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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투더코아의 詐欺 列傳]22.위공자열전(魏公子列傳)
게시물ID : history_125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투더코아
추천 : 11
조회수 : 943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3/11/16 14:31:42
투더코아의 詐欺 列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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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공자열전(魏公子列傳)
 
연이어지는 전국시대 사공자의 이야기중 세번째로 위공자열전을 살펴보게 되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네명의 군자중에 이 위공자 신릉군 무기를 가장 선호한다.
네명의 군자가 모두 선비들을 사랑하고 국가를 위해 노심초사 했던것은 다 같지만
조금씩 인품이나 기질의 차이를 느낄수 있는데 그중에 가장 맘에 드는 인물이 바로 이 신릉군이다.
그 이유는 다른 공자들에 비해 낮은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신분의 귀천을 따지지 않고 저잣거리의
도박꾼이나 작부집 기둥서방.또는 개백정이나 성문의 문지기까지도 격의없이 사귀고 존중하는 그의 태도가 맘에 들었기 때문이다.
신릉군은 위나라 왕의 명을 거역하고 온몸을 던져 조나라를 구했으니 이는 오로지 의(義) 하나만을 바라본것이요
그러면서도 조나라에서 어떠한 보상도 받지 않고 고고한 이름을 남겼으니
가히 사공자중 으뜸이라 할만 하다고 사마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마천과 의견이 일치하기는 참으로 오랫만인것 같다.
 
부귀한 몸으로 빈천한 선비들에게 겸손하고, 현명하고 유능하면서도 못난사람에게 무릎을 꿇었던것은
오로지 신릉군만이 할수 있었다.
지금부터 신릉군에대해 이야기 해보기로 한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절부구조(竊符救趙)
 
위나라 공자 무기(無忌)는 위소왕의 막내아들이며 위안리왕(安釐王)의 배다른 아우이다.
소왕이 죽고 안리왕이 즉위해서 공자무기를 신릉군에 봉했다.
신릉군은 성격이 공손하고 선비를 좋아했다.
그래서 그는 항상 선비를 대하는데 자기태도에 잘못이 없는지 항상 조심했다.
그러한 성격을 잘 나타내는 일화 하나를 소개해 보겠다.
 
신릉군이 어느날 아침 밥을 먹고 있었다.
그때 매 에게 쫓긴 비둘기 한마리가 너무 다급한 나머지 신릉군의 밥상으로 내려왔다.
신릉군은 얼른 소매로 감싸 비둘기를 숨겨 줬다.
잠시후 매가 물러가는것을 확인한 신릉군은 그 비둘기를 놓아주었다.
그러나 매는 다른곳으로 간것이 아니고 지붕 꼭대기에 숨어 있었는데
비둘기가 날아오르는 것을 보고 곧장 달려들에 순식간에 비둘기를 낚아채갔다.
이를본 신릉군은 매우 괴로워 하였다.
"비둘기는 나를 믿고 자기 몸을 맡겼는데 결국 매에게 잡혀 먹히고 말았구나..
이는 나의 잘못이다."
신릉군 공자무기는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고 괴로워 하다가 좌우의 사람들에게 분부했다.
"너희는 모두 나가서 매를 보는대로 모두 잡아들여라."
이래서 사람들이 매를 백여마리를 잡아서 새장에 넣어 공자무기에게 바쳤다.
공자무기가 새장속의 매들을 바라보고 말했다.
"비둘기를 잡아먹은 매는 단 한마리다. 내 어찌 이 많은 매들을 다 벌할수 있겠는가."
공자무기가 칼을뽑아 새장위에 놓고 하늘을 우러러 축원했다.
"그 비둘기를 잡아먹지 않은 매들은 어서 슬피 울어라. 내 너희를 풀어주겠다."
그러자 모든 매가 일제히 울기 시작했다.
그중 한마리만은 머리를 깊이 숙이고 꼼짝도 하지 않았으며 소리내어 울지도 않았다.
이에 공자무기는 그 매 만을 잡아 죽이고 나머지 매 들을 다 날려보냈다.
 
이 소문이 널리퍼지자 사람들이 공자무기를 찬탄했다.
"공자무기는 비둘기 한마리에 대해서도 그렇게 가슴아파하고 신의를 지키는데
하물며 사람들에게는 어떠하겠는가?"
그후 천하의 선비들이 모드 공자무기의 문하로 몰려들었다.
공자무기는 그들을 어리석건 현명하건간에 차별하지 않고 모두 극진히 대접했다.
이래서 위나라 공자무기 의 문하에 식객이 삼천에 이르렀다.
천하 사람들이 신릉군 공자 무기를 어진 사람이라고 칭송했다.
 
