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게가 원래도 재미없는 게시판일 수밖에 없지만,
그냥 담답한 분들의 질문과 짤막한 답변 댓글들만 횡행한 것 같아서
그나마 '유머'에 가까운 글을 올리려고 한 번 써봅니다.
사람들이 '변호사'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으로 '형사변호사'일텐데요,
실제로는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형사 사건은 잘 안하고,
국선변호사들이 대부분 형사사건을 전담합니다.
어쨌든 주제로 넘어가서, 일반인 상상하는 형사 변호사와 실제 변호사의 삶은 어떻게 다른지를 한 번 알아보죳!!!
Q. 평소에 법정에서 제일 자주 하는 말은 '이의 있습니다'일까요??
A. 아니요. 가장 많이 하는 말은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선처를 바랍니다'입니다 ㅋㅋㅋㅋ
실제로 재판할 때 저는 거의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는 자세로 재판을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허리가 새우처럼 휘었답니다. ㅠㅠ (허리가 활처럼 휜 것은 아닙니다 ㅋㅋㅋ)
Q. 열심히 피고인의 무죄를 다투어서 무죄를 받으시곤 하나요??
A. 국선변호인이 아니라 돈주고 사선변호인을 선임하는 분들이 과연........
농담입니다. ㅋㅋㅋ 실제로 검찰이 유죄라고 판단해서 재판으로 넘긴 경우의
무죄비율은 2~3%에 불과하답니다(검찰도 바보가 아닌지라 당연).
저도 일부분의 무죄를 다투는 게 대부분이고, 일부 무죄만 받아본 적이 있을정도로
'무죄'를 받는 경우란 거의 없습니다.
Q. 경찰 조사 받으면서 변호인과 막 상의해서 대답하고 그러나요?
A. 미드를 너무 많이 보셨습니다. 검사느님에게 그럴 수 없습니다 ㅋㅋㅋ(농담입니다)
요즘엔 경찰/검찰의 조사과정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 것이보편화 되었고,
법률시장의 경쟁심화로 변호사들이 수사에 입회하는 비율이 많이 늘었습니다만,
결국 조사는 당사자가 받는 것이고, 법률상으로도 변호인의 법률적 조언을 들을 수 있는 것이지,
변호인이 대신 답해준다든지, 모든 질문에 대해 변호인과 상의를 한다든지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영화나 미드에서는 원사이드미러 옆에서 멋지게 서있다가 피의자에게 막 조언을 해주지만,
현실은 피의자 옆에서 프로레슬링에서나 쓰일법한 간이 철제 의자에 구겨져 앉아서
그냥 조사받는 걸 지켜볼 뿐입니다. ㅠㅠ 간혹 너무 오래 조사를 하면
"좀 쉬었다 하시죠"라고 이야기하는 정도??? ㅋㅋㅋ
(사실 의견 진술을 하는 경우도 꽤나 있습니다만 어쨌든 미드랑은 다릅니다 미드랑은!!!)
Q. 범죄자를 변호하는 데에 회의감을 느낀 적은 없나요???
A. 실제로는 윤리적 갈등을 느낄 새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고객이 그냥 '진상'이 아니라, '범죄자'입니다.
(정확히는 범죄의 혐의가 있는 사람이기는 하지만요)
얼마나 손님맞이가 피곤할지 예상이 되시나요??? ㅋㅋㅋㅋㅋㅋㅋ
윤리적 갈등 이전에 '아 XX 그냥 얘는 감옥이나 갔으면 좋겠다'란
맘이 자주 들고는 한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제가 변호한다고 딱히 범죄자가 죄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어서,
윤리적 갈등은 전혀 없는데, 왠지 제가 챙피하거나 그런 경우는 많이 있습니다.
성범죄 사건을 변호하거나 택도 아닌 주장(술에 취해서 그만..... 등)을 할 때가
특히 창피해서 더더욱 고개를 숙여서 새우등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Q. 최악의 의뢰인은 누구인가요???
A. 물론 돈 안주는 의뢰인도 그렇겠습니다만, 현실적으로는 '형님들'이 제일 무섭습니다.
ㄷㄷㄷㄷㄷㄷ 판결날 되면 제가 산에 파묻히는 게 상상이 되곤 합니다만 ㄷㄷㄷㄷ
Q. 제일 보람찬 경우는 언제인가요??
A. 보람이란 걸 원한다면 이 짓 못합니다 ㅋㅋㅋㅋㅋ
가끔 무죄(재판)나 혐의없음(검찰)을 받으면 기분이 좋다가도
이게 보람찬 게 맞나 싶어서 뭔가 회의가 드는게 ㅋㅋㅋㅋ
암튼 나 아니면 어차피 누가 할 짓이라 하는거지 보람은 상조회사에나....
쓰다보니 내용은 하나도 없는데 시간만 엄청 잡아먹는군요 ㅠㅠ
댓글 Q&A로 더욱 알차게 꾸미도록 하겠습니다. ㅋㅋㅋ(은근슬쩍 회원들에게 공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