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0대 후반 직장여성입니다. 글이 길어질 거 같은데 읽고 의견 부탁드립니다.
명절 다가오면서 시댁 방문에 대한 이슈가 많아지네요..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와 최근 그 문제로 의견차이가 나서
다른 분들 의견 여쭙고자 어렵게 글 씁니다.
인터넷에 글 써본 적이 없어서 어떤 의견들을 주실까 궁금하기도 하고..
혹시라도 절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까 걱정되기도 하네요.
이런 이야기 하는 게 결국은 제 얼굴에 침뱉기니
주변사람들에게 자꾸 물어보기도 그래서 글을 쓰게 되었어요.
남자친구랑은 대학 초반에 만났고, 2년 넘게 사귀다 공백이 있었고
최근에 다시 만나 결혼 얘기가 오가는 상황입니다.
양가 부모님께 인사드린 건 아니고 둘만 그런 얘기를 하고 있어요.
전 부모님의 부모님의 부모님부터 서울에서 나고 자란 뒤 서울에 직장을 잡은 서울 토박이고,
어렸을 적엔 해외에서 몇년 살고 왔는데 시댁이나 이런거에 대해 많은 거부감도 없고
그냥 '남편 될 사람의 집'이정도의 생각만 있어요. 무조건 나쁜분들도 아니고
그냥 사람들이고 만나뵙고 가까워져야 될 새로운 사람? 정도 입니다.
물론 어르신들 일테니 제가 공경하고 예의있게 대해야 되는 분들이라고 생각하고요.
남자친구는 서울기준 4~5시간 거리의 지방 출신으로 부모님께선 그곳에서 농사를 하고 계십니다.
대학가며 본가에서 나와 자취하며 살았고 (학교는 경기도)
지금은 인천이 아닌 광역시 중 하나에서 직장을 잡아 그곳에서 살고 있어요.
예전 연애때도 그랬고 주말에만 보는 나름? 장거리 커플 입니다.
전 1남 1녀 막내딸이고, 남자친구는 2남 2녀 막내아들이에요.
형님께는 조금 사정이 있어서 남자친구는 본인이 집안의 아들로서
부모님께 효도하고 잘 해드려야 겠다는 책임감을 약간은 가지고 있고요.
유복하진 않지만 화목하고 따뜻한 가족이라고 느껴요.
누나 두분도 결혼하셨고 정식으로 만나뵌 적은 없지만 까탈스럽지 않으신 분들 같습니다.
발단은 지난 주에 티비를 함께 보는데 고추밭에서 농사짖는 장면이 나왔어요.
티비를 보다가 제게 '결혼하면 우리집 와서 자기도 저거 도와줘야 돼' 라고 하더라구요.
전 살짝 당황스러워서 '응?? 고추밭?' 이러면서 좀 난색을 표했어요.
밭이 많이 크진 않고 식구들 김장김치 할 정도의 고추농사만 한다..
가족들 다 도와주고 있는데 너 혼자만 안하고 있으면 그것도 좀 그럴테니 하는 말이다.. 라고 하는데
사실 많이 당혹스러웠어요. 그런데 추가적으로 하는 말이
결혼하고 나면 한 달에 한번은 시댁에 가서 부모님도 뵙고 일손도 도와드리자고 하더라구요.
그 말에 전 너무 놀라서..
저 : 응??? 한 달에 한번은 너무 많아~ 주말엔 쉬고 우리 시간도 가져야지
남 : 그러니까 한 달에 한번만 가는거지~
이런 식으로 그렇게 가는게 전혀 많이 가는거라는 생각을 안하더라구요.
오히려, 본인은 결혼하고 나면 내가 일주일에 한 번씩 친정가고 싶어할 꺼 같아서
배려해서 달 중에 한번만 시댁에 가자고 제안한거라고 하는데.. 생각이 정말 다르구나 싶어요
저희 집은 완벽한 핵가족이고, 설이나 추석도 잘 안챙겨요..
명절때는 하루만 큰집에 가고 (큰집도 싸웠어서 10년동안 왕래가 없엇어요..ㅠㅠㅠ;;)
연휴 중 다른 날은 각자 할 꺼 하고 쉬면서 명절을 보냈어서.. 김치도 사먹거나 정말 우리집 먹을 5포기? 정도만 담궈본 수준..