어느날 신릉군이 위안리왕과 쌍륙(박博?)을 놀고 있었다.
그때 병사 하나가 다급히 뛰어들어와서 고했다.
"북방 국경에 봉화불이 올랐습니다.
"무어라? 조나라가 쳐들어 왔다는 말이냐?"
"조나가 군대가 급습해서 우리 국경을 돌파 하려는듯 합니다."
위안리왕은 크게 놀라 안절부절 하며 신릉군에게 어찌해야 할지를 물었다.
그러나 신릉군은 눈하나 깜짝 않고 말했다.
"별일 아니니 놀던 쌍륙이나 계속 하시지요.."
"조나라가 쳐들어 온다는데 신릉군은 걱정도 안되시오?"
왕이 크게 역정을 내었다.
그러나 신릉군은 차분한 목소리로 왕에게 말했다.
"이것은 그저 조나라 왕이 사냥을 나온것일 뿐입니다."
과연 잠시후 다른 병사가 뛰어들어와서 말했다.
"침공이 아니고 조나라 왕의 사냥 행차라고 합니다."
위왕은 다행이라 맘을 쓸어 내리면서도 속으로 매우 놀랐다.
"신릉군께선 그것을 어찌 아셨소?"
"그야 평소부터 그정도 움직임은 모두 꿰 뚫고 있습니다.
신의 문객중에 조왕의 측근에서 제게 모든것을 알려주는 첩자가 있습니다."
위안리왕은 공자가 현명하다는것에대해 놀랍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였다.
그래서 위왕은 신릉군에게 국정을 맡기기를 꺼려하였다.
 
이때에 위나라에 한 숨은 현인이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후영 이었다.
그는 대량성의 이문(夷問)에서 문지기를 하고 있었다.
그의 나이는 70여 세였는데 집이 매우 가난하였지만 청렴결백한 선비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후영을 존대해서 후생 이라고 불렀다.
신릉군은 후생이 현명하단 말을 듣고 후한 예물을 준비해 찾아가서 사귀기를 청하였다.
그러나 후생은 그 예물을 받지 않고 거절하였다.
 
신릉군은 자기집으로 돌아가서 생각했다.
'내 장차 크게 잔치를 벌이고 후생을 모셔다가 대접 해야겠다'
신릉군은 집안사람들을 시켜서 성대한 잔치를 준비하게 하고 위나라의 고관대작은 물론
유명한 명사들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초청했다.
이튿날 아침부터 초청을 받은 종실들과 장상들과 귀빈들이 신릉군의 부중에 다 모여들었다.
신릉군의 문객인 선비들도 모두 참석햇다.
그런데 맨위 상석 하나만이 자리가 비어 있었다.
신릉군이 좌중의 손님들에게 말했다.
"이 상석에 앉으실 손님을 모셔올테니 여러분은 잠시 기다리십시오."
이에 신릉군은 친히 수레를 몰고 이문 으로 가서 후생에게 잔치에 참석해줄것을 간곡히 청했다.
후생이 허락하고 수레에 오르자 상석인 왼쪽자리에 후생을 앉히고
신릉군이 오른쪽에 앉아 직접 수레를 몰았다.
 
이때 후생이 신릉군에게 말했다.
내 친구 주해라는 사람이 시장에서 개고기 장사를 하는데 내가 잠시 볼일이 있으니
잠시 그곳에 들렀다가 갑시다."
신릉군이 흔쾌히 대답하고 시장으로 수레를 몰았다.
시장에 도착하자 후생이 수레를 멈추게 하고 신릉군에게 말했다.
"여기서 잠시 기다리십시오 내 금방 다녀 오겠습니다."
후생은 주해의 집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후생은 주해와 마주 앉아서 히히덕 거리며 상위의 개고기를 먹으며 별 쓸데없는 이야기만 나누고 있었다.
그러나 문 앞에 서서 기다리던 신릉군은 온화한 미소만 지을뿐 전혀 재촉하거나 화내지 않고 기다렸다.
그러자 신릉군을 따라온 시종자들과 주변의 시장 상인들이 쑥덕거리며 후생을 욕하고 수근거렸다.
"늙은것이 고귀한 대군을 밖에 세워두고 퍼질러 앉아 세월없는 소리만 지껄이고 있으니 이게 무슨 해괴한 일인가?"
그러나 공자무기는 조금도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시종자들에게 주의를 주고 조용히 말고삐를 잡고
서서 기다렸다.
한참후에야 이야기를 마친 후생이 밖으로 나와서 다시 천연덕스럽게 수레에 올랐다.
신릉군이 수레를 몰고 나온것이 점심때가 되기 전이었는데 후생을 모시고 다시 부중으로  돌아온것이
저녁때가 다 돼서였다.
그동안에 모든 귀빈들은 ,
"신릉군이 얼마나 귀한 손님을 모시고 오는데 우리를 이렇게 기다리게 하는가?
아마도 어느 대국의 사신이라도 오는가 보다."
라고 생각하며 음식도 못먹고 시장함을 참고 있었다.
 
이때 신릉군이 한 손님을 모시고 잔칫자리로 들어왔다.
손님들은 일제히 일어나서 공손히 주인과 손님을 맞이했다.
그런데 들어오는 손님을 보니 머리는 백발이 성성하고 의관은 남루했다.
 
