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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연애 1
게시물ID : love_107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이름없습니까
추천 : 0
조회수 : 25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9/13 13:2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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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그게 언제인지 점점 생각나지 않는다. 엄청나게 오래된 일도 아니었고 또 이렇게 금방 잊어버릴만한 일도 아니었는데,... 너무나도 쉽게 나는 그 일을 지워가고 있었다. 딱히 지우려고 노력한 것도 아니었다. 단지 시간만 그 때보다 3년이 흘렀을 뿐이었는데 내 머릿속에서는 그 때의 기억이 점점 사라져간다. 기억을 돌이키려 술을 한잔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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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평범한 고등학교 생활을 마치고 들어온 대학생활이 몸에 젖어있을 때였다. 군대를 다녀온 후 학교에 남은 것은 우중충한 예비역들뿐이었고 그렇게 2년이 흘렀다.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시간은 참 잘도 흘러간다.

사람들은 시간이 그들에게 생각보다 의미 없이 흘러갔음을 한탄하며 날마다 소주잔을 비운다.

나 역시 그들 중 하나였다. 아니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그 날도 이제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나의 동료들과 학교 근처 술집에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제 우리도 4학년이네. 시간 진짜 빠르다. 빨라.”

“그러게나 말이다.”

“근데 말이다...오늘도 이 말로 술자리를 시작하는 구나.”

언제나 술자리에서 나오는 말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술잔을 한 잔 비우면 한숨과 함께 저 말이 튀어나온다. 그렇다보니 술자리가 있을 때마다 누가해도 이상하지 않은 그런 말이 되어버렸지만 이 말은 우리를 점점 목졸라갔다.

친구들의 한탄을 들으며 술잔에 술을 따랐다.

“딸랑”

“안녕하세요.”

가게 문에 걸어놓은 경풍이 경쾌하게 울리며 한 무리의 학생들이 들어왔다. 지독히도 맛없는 안주를 내 놓는 - 하지만 가격이 저렴했기 때문에 돈이 없는 우리들에겐 그나마 천국이었다. - 이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이 있다니. 옆에 있던 친구 녀석이 조심스레 속삭였다.

“이 가게에 오는 사람이 또 있다니 신기할 노릇이구만.”

다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동안 나는 들어온 사람들이 누군가 하며 슬쩍 살펴보았다. 대학가에서 흔히 보이는 그런 학생들이었다. 신경을 끄고 다시 술잔을 들었다.

“ 산다는 건 그런 거지~ 수지맞는 장사잖소~...”

때마침 가게 주인이 음악을 틀어주었는데 그게 참 절묘했다. 하고 많은 노래 중에 하필 ‘김국환의 타타타’를 틀어주는 게 뭐냐. 센스하고는. 참다못한 친구 한 명이 주인에게 말했다.

“아저씨! 노래가 너무 우울하잖아요!”

친구의 분노 섞인 말에 아저씨는 한 마디 툭 던졌다.

“그럼 학생이 주인 하던가.”

가뜩이나 우울했던 분위기가 더 축 처졌다. 하늘도 노래를 듣고 우울했는지 비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창문을 때리는 비를 바라보면서 술을 넘겼다.

“크으. 쓰다 써.”

알코올 냄새가 화악 퍼지면서 내 머릿속으로 들어갔다.

“딸랑”

알코올냄새에 취해있을 때 다시 경쾌한 경풍소리가 들리며 한 여학생이 들어왔다. 아까 들어온 학생들과 친구인지 그 쪽으로 정겹게 인사하며 자리에 앉았다. 공교롭게도 그녀는 나와 마주보게 되는 자리에 앉았다.

취업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까?

아니면 군대 때문에 여자친구와 헤어진 후 내 오장육부에 쌓인 외로움 때문일까?

나는 내 맞은편에 보이는 그녀에게서 눈을 땔 수 없었다.

왜일까? 너무나도 평범한 여학생인데.

이제 그만 볼까 하는 찰나에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동그란 눈. 그 동그란 눈 속의 새까만 눈동자가 내 시야에 들어왔다.
술기운 때문일까? 아니면 기분이 좋아서 일까? 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며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 지금도 생각하면 그 때 왜 웃음이 나왔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 그러고는 바로 바로 고개를 친구 쪽으로 돌렸다. 하지만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휘저었다. 무의식적으로 술을 먹으며 무너진 댐에서 쏟아져 나오는 물처럼 나의 머리 속으로 그녀와 눈을 마주친 그 순간의 기억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머릿속과 심장이 폭발할 듯 발광했다.

“야. 나 몸이 아까부터 안 좋아서 먼저 들어간다. 잘들 놀아라.”

