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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오해영을 보니 떠오르는 올미다
게시물ID : humorbest_12569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숨이차도록
추천 : 23
조회수 : 3115회
댓글수 : 4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6/05/25 19:09:44
원본글 작성시간 : 2016/05/24 13:25:58
*또오해영,  월요일을  기다리게  합니다.
일요일이  끝나갈  때 '아싸! 싶습니다.
좋냐?  그렇게  좋냐?   이러는  남편도  겜  하다  말구  슬금슬금  웃습디다.
볼수록,  역시  올미다야!!   이  생각이 거듭  드는  거지요.
간만에  묵은  글  한  번  읽어  보니. . .멋쩍기도  하지만  걍  함  퍼와봅니다.
저처럼  올미다를  좋아했을  사람이  어디  한둘이었겠어요.
혼자  쓰구  읽던  거라  반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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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는  굳은  살이  박히지  않아>
  
일년에서 조금 모자란, 총 232회의 올드미스 다이어리를 단 며칠 동안에 걸쳐 완주해 버렸다. 입술이 부르틀 정도의 수면부족으로 머리는 멍하나 마음의 떨림은 멈춰지지 않는다. 어? 뭐야? 이거 웃기네, 낄낄......그렇게 시작했던 드라마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웃음보다 눈물이 앞지르더니  자~이 장면에서는 웃어라, 하는 의도가 뻔한 장면에서도 쉬지 않고 눈물이 흘렀다. 
232회, 1년이 살짝 안 되는 기간의 이 드라마는 영상 매체에서 다룰 수 있는 그 모든 쟝르를 다 담아냈다. 
올미다는 시트콤이라고도 멜로라고도 호러라고도 로맨틱 코미디라고도 역사물이라고도 성장드라마라고도 할 수 있기도 하며 없기도 하다. 
하나의 쟝르로 불리기에는 너무도 많은 것이 맺혀 있고 각각의 쟝르에 따라 새로운 감상이 가능하기도 한 드라마가 올미다다. 그러니 올미다는 그저 올미다일 수밖에 없다.  

*** <사람들> 
올미다에는 특별한 주인공이 없다. 표면상으로는 예지원+지현우가 각각 여자주인공, 남자주인공이라 할만 하겠지만 드라마는 절대 이 둘만의 이야기에 각별하지 않다. 고정 출연자들 전부에 골고루 시선을 돌리며 그들의 살아감을 보여준다.

 1. 먼저, 쌍문동 최부록 일가를 보자. 쌍문동 쓰레빠 큰할머니, 뿌드득 관절의 작은할머니, 깜빡깜빡 막내할머니 이 셋은 최미자, 김지영, 오윤아로 대표되는 올드미스의 또다른 모습이다. 바르지 못 한 것에 불끈, 욕과 쓰레빠 날리기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참지 못 하는 큰할머니의 76년 인생은 아들 최부록과 손녀 최미자의 모습을 통해 그 삶의 진정성을 충분히 전달한다. 마음엔 굳은살이 박히지 않아....미자의 결혼을 앞두고 할머니들과의 대화에서 큰할머니가 말한다. 
그러나, 기실 우리 주변엔 딱딱하게 굳은살로 마음을 휘감은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한, 하나밖에 없는 딸도 미국에 있는 외롭고 아픈 작은할머니. 참고만 사는 생은 오해를 만나기도, 손해를 사기도 쉽다. 그 참음이 본인의 의지가 아닌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더 억울하고 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성 내고 덤벼야할 상황에서 아무 것도 하지 못 한 듯 하여도 귤을 짓이기는 드러나지 않는 분노도 간직한 인내다. 
작은할머니의 고물수집, 할머니가 모은 것이 어디 고물이었으랴. 버려진 물건들 속에 담겨진 각각의 사연들, 그 마음들이었을 게다. 
17세에 마음의 나이가 멈춰진 막내할머니를 두고 큰할머니는 말했다. 철이 들지 않으려면 아예 저것처럼 들지 않아야 해, 우리들처럼 어중간하게 철 들면 힘만 들지. 믿기지 않는 건망증으로 허구헌날 혼나고 혼나지만 그 건망증이 할머니의 삶을 행복한 것으로 만든다. 
잊고 싶은데 잊지 못 한 것들이 너무 많아 생은 때때로 얼마나 지난하던가. 
최부록, 미자의 아버지다. 아니, 우리들 아버지의 모습이다. 일찌감치 홀애비가 된 그가 재혼하지 못 했던 이유란 딸 미자에게 새엄마가 생기는 것이 어떨까에 대해 판단하지 못 했던 데 있었다. 자신의 인생이 메인이 되지 못 한 것은 이름 부록 탓일지도 몰라, 하며 자조하지만 최부록식으로 사는 이를 찾기란 힘이 들다. 
아버지, 엄마란 그것을 소리내어 발음하는 것만으로도 아프고 죄송하다. 최부록일가의 살림꾼 우현 외삼촌. 외견상 그의 인생은 참으로 별 볼일 없다.(막판 역전이 있기야 했지만)  
그러나 작은 것에 눈 돌릴 수 있는, 아픈 것에 마음 기울일 수 있는 우현, 미자에게 그는 외삼촌이었으나 우현에게 있어서 미자는 딸이었을 것이고 그러니 그는 미자엄마이기도 했다. 우현에 관한 사족하나를 달자면, 연세대 84학번, 학생회 사회부장의 이력. 그러니 말 다했다, 팬해 줄 거다.