신릉군이 귀빈들에게 소개했다.
"이분은 이문의 문지기이신 후생 선생님이십니다."
그리고는 공손하게 후생을 상석으로 모셨다.
후생도 천연덕스럽게 거리낌 없이 상석에가서 앉았다.
신릉군은 금술잔에 좋은술을 가득 따루어 후생에게 바치며 "상수합시오" 라고 축수했다.
후생이 그 잔을 받아 마시고 대답을 했다.
"저는 비천한 문지기에 불과한 늙은이인데 이처럼 과분한 대접을 해주시니 감사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주제넘게도 그런 과분함을 사양치 않고 이런 융숭한 대우를 받는것은
대군께서 선비를 존경하는 높은 덕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 였습니다."
이말을 들은 모든 귀빈들은 속으로
"돼먹지 못한 늙은이가 별 주제넘은 소리를 다 한다." 하고 후생을 비웃었다.
 
잔치가 파하고 손님들이 모두 돌아간뒤 후생이 신릉군에게 상석을 양보하고 엎드려 절하며 사과 했다.
"오늘 제가 대군께 무례를 범한것은 대군을 시험해본것 입니다.
저는 문지기에 불과한데도 대군께서는 수레를 몰고 저를 찾아 주셨습니다.
또 누추한 시장바닥에 대군을 오랫동안 세워놓았습니다.
장터의 수많은 사람들은 저와 주해가 누구인지 알고 대군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장터와 잔칫자리의 사람들은 저를 욕했을 것이고 대군을 칭송했을 것입니다.
이는 대군이 선비를 사랑하는 마음을 천하에 널리 알리기 위해 한 일이니 너그럽게 용서해 주십시오."
신릉군이 후생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선생의 깊은 뜻을 저도 몰랐습니다.
스스로를 낮추면서까지 저의 명성을 높여 주시는 큰 뜻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라며 후생에게 깊이 감사했다.
 
후생이 다시 말했다.
"낮에 들럿던 푸줏간의 주해는 현명한 사람입니다. 개백정이라고 해서 예사로 보면 안됩니다."
"제가 빈객으로 모실테니 소개를 해 주십시오."
"그는 성격이 괴팍해서 대군께 무례하게 굴지도 모릅니다."
 
신릉군은 그후 여러차례 시장에 가서 주해에게 사귈것을 정중히 청했지만
주해는 그때마다 거절하고 만나주질 않았다.
그러나 신릉군은 전혀 개의치 않고 더욱 주해를 공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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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에 맹상군이 제나라를 떠나 위나라에 와서 오로지 신릉군에게 의탁하고 있었다.
두사람은 서로 뜻이 맞아서 서로 존경하기에 이르렀다.
이야말로 옛말에 <뜻이 맞으면 서로 응하고 마음이 맞으면 서로 만난다.> 라는 격이었다.
 
원래 맹상군은 조나라 평원군 조승과도 친분이 각별했다.
그래서 맹상군의 주선으로 평원군과 신릉군도 친분을 맺게 되었다.
그 후로는 세 공자가 서로 연락하고 존경하며, 그리워하는 편지가 그치칠 않았다.
마침내 신릉군은 자기의 친 누이를 평원군 조승과 결혼 시키고 처남 매부지간이 되었다.
맹상군은 그들 사이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였고 그후 위나라에서는 맹상군을 정승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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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리왕2년 진나라가 장평땅에서 조나라군대40만을 몰살한 이후 한단땅을 포위하여 들어왔다.
다급해진 조나라 평원군 조승은 위안리왕과 자기의 처남인 신릉군에게 편지를 보내서 구원을 요청했다.
위안리왕은 원래 나약하고 겁이 많으며 무능했다.
그래서 위왕은 진나라가 두려워 조나라를 도와주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이웃나라에서 모른척 할수도 없어 장수 진비에게 십만의 군사를 내주어 조나라를 돕도록 했다.
그런데 이것을 안 진나라 소왕이 위나라로 사신을 보내어 말을 전했다.
"우리 진나라가 국력을 기울여 조나라를 공격하여 이제 내일 조석이면 항복을 받을수 있는데
이때에 무엇때문에 위나라가 나서서 나의 앞길을 막는것이오?
만일 위나라가 조나라를 돕는다면 우리 진나라는 조나라를 친후에 위나라로 군대를 돌려
쑥대밭을 만들어 놓고 말겠소."
 
이런 서신을 받은 위안리왕은 깜짝 놀라서 장수 진비에게 사신을 보내어 진격을 멈추고 업땅에 누벽을 쌓고 대기하라고 명하였다.
"조나라를 구원하는척 하고 관망하라. 양쪽의 전세를 보고 나서 판단하겠다."
그래서 결국 조나라의 도움을 받지 못한 위나라는 풍전등화의 위기에 빠졌다.
그러자 평원군 조승은 처남인 신릉군에게 재차 편지를 보내 다급함을 알리고 신릉군을 책망했다.
 
평원군의 책망을 들은 신릉군은 다급하여 위왕을 설득했다.
"조나라가 망하면 다음은 우리 위나라입니다.
의리를 생각해서라도 조나라를 도와 주어야만 합니다."
그러나 위왕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남의 나라 도와주려다 내나라가 망하게 생겼는데 날보고 어쩌라는거요?
나는 진나라가 두려워서 조나라를 구원해 줄수 없소."
위안리왕은 생각은 확고했다.
할수없이 궁을 물러나온 신릉군은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여 말했다.
 
