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시길.. 주말들 잘 지내고 계신지요? 저는 이번주 잦은 음주로 토요일이 너무 반갑더군요.
그래서 아침에 늦잠도 자고, 오후에 낮잠도 자고... 했더니 어제밤에 잠이 안오데요 ㅎㅎ
요즘엔 자출도 통 안하고 해서, 자전거 타는 법 까먹을까 걱정되어 오밤중에 출발을 했습니다.
선선한 밤공기가 여름이 다 지나갔음을 확인시켜줍니다.
12시 조금 넘은시간, 밤에 나오니 길에 차가 별로 없습니다. 야랴의 매력이죠 ㅎ
탄천에 들어서서 슬렁슬렁 페달을 돌립니다. 여름은 지났지만 벌레들은 그대론가봅니다. 저리가!~~~@!@!
제 2 롯데가 보이고, 양재천 지나 종합운동장 쯤에서 목을 축이며 고민에 빠집니다.
이제 고만 돌아가? 아님 좀 더 타볼까?
요즘 주말에 여의도에서 푸드트럭 시장 열린다는데, 만원짜리 스테이크가 맛있다더만..
네, 스테이크의 유혹에 넘어간 저는 여의도로 방향을 잡습니다. 소고기.. 아흙~ +_+
중간에 반미니를 지나치는데.. 반미니는 새벽 2시에도 바글바글 합니다.
여의도 도착! 63빌딩아 올만이야, 근데 너 이 근처에서 열린다는 야시장 못봤니?
읭? 머라? 그거 11시 까지라고? 아, 그럼 나 집에서 출발하기도 전에 이미 끝났던거네?
...OTL
무계획에 즉흥적인 행동은 이렇게나 참담한 결과를 선물해줍니다.
스테이크는 사라졌지만, 제겐 마눌님이 준비해준 샌드위치가 있습니다. 후훗 +_+
맛납니다.
분명 저녁을 먹고 출발 했는데, 이놈에 뱃속은 무한육면각체 같습니다.
샌드위치 4개 중 식빵 끝부분으로 만든거 2개 있으니 잘 골라서 가라던 마눌님 말씀이 떠오릅니다.
가져온 2개 모두 끝부분으로 되어 있습니다. 아.. 하얗고 보드라운 식빵 속살이 그립습니다.
한개를 다 먹고 두개째를 처리하는 중.. 노숙을 업으로 하시는 장발의 형님이 저를 뚫어져라 쳐다보시며 지나가십니다.
아.. 형님.. 한 5분만 빨리 뵈었어도 식빡 끝으로 만든 퍽퍽하기 그지없는 샌드위치를 드셨을텐데 말입니다...
차마 먹던걸 드릴수는 없어서 조용히 외면합니다. ( ; - _- )
샌드위치 2개가 이렇게나 배가 부르군요... 하나만 먹을껄, 욕심이 과했습니다.
조금 더 앉아 소화도 좀 시키며 다시 고민합니다.
인천으로 가볼까? 집으로 갈까?
인천엔 뭐가 있지? 음.. 야시장도 끝난 이 시간에 거기 간다고 다른 뭔가가 있겠냐, 집에 가자.
하고 용인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샌드위치를 너무 많이 먹었나봅니다. 배가 아픕니다.
그래도 무시하고 탑니다. 이번엔 허벅지가 아픕니다.
너무 오랜만에 타서 그런가보다.. 하는 찰나에, 나방 한마리가 고글 틈 사이로 들어와 박힙니다.
아나 이런 XX, 난 누가 총이라도 쏜 줄 알았네, 이렇게 큰 놈이 이 좁은 틈으로 어떻게 들어왔지, 왜 안 떨어져 젠장,
낙차 안한게 다행이다, 얘네 비듬 눈에 들어가면 실명한다는데 어쩌지 등등...
한 2, 3초 동안 별생각을 다 하며 잠시 멈춰서 고글 벗고 나방님을 살려드립니다.
고글을 벗었으면 날라가셔야 되는데, 이분 제 미간에 자리를 잡고 안가십니다. 제 미간이 넓고 평평하긴 하죠.
별 수 없이 손으로 고이 잡아 버려드립니다. 으~~ 소름끼치는 촉감이에요 -_-
참, 세삼스럽습니다.
물가에서 자전거 타면서.. 날파리는 먹어도 보고, 코로 마셔도 보고, 머리카락 사이 사이에 모셔서 집에 함께 오기도 하고,
날개달린 숫개미들 인가요? 그녀석들 짝짓기 철 되면 한 수천마리가 군대군대 때로 모여서 날아다니는데, 이분들 중에
제 옷 속으로 들어오셔서는 자기 짝짖기 하러 가야 되는데 너땜에 글렀다며 사정없이 물어대던 그런 분들도 계셨고..
잠자리가 박치기를 하기도 하고, 뱀이 길막도 한 적은 있지만..
나방이 고글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미간에서 쉬어가신건 또 첨이네요.
앞으로 또 어떤 곤충님과 어떤 로맨스를 벌일지.. 기대됩니다.
놀란 마음 진정시키며 다시 슬렁슬렁 출발 합니다.
오, 양재천 쯤에서 너구리님을 뵙습니다. 그것도 2마리나.. 겨울 준비는 잘 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100Km 5시간 걸렸네요. 중간에 식량 보급으로 1시간을 쉬었군요 ㅎㅎ
네, 도착해서 씻고 자고 좀전에 일어났습니다. ㅋ
이렇게 일요일이 가네요.. 그럼 남은 주말 행복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