 2. 최미자와 친구들 
최미자의 15년지기 김지영, 오윤아는 사실 일상에서는 보기 힘든 여자들이다. 둘다 전문직으로 외모나 직업이 일단 평범함에서는 비껴 서 있다. 세 여자의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연상되었던 이들은 섹스 & 시티와 프렌즈의 여자들. 어느 쪽이 더 매력적이었다라고 평가하기란 어렵지만은 우리의 세 여자들에 더 몰입될 수 있었던 것이야 당연한 것이었다. 
김지영, 어리광도 잘 부리고 단순하지만 실제로는 오윤아와 최미자의 중간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친구. 가끔 티격태격 마음 상하기도 하겠지만 친구를 둔다면 김지영 같은 친구를 갖고 싶다. 
10년 동안 한 남자에 올인할 수 있는 한결 같은 마음, 절대 쉽지 않아! 쿨하고 세련된 매력적인 여자 오윤아.
 오윤아가 드라마 속에서 매력녀일 수밖에 없는 이유란 그 세련됨 속에서도 속물스러울 수 있어서였다. 마냥 쿨하기만 하면 사람 냄새 맡기 다소 힘들지 않겠나. 
그녀들의 남자, 장동직과 김정민. 그녀들의 남자였기에 빛날 수 있었던 것 말해 무엇하랴. 김정민의 캐릭터가 상당히 매력적으로 평가되는 듯 한데 나라면 어서 가주세요, 하고 손사레를 쳤지 싶다. 애인으로 제일 골치 아픈 스타일 아니더냐. -_-; 바람둥이여서가 아니라 모든 여자에게 골고루 잘 하는 남자란, 정작 애인된 입장에서는 피곤하고 지칠 뿐이다.  
3. 최미자 & 지PD, 그들의 사랑. 드라마를 보면서 돌아본 나의 모습은 최미자랑 참 닮아 있었다. 
사실, 널린 게 최미자스러운 여자들이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나도 툭하면 망상에 빠지고, 망상에 의해 삐지고, 다투기를 수도 없이 했다. 김지영의 닭살 애교도, 오윤아의 쿨함도 내게는 도저히 불가능한 기교인지라 최미자에 더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출연자들이 모두 자신의 이름 그대로였음에도 유독 예지원만 미자였던 것도 어쩔 수 없었으리라. 입에 발린 소리 절대 못 하고 빨간불만 켜지는 고장난 신호등은 제끼고 파란불에서만 건너야 하는 지PD. 
장인과 커플핼멧을 쓰고 달릴 수 있는 지PD. 뭐 이런 남자 정말 드라마니깐 볼 수 있었던 거겠지만은 사랑스럽고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아무리 쭉쭉 길고 잘 빠진 연기자들 봤어도 착한 기럭지라는 평가까지는 가지 못 했는데 아아, 지현우 정말 착한 기럭지더라.  여자는 맹하고 불끈하나 뒷끝이 없어 남자한테 잘 요리되고 남자는 차가워 보이나 마음이 여려 여자한테 잘 요리되니 서로가 서로에게 잘 요리되는 보기 드문 짝이다. 한 마디로 찰떡궁합이라 하겠다.  함에 들어 있던 혼서의 내용이다. 남녀의 사귐에 있어 요리되기 보다는 요리하려고 들기가 쉽다. 나또한 내뜻대로 되지 않아 삐지고 투닥거렸다. 서로의 마음을 읽고 서로의 뜻대로 움직일 수 있었으니 그들의 사랑이 그렇게나 이쁘고 사랑스러웠던 것이겠다. 

