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관련 이야기가 많아서 그냥 개인경험 적어 봅니다.
동남아 한 섬나라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며 자랐는데,
2002년경 6.5SR 규모의 지진및 1주일 안에 해당 지진의 여진까지 두차례나 경험한적이
있습니다.
새벽 2시경이었어요...
여느날과 같이 잘 자고 있었는데, 그냥 아무 이유없이 문뜩 잠에서 깨었습니다.
정말 아무이유없이 눈이 떠졌는데, 눈뜨고 1~2초가 지나자 땅과 침대가
가로로 왔다갔다 하며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놀이동산에 놀이기구가 서서히 가동할때의 느낌처럼,
육중한 규모의 기계들이 집 아래 설치되어 서서히 저희집을 오른쪽 왼쪽으로
흔드는 듣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아... 지진이구나 하고 알아채기가 무섭게 지진이 확실하다고 알려주려는냥
온집이 매우 강하고 세차게 양옆으로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마어마한 공포가 온몸을 지배해 버리는데엔 채1초도 걸리지 않았고
서서히 가구들이 흔들리며 내는 삐그덕 소리와 콘크리트 벽이 갈라지는 듣한
"뻐걱" 하는 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출타중이셨던 아버지와 형들빼고 집에는 1층에 제가, 2층에 어머니가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어머니에게 달려가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지만,
문제는 온세상이 흔들리고 엄청난 공포감에 몸이 그냥 얼어붙어 버려
손가락도 하나 까딱할 수가 없었습니다.
공포에 휩싸여 당황하고 있던 순간은 채 4~5초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가슴속으로 탄식의 한숨을 내뱉으며 빨리 끝나라, 빨리 끝나라를 되내이며
얼어붙은채 기다렸지만, 지진은 6초, 7초 까지도 계속되었고,
이제는 천정이 무너지겠구나, 죽었구나... 하는 생각이 온몸을 지배하며
또 다른 단계의 공포에 세계로 저를 납치해 갔습니다.
찰나같은 순간에 2층에 계신 어머니는 얼마나 더 무서우실까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고, 이내 움직일 수 없는 서러움에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여전히 몸은 얼어붙은 채로 신음소리 하나 내지 못하고 악마의 심판이 끝나기만을
사정하듯 기다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우리집이 맞나 싶을 정도로 생전 들어보지 못한 불안한 소리들이 계속
고막을 때리며 저를 고문했고 진짜 죽는구나 싶은 생각이 든채로 지진은
5초가량 더 진행되었습니다.
불규칙하게 끓어 오르던 용암이 다시 진정하기로 결정 했는지,
집은 무너지지 않았고, 제몸에 걸려있던 "얼음" 주문도 풀리는듯 했습니다.
용기를 내어 방바닥에 발을 짚었고, 여진들이 계속 진행 중임에도
땅이 꺼지지 않았음에 안도하며, 미친듯이 계단을 뛰어올라 어머니방문을 열었습니다.
어머니 역시 침대에 얼어붙은채 울고 계실뿐, 그 어디로도 숨지 못하셨습니다.
그나라에 살며 1년에 적어도 지진을 2번 정도는 겪으며, 우와, 재밌다, 신기하다,
라는 느낌으로 지내왔었었는데, 그날밤은 정말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기분이었습니다.
다행이 집은 무너지지 않았고, 가구들도 제자리에 있었습니다.
다만 수도관이 어디서 금이가서 누수가 되는지, 사람을 불러 누수부위를 찾고 고치는데만
보름이 걸렸던 기억이 있네요.
그일이 있었던 다음주에, 비행기를 타고 타도시로 이동을 하였는데,
해당 지진에 여진이 그 쪽 도시로 전파되어 또 한번 지진을 느꼈습니다.
1주만에 두번이나 강진을 느꼈던 것인데, 두번째에는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해
크게 놀라지는 않았지만, 그 진동할때의 그 느낌은 마치 지진악마가 있었다면,
저에게 "숨을 수 있다고 생각했나?" 하며 속삭이던 느낌이였습니다.
자연 앞에 인간은 정말 작은 존재인것 같습니다.
정작 그 상황에 처하면 엄청난 공포에 사로잡혀 움직일 수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 공포감이 실감이 안나신다면, 지금 바로 내 눈앞에 배고픈 호랑이나 사자 또는
Grizzly Bear가 한발한발 나에게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보다 50배 가량은
더욱 공포스럽다고 확신합니다.
화재는 어떻게 대피훈련을 하고, 잘 대처하면, 운이 좋아 살 수도 있지만...
강진엔 진짜 답이 없는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