"나는 의리상 조나라와 평원군을 그냥 둘수 없다.
왕이 허락하지 않으니 나 혼자라도 가서 그들을 도와 진나라와 싸우다가 죽을것이다."
신릉군이 병차를 준비하고 떠날 차비를 하자 문하의 선비들도 함께 가겠다고 따라나서니 그 수가 일천에 이르렀다.
신릉군이 이문으로 후생을 찾아가 출전을 고하고 작별인사를 했다.
그러나 후생은 따라나서지 않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군께서는 하시는일에 힘써 행하십시오 저는 늙어서 따라갈수 없습니다.
그러나 아무 계책없이 떠나는것은 범의 아가리에 고기를 던져주는것과 같습니다."
"그럼 무슨 계책이 있겠소?"
"장군 진비의 절부가 대왕의 침소에 있다고 하는데 그것을 알고 계십니까?"
"그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 병부를 가져올수는 없소.
왕의 침소에는 아무도 들어갈 수가 없으니.."
"지금 왕의 총애를 가장 확실히 받는 여인이 여희 입니다."
"그건 사실입니다만.."
"오직 여희 만이 그 절부를 훔쳐내올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희가 그걸 훔쳐 줄리가 있습니까?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대군께서 지난날 여희의 원한을 갚아준일을 잊으셨습니까?
수년전 여희의 아버지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했을때 삼년이 넘도록 그 범인을 잡지 못해서
괴로워 했지 않습니까?
그때 대군께서 문객을 풀어 그 범인을 잡아 목을 베어 그 머리를 여희에게 보내지 않으셨습니까?"
"아..그런일이 있었지요...."
"여희는 그때의 일로 대군께 깊이 감격했을겁니다.
이제 대군께서 여희에게 부탁을 하신다면 여희는 죽음을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대군의 청을 꼭 들어줄것입니다."
"부탁은 해보겠습니다만..절부를 훔쳐내면 그땐 어찌해야 겠습니까?
"대군께서는 그 절부를 가지고 즉시로 진비에게 가셔서 진비의 군대를 탈취 하십시오.
그래서 조나라를 구하고 진나라 군대를 물리친다면 이것이 만전지계이며
소위 오패의 공 이라 할수 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신릉군은 마치 황홀한 꿈에서 깨어난듯 했다.
 
신릉군은 내궁으로 찾아가서 평소 잘 알고 지내던 내시 안은 에게 슬며시 부탁 했다.
안은 에게 신릉군의 말을 전해들은 여희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내 아버지의 원수를 갚아주신 신릉군의 부탁이라면 나는 불속이라도 뛰어들 것이다.
내어찌 사양할리 있겠는가?"
 
이날밤 여희는 침소에 든 위왕에게 술을 잔뜩 먹이고 위왕이 골아떨어진 사이에 마침내 절부를 훔쳐서
내시 안은에게 내줬다.
절부를 손에 넣은 신릉군이 길을 떠나려 할때 후생이 다시 찾아왔다.
"장수가 군중에 싰을때는 왕의 명령도 듣지 않는경우가 있는데 만약 대군께서 진비에게 절부를 보여줘도 진비가 군사를 양도하지 않으면 어쩌시겠습니까?"
"과연 그럴수도 있겠군요..그럼 제가 어찌해야 합니까?"
"진비가 복종하지 않으면 그를 죽여야 합니다."
"그는 충신이고 아무 죄도 없는데 어찌 죽인단 말이오?"
"대군께서는 일을 망치려 하십니까?
작은 일에 얽매이다가 천하 대사를 그르칠까 두렵습니다.
제가 이미 주해에게 말해뒀으니 대군께선 주해를 데리고 가십시오. 주해는 천하장사이니 반드시 쓸모가 있을것입니다."
신릉군이 승락하자 후생이 말을 이었다.
"저는 의리상 마땅히 대군을 따라가야 하지만 이미 너무 늙었기때문에 갈수가 없습니다.
그대신 넋이 되어 대군의 앞길을 축원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후생은 신릉군의 병차 앞에서 칼로 목을 찌르고 죽었다.
깜짝놀란 신릉군이 병차에서 뛰어내려 말리려 했으나 이미 늦은 일이었다.
신릉군은 후생의 유족들에게 많은 재물을 하사하고 눈물을 흘리며 후생의 뜻을 기렸다.
 