 <이래서 올미다가 좋다> 
 1. 올미다가 눈물 흘리게 하는 이유 한 줄 한 줄 타이핑을 하면서 좀 울었다. 울려고 운 것이 아니라 그냥 흐르는 눈물. 처음엔 그저 꺅꺅 웃으며 시작했으나 보면 볼수록 웃어야 하는 대목에서도 눈물이 흘렀던 것은 그들의 역사를 지켜봤기 때문이다. 임현식의 <미자야> 하고 부르는 소리에 담긴 숱한 사연, 할머니들의 연애사와 고단한 흔적들까지도 지켜봤기에 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싸가지 지PD가 싸가지를 털어내는 그 성장을 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모습이 어디 드라마 속의 모습 뿐이랴. 슬쩍 주변을 둘러 보면 어디서고 볼 수 있는, 볼 수 있었던 모습이기도 하다. 다만, 너무 각팍해져서 자꾸 잊고, 버렸던 모습들이었을 뿐이다.  

2. 이런 대사 대체 누가 쓰고, 이런 연출 대체 누가 하나. 대본: 유남경, 이남규, 임수미, 김지선, 김수진 연출: 김석윤, 이상용, 신원호, 김상미. 이처럼 엄청난 말장난의 향연을 본 적이 없다. 이처럼 엄청나게 마음을 움직이는 대사를 들은 적이 없다. 이처럼 엄청나게 창의적인 욕을 들어본 적도 없다. 그 대사들과 행간을 적확하게 전달해준 연출도 느껴본 적이 없다. 뻐꾸기 소리가 이렇게 맹한 것인 줄도 몰랐다. 출연자들의 연기도 엄청났지만은 그들의 연기가, 그들 하나하나가 그렇게나 개성 있을 수 있었던 것은 대본과 연출의 힘이었으리. 아, 훌륭하신 아홉 분!

 *** 앞에서 올미다는 올미다일 뿐 그 어떤 쟝르로도 규정할 수 없다고 썼다. 올미다를 보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는 '해학'이었다.  드라마를 보고 해죽해죽거려 본 적은 있으나 대화를 해본 적은 없었다. 개그를 보고 소리내서 웃어본 적도 없었다. 올미다를 보면서 나는 소리내서 웃기 시작, 아 미치겠다를 수도 없이 말하다가, 죽겠네 정말하고 감탄했으며 꺽꺽 소리내서 울기까지 했다.
 04년도에 시작 05년 늦가을에 끝난 올미다, 내가 04년도에 올미다를 알았더라면 애진작에 게임을 끊을 수 있었을 거다. 이제라도 봤으니 다행이다만 그 전에 미리 보지 못 한 것이 참으로 원통하다. 아아, 올미다 만세!
 
출처 이제는 폐업  중인  오래전  내  블로그,  2007년 12월의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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