저도 이게 보통의 가정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결혼을 약속하게 된다면 제가 불편함도 감수하고 맞춰줘야 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한 달에 한번씩 몇시간씩 운전해서 내려가고 농사일 돕고 하는게 쉽지는 않을 거 같아서요. 해본 적도 없고
제가 너무 힘들것 같다고 하니, 월요일에 월차를 써서 다녀오고 쉬면 되지 않냐고 반문하는데
점점 고민이 깊어지네요.
그 얘기 듣고 놀라서,
시댁 방문하는 거랑 관련해서 어짜피 맞춰봐야 할 부분이니,
내가 더 알아야 할 것들이 뭐가 있냐고 물어보니
한달에 한번 방문 + 명절 2번 + 제사 4번 + 김장 1번
이렇게 제가 방문해주길 원하고 있더라구요.
물론 명절이 겹치면 한달 방문일수는 거기서 포함이 되겠지만
그 사실도 사실이고 이걸 이렇게 제게 당당하게 요구하는 모습에서
저랑 자라온 환경이 정말 다르고 가치관도 많이 다르구나- 느꼈어요.
결혼하면 효자가 된다고 하던데
이정도는 보통 다들 생각하고 계신건지,
이 문제에 대해서 서로 얘기 많이 해봤는데
한 달에 한번 가는게 많은 게 아니다 - 란 생각은 변함이 없고
너가 싫다면 자긴 혼자서라도 가겠다. 란 입장이네요.
오히려 거기에 불편함을 느끼고 부담스러워 하는 제가
본인 입장에선 섭섭하고 자기를 사랑하는 마음이 부족해 보여 불안하대요.
남자친구랑 다시 힘들게 만난거고,
전 정말 잘해보고 맞춰보고 싶은데 그쪽 부모님께서 한 달에 한번 오라고 말씀하신 것도 아닌데ㅋㅋ
벌써부터 제게 이러는 남자친구 모습에서 제 마음이 지침을 느껴요. 중간 역활을 못 할꺼 같은 느낌..
제가 왜 제 마음을 몰라 주냐고 하면.. 너무 바라는게 많다 난 니가 원하는 거 다 못해준다 그런 남자가 아니다
이런 말로 마무리되고..ㅠㅠ 엊그제도 시댁 방문 문제로 얘기하다가 결국은
'왜 나의 요구를 못들어줘서 날 불안하게 만드니'... 뭐 이런식
싸움 방식도 논제에서 흐려지는 경우가 많고, 싫은 감정을 표현하는게 서툴러서 원하는 부분을 꼭 집어 얘기하지 못하고
혼자 답답해하는게 많은 사람같아서 싸우다 보면 그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거나 입을 닫아버리거나
제게 못하겠다라든지 넌 너무 어렵다 이런 식의 모진 말을 해요.
이번에도 이 일이 계기가 되어서 싸우다 보니 또 그런말이 나왔는데,
그럴 때마다 '마음이 힘들고 답답하다고 그런 소리 함부로 하지 말아라..
오빠 어떤 맘인지 안다. 내가 계속 잡아는 줄께 그런데 그렇게 계속 하지 말아달라'
라고 다독이는 편인데 저도 힘듭니다.
싸우는 방식은 맞춰가면 된다고 생각해서 10월달에 같이 성격검사랑 예비부부 상담도 받기로 했거든요.
그렇게 서로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시댁문제나.. 가치관 문제는 사실 살아온 환경 차이가 크기 때문에
극복하고 맞춰갈 수 있을지가 고민입니다. 맞춰가는 과정에서도 제가 점점 지치고요.
친한 친구 한 명은
너가 혼자가 되고 결혼을 못할까봐 이사람이랑 계속 사귄다면
자긴 도시락 싸들고 반대하고 싶다고.. 그러고
사람은 다들 맞춰가며 산다고 생각해서 노력하고 있던건데
애초에 저랑 너무 다른 사람을 힘들게 맞춰가며 연애하고 있나 생각도 들어요.
전 아이도 아직은 낳기 싫을 정도로..
개인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인데, 남자친구한테 이 말을 하면
결혼하면 나중에 바뀌겠지~ 라는 생각 같아요.
물론 바뀔 수도 있겠지만 자꾸 머리속에 생각이 많아져요.
답답한 마음에 글 쓰다보니 답은 나와있는데 동조를 얻고자 물어보는 그런 여타의 사연 글 같네요.
이십대 후반이란 나이에 괜히 조급함을 느끼는건지
지금 상황에서 탈출하고 싶어서 그런건지 (지금 직장이 너무 힘들거든요.)
냉정하게 생각해봐야 하는데 어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