드디어 신릉군이 병차를 몰고 휘하의 문인들을 거느리고 주해와 함께 조나라로 떠났다.
업 땅에 도착한 신릉군은 장수 진비에게 절부를 내보이며 말했다.
"장군께서 오랫동안 외방에서 수고하셨으니 이제 나에게 군대를 맡기고 조나라로 돌아가시오."
그러나 백전노장 진비는 뭔가 수상하다고 생각했다.
<왕께서 나에게 십만군사를 주어 조나라를 돕도록 하셨는데 그동안 내가 큰실수는 범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나를 소환 하신다니 매우 이상하다.
또 절부 하나만으로는 믿을수 없다. 신릉군은 왕의 교서도 없이 달랑 절부 하나만을 가져오지 않았는가?>
이렇게 생각한 진비는 시간을 끌기위해 신릉군에게 말했다.
"대군은 며칠 만 기다리시오.그러면 제가 군사들의 명부를 다 작성해서 드리겠소."
"지금 조나라 한단성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였는데 어느여가에 시간을 지체한단 말이오?"
"그래도 이런법은 없소.나는 대왕의 뜻을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군대를 내줄수 없소이다."
그때 주해가 앞으로 나섰다.
"장군은 왕명을 받고온 우리를 믿지 못하는거요?
왕의 명령을 따르지 않으니 당신은 역적이오!"
진비가 눈을 부릅뜨고 외친다.
"네놈은 누구인데 함부로 주둥아리를 놀리느냐?"
주해는 대답을 하지 않고 번개처럼 철퇴를 휘둘러 진비의 머리를 내리쳤다.
그 철퇴의 무게는 40근이었다.
진비는 그 당장에 머리가 깨져서 죽어자빠졌다.
 
진릉군이 병부를 높이 치켜들고 주위 장수들에게 말했다.
"나는 왕명을 받고 왔다. 그런데 진비장군이 왕명을 거역하였기에 죽여버린것이다.
그러니 삼군은 동요치 말고 나의 명령을 따르라.
만일 경거망동 하는자가 있으면 극형에 처하겠다."
 
전군을 장악한 신릉군은 크게 잔치를 벌여 군사들을 배불리 먹이고 선포했다.
"너희중에 부자가 함께 복무하는자가 있으면 그 아비는 집으로 돌아가라.
또 형제가 함께 복무하는 자가있으면 그 형은 집으로 돌아가라.
형제가 없는 독자는 역시 집으로 돌아가서 부모를 섬겨라.
몸이 아픈자는 신고하면 의약을 베풀에 치료를 해주겠다."
이런 말을 들은 위나라 군사들은 사기가 올라 환호했다.
이에 약 2만정도가 고국으로 돌아가고 8만의 정병이 남았다.
 
신릉군이 8만의 군사를 몰아 물밀듯이 진나라의 군영을 쳐들어가니 진나라 장군 왕홀은 당황하여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패하였다.
신릉군의 위나라군대가 당도했단 말을 들은 조나라의 평원군은 성 안의 군사들을 일제히 몰고나와
진나라 군사를 협공했다.
두 나라의 목숨을 건 협공에 진나라의 왕홀은 군사의 반을 잃고 분수 까지 달아났다.
이렇게 해서 마침내 한단성의 포위가 풀렸다.
 
조나라 왕과 평원군은 친히 전선까지 나아가서 신릉군을 맞이했다.
조왕이 신릉군에게 두번 절하고 말했다.
"천하의 현인중에 자고로 위공자를 따를만한 인물은 없습니다.
이제 저희를 구원해주신 공로에 보답하기 위해서 성 다섯개를 대군께 봉해드리겠습니다."
이때에 신릉군은 자못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조왕과 평원군이 돌아간후 주해가 신릉군에게 말했다.
"대군께서는 이번에 조나라에서 큰 공을 세우셨지만 위나라에는 큰 죄를 지었습니다.
그런데도 대군은 남 앞에서 뽑내십니까?
대군이 조나라를 도운것이 성 다섯개 때문에 본국을 버리고 목숨을 건 것이라면 그것은 탐욕일 뿐입니다.
대군은 의리를 팽개치고 탐욕의 이름을 얻으려 하십니까?"
신릉군이 크게 부끄러워 하며 사과한다.
"그 말씀을 명심하고 앞으로는 각별히 조심하겠습니다."
 
신릉군은 조왕의 정식 초청을 받고 한단성으로 들어갔다.
조왕은 궁궐을 소제하고 신릉군을 영접하였다.
"대군께서는 저 서쪽 계단으로 오르십시오."
그러나 신릉군은 극구 사양하고 동쪽의 계단으로 올랐다.
조왕이 누차 성 다섯개를 주려 했지만 그는 끝까지 예를 잃지 않고 공손히 거절 했다.
위공자 신릉군의 명성은 그로인해 더욱 높아졌고 많은 문객들이 그의 당하로 몰려들었다.
조왕은 호 땅을 주어 신릉군의 생활을 도왔다.
 