“야! 미쳤어? 이제 시작인데? 너 답지 않게 왜 그러냐?”

“미안. 먼저 갈께.”

친구들에게 대충 핑계를 대고 가게를 빠져나왔다. 나가기 전에 다시 그녀를 보았지만 아까와 같은 우연은 없었다. 담배를 물고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걸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봐왔던 그런 장면은 현실에선 연출되지 않았다.

“썩을. 그러면 그렇지.”

비에 젖은 담배 맛이 유난히 씁쓸했다.

<>

비를 맞으며 들어간 가게에는 내 친구들과 다른 칙칙한 남학생 한 무리만이 있었다. 이 가게에 오는 사람들이 또 있었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

“안녕~ 늦어서 미안!”

“우리도 도착한지 얼마 안됐어. 저기 앉아.”

친구들에게 용서를 구하며 빈자리에 앉았다. 옷에 묻은 비를 털어내고 있자니 묘한 시선이 느껴졌다. 뭘까 하고 주위를 둘러보다가 자신의 맞은편에 다른 테이블에 앉아있는 남학생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는 사람이야?”

“아니. 그냥 이런 가게에 오는 사람이 또 있나 싶어서.”

“하긴 그렇지. 나도 우리만 오는 줄 알았는데 말이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얼굴. 그러다가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나를 쳐다보는 그의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보게 되었다.

“피식.”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언제였지. 이런 감정을 느껴본적이. 작년에 성격차이로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 나중에 그가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을 알았다. - 양초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린 내 심장이 그의 붉어진 얼굴로 인해 다시 녹는 것 같았다. 그도 나와 같은 마음일까? 아마도 그랬으니 계속 나와 눈을 마주치고 있겠지.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져 고개를 창 밖으로 돌렸다. 더 그의 얼굴을 보면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나 어떡해.’

사람이 기분이 좋으면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는 사실을 직접 깨닫게 되었다.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은 옅은 미소로 가득 차있었다. 창 밖을 보고 있는 나를 보고 친구가 말했다.

“뭐해? 술 안마시고! 아까부터 너 좀 이상하다! 뭔 일 있지?”

“아니야! 비 오는데 우산 없어서 그랬지..”

마음을 진정 시키고 고개를 돌리고 다시 그를 보려 했을 때 그는 자리에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나 더워서 그러니까 잠깐 문 밖에 나가 있을께.”

가게 밖으로 나가봤지만 구슬프게 내리는 비만 내 시야를 채웠다.

“아. 가버렸어.”

그는 그렇게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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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시니 조금씩 기억이 떠올랐다. 그런 일이 있었지.
그 후 가까스로 취업을 했고 벌써 3년이란 시간이 흘러버렸다. 그녀의 환상 때문일까? 그 이후로 3년 동안 애인 없이 지내왔다.
오늘은 마지막으로 그 때의 추억을 떠올리고 싶어 그 가게에 왔다. 여전히 맛없는 안주에 주인 맘대로 틀어주는 음악들. 변함없는 것들. 마지막 소주 한잔을 마시자 머리가 핑 돌았다.

“딸랑”

알코올에 취해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가게 문이 열리며 경쾌한 경풍소리가 났다. 그리고 주인아저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누군가 싶어 고개를 들어 쳐다보았다. 문 앞에는 3년 전 그 여학생이 나와 똑같이 얼굴이 붉어진 채로 눈물을 흘리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내게 말했다.
 
“오래 기다렸죠.”

<>

이제 학교도 졸업이다. 그를 다시 보기 위해 몇 번 가게에 들렀지만 언제나 맛없는 안주와 센스 없는 주인아저씨의 DJ 솜씨만 보고 돌아갔다. 그렇게 3년이 흘렀고 결국 지금까지 - 결국 난 그 가게의 최고 단골손님이 되었다. - 오게 되었다. 그러나 부모님의 압박 때문에 졸업 후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었고 오늘 마지막으로 그 가게에 들르기로 했다.

그 때의 추억에 잠기며 천천히 가게를 향하고 있는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일기예보는 못 믿겠다니깐.’
비가 더 심해지는 것 같아서 가게로 급히 뛰어갔다.

“딸랑”

“안녕하세요.”

“어~ 오랜만이네.”

“네~ 이제 졸업이라 그 전에 한 번 들러봤어요.”

“그래? 이거 내 팬이 또 한 명 줄었네 그려. 허허.”

“하하. 아저씨도 참.”

아저씨의 넉살 좋은 농담을 듣고 고개를 앞으로 돌렸을 때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가 붉어진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그에게 인사하자 그는 웃으면서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니요. 얼마 안 기다렸어요.”
출처 내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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