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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를 할 필요가 없는 시사인의 "분노한 남자들"
게시물ID : sisa_7604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cos
추천 : 4/67
조회수 : 2103회
댓글수 : 66개
등록시간 : 2016/09/10 20:24:24
어느날 오후, 시사주간지를 광고하는 전화를 받고, 머뭇거리고 있는데, 시사인이라고 한다. 난 그동안 시사인이 날려준 용기있는 기사들과, 암담한 한국의 저널리즘이 생각나, 내 집 주소를 불러주고 말았다. 

이 게시판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티셔츠 옆에 있는 타이틀 "분노한 남자들"에 분노했지만, 난 이 티셔츠에 새겨진 글귀가 싫어서 열어보지 않았다. "Girls do not need a prince"? 안타깝다. 이 문구가 한국 여성운동의 슬로건이라니 ... 아직 한국의 여성들의 가야할 길이 너무 멀게 느껴진다.

천관율 기자의 "정의의 파수꾼들?" 이라는 제하의 기사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건지 난 잘 모르겠다. 메갈리아의 6cm 게시글을 직접 읽어본 독자로써, 이 글을 읽고 정말 분노하는 남자들도 있었다는 것이 더 놀랍다. 이 기사에는 OECD 국가중 여성들의 경제적 지위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난 우리 주변의 여성들을 둘러 보고 논의를 했으면 한다. 

한국의 여성들만큼 수줍음을 많이 타는 여성들이 없다. 난 왜 이 분들이 보다 더 당당하지 못할까 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크다. 내 어머니가 그리고 내 누이와 딸들이 이제 보다 더 자신감있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는데, 다들 무엇인가에 눌려 있다. 이 글을 읽는 남성들이 과연 얼만큼 내 주변의 여성들을 내 동료 내 동반자로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었는지 묻고 싶다. 그러다 보니 이 여성 분들의 슬로건이 "Girls do not need a prince" 이다. 참 초라하다. 어디로 가겠다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고, 일단 문을 박차고 나온 인형의 집 로라처럼, 이제 막 자신들을 누르고 있던 알 수 없는 실체와 결별하는 단계인지도 모른다.

메갈리아에 올라오는 대부분의 글들이 해우소에서 끄적이는 낙서들이다. 억눌려 있는 젊은이들은 락이라는 해방구를 통해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락의 언어가 Trash 수준으로 더럽혀지는 것은 락이 불순하기 때문이 아니고, 우리들이 살고있는 시대가 더러운 것이다. 불결한 음식을 먹다 보니 배설물들의 악취가 심한 것이다. 메갈리아의 독설들에서 우린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모순이 어떤 방식을 여성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남충이라는 범주에 당연히 나도 포함된다. 메갈리아에서 난자당하는 한남충들을 보면서, 난 이 여성들이 한국이라는 사회에 살면서, 어떤 생각을 갖게 되는지가 흥미있었다. 그리고 이 사이트에서 파생되는 문제들은 한남충인 내가 개입해서 될 일이 아니고, 그들 내부에서 정리되어야 하는 것들이었다. 이 사이트에서 발굴해 낸 한남충은 사실 한국 남성에 실재하는 상이 아니고, 메갈리아의 여성들의 마음속에서 그들을 짓누르는 그들의 갈등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한남충은 내 것이 아니고, 메갈리아 여성들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시사인의 기사대로, 실재로 한국의 남성들이 바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인 것 같다. 천관율 기사의 글은 바로 이 것을 지적한 것이다. 

난 괴테가 한 이 말을 좋아한다. "가장 여성적인 것이 너를 구원할 것이다". 난 내 아내의 사랑이 없이는 생존하기가 어렵다. 이 한국 사회를 아프게 견디며 살고 있는 여성들이 힘들어 한다. 이 여성이 없이는 나도 살아가기 힘든 것이다. 참담한 메갈리아의 글을 보면서 함께 아파하는 것이 정답인 것 같다. 난 믿고 싶지 않지만, 이런 글들을 보면서 정말 분노한 남성이 있었다면, 그들은 어쩌면 정신적으로도 6cm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시사인, 끊지 말자. 한겨레, 경향, 오마이, 덮어 버리지 말자. 좀 더 넓고 큰 우군의 범주가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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