신릉군은 위나라에 죄를 지은 몸이므로 돌아가질 못하고 장수 위경에게 절부와 군대를 주어 본국으로 돌아가게 했다.
이리하여 신릉군은 조나라에 머물게 되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때에 조나라에 모공과 설공이라는 숨은 현사가 있었다.
모공은 시장판 노름판에 살고 설공은 간장을 팔며 작부집에 얹혀 사는 처지였다.
신릉군은 위나라에 있을때부터 모공과 설공이 어질고 현명하단 말을 들었기때문에
주해를 시켜 그들을 찾아보게 했다.
그러나 모공과 설공은 몸을 피하고 주해를 만나주지 않았다.
어느날 신릉군은 모공이 설공의 집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평복으로 가장하고 주해 한사람만 대동하여
설공의 집으로 찾아갔다.
이때 모공과 설공은 화로에 술을 데워 마시고 있었는데 갑자기 들이닥친 신릉군이 자기 성명을 말하며
"나는 두분을 사모하기 때문에 이곳에 왔습니다."
하고 인사를 청했다.
두사람은 갑자기 찾아온 신릉군을 피하지 못하고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이날 네사람은 서로 의기가 투합하고 서로 크게 마음에 들어서 늦도록 술마시고 담소를 나누었다.
그뒤로 신릉군은 심심하면 모공과 설공과 함께 어울려 놀았다.
그런 소문을 들은 평원군 조승이 집에 가서 자기 부인에게 이야기 했다.
"부인. 당신의 동생 신릉군이 호걸로서 천하에 이름이 높은데 요즘 들리는 소문에
그가 날마다 장터에서 노름쟁이와 간장파는 사람과 어울려 논다고 하니 내가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고 다닐수가 없구려.
당신의 동생이 정신이 나간것 아니오?"
평원군의 부인이 대답 하였다.
내가 동생을 만나거든 단단히 타 이르겠습니다."
그후 누님으로부터 그런 말을 들은 신릉군이 표정이 굳어지며 누님에게 말했다.
"나는 평원군이 어진 사람이라고 생각하여 위나라 왕까지 속이고 군사를 거느리고 와서 조나라를 도왔는데
이제 알고보니 평원군은 많은 빈객을 거느리고 뽐낼줄만 알았지 전혀 어진 선비를 못알아 보는군요.
모공과 설공은 이 나라의 어진 선비들인데 현명한 선비를 구한다는 평원군은 이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오히려 저를 탓하시다니요.
저는 위나라에 있을때부터 거리가 멀어 이 두분을 못만나는것이 한이었으며,
지금은 이 두분이 저를 싫어하지나 않으실까 두려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평원군이 나를 창피해 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합니다.
저는 이제 이곳을 떠나겠습니다."
신릉군은 누님에게 하직하고 자기집으로 돌아가 문객들과 함께 떠날준비를 하였다.
이 소식을 들은 평원군은 부인에게 그 사연을 모두 듣고 소매로 얼굴을 가리며 탄식했다.
"참으로 신릉군은 나보다 몇배나 뛰어난 인물이구나.
우리나라에그런 어진 선비가 있다는것을 신릉군은 알았는데 나만 몰랐구나."
라고 하며 즉시 수레를 몰아 신릉군이 머물고 있는 집으로 갔다.
평원군은 관을 벗고 신릉군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했다.
"지난번에 제가 아내에게 실언한 죄를 용서 하십시오.
이는 제가 미련한 탓입니다."
그제서야 신릉군은 떠날 차비를 중지하고 그냥 조나라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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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이야기를 과거로 돌려보겠다
위안리왕은 절부를 훔친것이 신릉군임을 확신하고 신릉군의 가족을 모두 잡아들이도록 하였다.
위안리왕은 절부를 훔친것이 신릉군임을 확신하고 신릉군의 가족을 모두 잡아들이도록 하였다.
"신릉군의 가족과 빈객중에 내 침소에서 절부를 훔친놈이 있을것이다.
내 그들을 모두 몰살할것이다."
사태가 의외로 심각해졌다.
그것을 본 여희가 위왕 앞으로 뛰어들어 엎드려 울며 아뢴다.
"절부를 훔친것은 저 입니다.
첩은 만번 죽어도 마땅하니 저를 죽여주십시오.
신릉군의 가족에겐 아무 죄도 없습니다."
의외의 말을 들은 위왕은 더욱 화를 내며 말했다.
"그대가 어찌해서 절부를 훔쳐 신릉군에게 주었는가?"
"지난날 첩의 아비가 시장에서 불량배에게 살해 됐을때 저는 그 원수를 갚고자 했으나 대왕께서는
능히 저의 원수를 갚아주지 못하셨습니다.
그러나 신릉군이 기어코 그놈을 잡아 저의 원수를 갚아 주셨는데
저는 그 은혜를 갚고자 했으나 방법이 없어 늘 괴로워 했습니다.
그러던중 신릉군은 조나라가 위기에 빠지자 조나라로 출가한 누님을 생각하고 의리를 생각하여 밤낮으로 근심하고 슬퍼 하셨습니다.
그래서 보다못한 제가 절부를 훔쳐 신릉군에게 주고 속히 진비의 군사를 빼앗아서 조나라를 구하시라고 했습니다.
신릉군의 가족을 죽이는것은 쉬운 일입니다.
그러나 만일 신릉군이 진나라에게 패한다면 모르지만 그가 진나라를 무찌르고 조나라를 구한다면 천하 모든 나라가 신릉군을 천하영웅이라고 떠 받들것입니다.
열국이 그를 칭송하는데 우리 위나라는 그의 가족을 모두 죽인다면 우리 위나라의 꼴이 어찌 되겠습니까?
저는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만 대왕께서는 이점을 깊이 생각하십시오."
 
