처음엔 웅얼웅얼 대던 소리가 점차 또렷해지더니
어린 아이의 목소리로
"나빴어. 그러면 안됐어. 너 정말 나빴어"
라며 나를 다그쳤다.
그 상황을 벗어나보려던 나의 발길질과 뒤척임이 얼마나 지났을까.
나를 다그치던 그 목소리는 "나빴어" 라는 말 한마디만 남기며 사라졌고, 난 여전히 그 말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2. 2009년 겨울의 어느 날.
평소처럼 이른 시간에 잠이 들어 새벽녘 화장실을 다녀온 후 다시 긴 잠에 빠져 있었다.
꿈 속에서 나는 아버지와 낯선 길을 걷고 있었다.
한참을 걷다 보니 길이 두 갈래로 나뉘었고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을 하며 아버지께 의견을 구하는 데 그 날따라 아버지께서 교회를 가야 한다며 왼쪽 길을 고집하셨다.
꿈이지만 어머니가 불교를 믿으시는데 왜 교회를 가자고 저러시나 생각을 하며 "왜 갑자기 교회를 가자고 그러세요?" 라머 묻자 그냥 가자며 내 팔을 부여 잡고 왼쪽 길로 끌고 가셨다.
꿈에서도 이대로 끌려가긴 싫었는지 "언제부터 우리가 교회를 다녔다고 그러시냐"며 있는 힘 없는 힘 다 쓰며 아버지를 끌어당겨 오른쪽 길로 향하자 나를 끌고 가던 아버지는 까만 연기가 되어 흩어졌고 곧 잠에서 깨게 되었다.
꿈속에서 얼마나 힘을 썼던지 일어날 때 자세를보니 팔을 굽힌 채 주먹을 꽉 쥐고 있던 모습이 제법 우스꽝 스러웠다.
3. 2014년 2월 어느 날.
급하게 이사를 하게 된 상황에 집은 구해지지 않고 기한은 다가와 스트레스가 최고조에 이르던 때.
모처럼 따뜻한 볕에 나도 모르게 선잠에 빠졌다.
얼마나 잤을까.
자고 있는 내 시선 그대로라 꿈인지 현실인지 모르는 상황에 멍해 있던 내 시야에 하얀 도포와 하얀 갓을 쓰고 수염을 길게 긴 국사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르신 네분이 천천히 거실을 걸어 앞 베란다 쪽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뭐지?' 라는 짧은 생각 후 움직여 보려 했지만 늘 그랬듯 몸은 움직이지 않고, 내 시선에서 어르신들이 사라진 후에야 움직 일 수 있었고, 놀란 가슴을 쓸어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