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날 참 경기 더럽게 풀어나가네요. 팬인 제가 보기에도 지나치다 싶은 부분이 있고, 또 은근슬쩍 주심의 덕을 많이 봤어요. 그래도 이기니까 기분은 좋네요.
결국 오늘 경기를 총평하면, 더럽게라도 이긴 팀과 어쩌지 못 하고 진 팀의 차이가 아닐까 싶군요.
그건 그렇고 아스날의 색채가 참 이상야릇해졌네요. 분명 좋은, 혹은 좋은데 저평가가 심한 선수들로 스쿼드를 꾸려서 우승권을 넘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시즌 초반이라 그런지 그 선수들이 아예 한 팀이란 생각이 안 들 정도로. 오늘 데뷔전을 치른 루카스 페레스는 자기 역할이 골 사냥인지 2선 지원인지 헷갈려하는 모습이었고 (이건 아스날 전술의 특징 때문이겠지만;) 산체스가 교체로 들어오기 전까진 제대로 된 공격전개가 나오지 않아서 기대해야 할 득점루트가 오로지 코너킥, 프리킥밖에 없는 상황. 산체스/지루의 교체투입 이후 상황이 좀 나아졌나 싶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맞지 않는 합... 신입생이 오자마자 선발출장하면서 예상된 문제점이긴 했지만, 그게 다소 과격하게 드러나니 당혹스럽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아스날이 얻은 것, 이 있다면, 그건 사우스햄튼처럼 역습을 노리는 팀을 상대로 라인을 올릴 수 있게 됐다는 사실. 전적으로 젊고 빠르고 힘 세고 튼튼한 센터백 쉬코드란 무스타피의 영입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지요. 사실 아예 라인 내리고 두 줄 수비를 펼쳐서 제일 앞에는 최전방 공격수 한 명만 덜렁 서 있는 팀들- 저번 시즌의 아스톤빌라 같은 팀들을 상대로 하면 메르테자커-코시엘니 조합을 가동하고도 라인을 올릴 수 있었죠. 역습으로 나올 선수가 기껏해야 하나에서 둘, 많아야 셋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사우스햄튼이나 레스터처럼 강렬한 역습라인을 가동하기 위해 선수 일부를 전방배치하는 선수비 후역습 팀을 상대로는 메르테자커의 느린 발이 언제나 고질적인 약점... 인지라 라인을 높일 수 없었고, 그래서 중원에서 압박을 강력하게 시도할 수도, 중원 싸움에 센터백들이 은근슬쩍 힘을 보탤 수도 없었죠.
무스타피는 메르테자커의 약점을 보완하면서 동시에 메르테자커가 도울 수 없었던 부분, 즉 중원에서의 힘싸움 가담 및 3선에서의 선제 수비라는 새로운 선택지를 주는 좋은 영입인 것 같습니다.
페레스는... 일단 다른 선수들하고 손발 좀 더 맞춰야 할 듯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