위왕은 아무 말도 않고 깊은 생각에 빠졌다.
한참만에 왕이 여희에게 묻는다.
"네가 절부를 훔쳤다면 그것을 신릉군에게 전한사람이 누구냐?"
"예  내시 안은에게 전했사옵니다."
"내시 안은을 당장 잡아 들여라."
내시 안은이 벌벌 떨며 위왕 앞에 엎드렸다.
"네 어찌 감히 신릉군에게 절부를 전해 주었느냐?"
"소신은 절부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릅니다."
그때 여희가 끼어들어 말했다.
"내가 지난날 신릉군 부인에게 전하라고 너에게 목합을 준일이 있지 않느냐?
바로 그 목합속에 절부가 들어있었느니라."
눈치빠른 내시 안은이 여희의 말뜻을 선뜻 알아채고 방성 통곡을 했다.
"소신은 그날 분부대로 따랐습니다.
평소에도 자주 목합을 봉해서 보내셨기에 저는 그저 떡이나 맛있는 음식이 든것으로 알았지
그속에 저를 죽일 물건이 들었는지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소신은 참으로 억울하게 죽사옵니다."
이때 여희가 위안리왕에게 매달리며 흐느껴 울며 아뢰었다.
"모든것은 소첩의 죄이니 저를 죽이시고 다른사람은 벌하지 마시옵소서."
모든 상황을 알게된 위왕은 내시 안은을 옥에 가두고 여희를 냉궁에 감금하였다.
 
이러던 때에 신릉군의 승전소식이 들려오고 장수 위경이 절부와 군대를 이끌고 위나라로 돌아왔다.
위왕은 여희와 내시안은을 석방하고 신릉군의 가족도 모두 풀어주었다.
 
그후로 10여년간 천하는 태평세월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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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나라는 천하의 호걸인 신릉군이 버티고 있는 조나라는 건드리지 못하고 오히려 신릉군의 고국인 위나라를 넘보기 시작했다.
위나라는 진나라와 여러번 싸웠으나 번번히 져서 많은 땅을 일고 기진맥진 하고 있었다.
이때 여희가 위왕에게 아뢰었다.
"조나라가 위기를 모면하고 지금 저렇게 태평한것은 모두 신릉군의 힘입니다.
신릉군은 우리나라의 공자인데 그런 훌륭한 영웅을 나라밖에 내버려두고 진나라의 공격을 받고 있으니
이는 사직을 위해서도 옳지 못한 일입니다.
대왕께서는 어서 신릉군을 소환하시어 진나라를 막도록 하십시오."
안그래도 사세가 다급하여 전전긍긍하던 위왕은 그 말을 옳게 여겨 내시 안은에게 정승의 인과 황금등을 주어 조나라로 보내 신릉군에게 돌아오기를 청했다.
그러나 신릉군은 이것이 위왕이 다급하여 자기를 청하는것일뿐 속으로는 자기를 경계한다는것을 알고 있기때문에 내시안은을 만나주지 않고 오히려 자기의 문객들에게
"위나라 사신과 내통하는자는 모두 죽일것이다." 라고 단단히 경계를 하였다.
이때 모공과 설공이 신릉군의 부중으로 찾아가 술병을 내놓으며 말했다.
"대군께서 위나라로 돌아가신다고 하기에 이별주를 함께 하려고 왔습니다."
"아니 그럴리가요....?
그건 헛소문 입니다. 저는 위나라로 가지 않을겁니다."
"그럼 대군께서는 진나라가 위나라를 공격하고 있다는 소식도 못들으셨습니까?"
"소식이야 들었지만 저는 이미 조나라에 온지10년이 넘었습니다.
이제 위나라의 일에는 관여하지 않으려 합니다."
모공과 설공이 준엄하게 말했다.
"대군께서 그게 웬말씀입니까?
대군이 오늘날 조나라에서 명성을 떨치는것은 다 위나라가 있기때문입니다.
만일 진나라가 대량을 공격하여 위나라 종묘를 파괴하고나면 대군께서는 무슨 면목으로 천하에 나서려 하십니까?"
"그러나 위왕은 아직도 나를 경계하고 있소."
"뭣때문에 주저하십니까 위왕의 절부를 훔쳐 조나라를 구할때는 두렵지 않으셨습니까?
의인은 죽을자리를 알기에 의인이며 그렇기때문에 천하에 이름이 드높은것입니다."
신릉군은 모공과 설공의 말이 끝나기도전에 벌떡 일어서서 말했다.
"내가 어리석었소이다.
나는 위나라로 돌아갈 것이오."
 
신릉군이 조효성왕에게 하직하고 떠나려 하자 조효성왕이 말했다.
이제 평원군도 죽고 없으니 나는 대군만을 기둥처럼 믿고 있는데 대군께서 떠나신다니
나는 누구를 믿고 이나라를 다스리겠소?
그러나 대군의 고국인 위나라가 위험에 빠졌으니 더이상 잡을수도 없구려.
대군이 위나라 군대를 데리고 와서 우리나라를 구해주셨으니 이제 우리나라 군대를 내어줄테니
이 군사들을 데리고 가서 위나라를 구하도록 하시오."
그리하여 마침내 신릉군은 10만의 군대를 거느리고 위나라로 돌아가게 되었다.
위안리왕은 신릉군을 보자 울음을 터뜨렸다.
위왕은 신릉군에게 사과하고 신릉군을 상장군으로 봉했다.
 
신릉군은 자기문중의 빈객을 천하 열국에 사신으로 보내서 자신이 상장군이 되었음을 알리고
위나라와 연합하여 진나라와 대항할것을 요청했다.
진나라를 제외한 다섯나라는
"위공자 신릉군은 천하의 의사이니 어찌 돕지 않을수 있겠는가?"
라고 하며 많은 군대를 보내어 위나라를 돕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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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릉군은 다섯나라 군대를 이끌고 하외땅으로 나아가 진나라 장수 몽오를 패주시켰다.
신릉군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대군을 몰아 진나라군대를 추격하여 드디어 함곡관 앞까지 이르렀다.
그 이후로 진나라는 감히 함곡관 밖으로 나오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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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릉군이 천하에 이름을 떨치자 빈객들이 신릉군에게 병법을 바쳐올리는 일이 많았다.
신릉군은 이 병법들을 모아 한데 엮어서 병서를 만들고 이를 <위공자병법>이라고 이름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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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장양왕은 신릉군때문에 함곡관이 봉쇄되고 천하를 옅볼수 없게되자
신릉군을 제거하기 위한 모략을 쓴다.
우선 강성군 채택의 계책대로 신릉군을 진나라로 초청하여 잡아 죽이려 하였다.
그러나 신릉군은 그 계책을 간파하고 진나라의 초청을 거절했으며 그대신에 주해를 사신으로 진나라에 보냈다.
진왕은 신릉군이 오지않아서 화가났지만 주해가 뛰어난 인품임을 알아보고
또한 그가 천하장사임을 알고는 많은 보물과 높은 벼슬을 주고 진나라에서 살것을 권했다.
그러나 주해는 그것을 일언지하에 거절하였고
결국 대로한 진왕은 주해를 호랑이 우리에 쳐 넣어 버렸다.
우리속에 있던 호랑이가 사람을 보고는 먹잇감으로 알고 주해에게 덤벼들려 하였다.
그때 주해가 크게 외마디소리를 질렀다.
"짐승이 어찌 이다지도 무례하뇨.!"
주해의 벼락같은 소리에 깜짝놀란 호랑이는 주춤주춤 물러섰고
주해의 부릅뜬 눈에서는 피가 흘러내려 마치 등잔불처럼 이글이글 타오르는듯 했다.
호랑이는 슬며시 땅에 엎드려 주해의 눈치만 보고있을뿐 감히 덤벼들지를 못했다.
이를본 진왕은 탄식하며 주해를 옥에 가두었다.
주해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세상에서 나를 알아준것은 신릉군이다.내 마땅히 죽음으로 신릉군에게 보답할것이다."
말을 마친 주해는 큰 기둥에다가 머리를 짓찧었다.
그러나 기둥이 우지끈 부러질뿐 머리는 전혀 상하지 않았다.
주해는 할수없이 자기손으로 스스로의 목을 졸라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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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장양왕은 신릉군을 초청하여 죽이려던 계책이 실패하자 다시 한 계책을 마련하여
이번에는 "신릉군이 위나라의 왕이 되려한다."라는 헛소문을 퍼뜨리고
주해에게 죽은 장수 진비의 일족을 매수하고 진나라에 볼모로 잡혀있던 위나라 왕자를 이용하는등
위왕과 신릉군의 사이를 이간질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이쯤되자  위안리왕도 신릉군을 의심하여 결국 정승의 자리를 빼앗고 말았다.
위왕의 성품을 잘 알고있는 신릉군은 왕의 의심을 벗어나기 위해 그이후로 매일같이 술과 여자에 탐닉하여
세월을 보냈다.
그러하기를 4년.
천하의 신릉군도 매일같이 반복되는 통음과 여색에 이겨내지를 못하여 결국 술병으로 죽고 말았다.
 
위나라의 신릉군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진나라는 즉시로 위나라를 침략하여 20여개의 성을 빼앗고
동군 을 설치 했다.
그후 18년뒤에 위나라는 망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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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고조 유방이 아직 어리고 미천할때 신릉군의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그때문에 천자의 지위에 오른 후에도 대량을 지날때마다 신릉군을 위해 언제나 제사를 올리곤 했다.
고조 12년에 경포를 토벌하고 돌아올때 사당 주변에 다섯집의 묘지기를 두고 해마다 사시사철 제사를 받들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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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열전의 말미에 사마천은 이렇게 평하였다.
천하의 공자들중 많은 선비와 즐겨 교류한 이들이 많앗다.
그러나 위공자의 명성이 제후들 사이에 단연 으뜸 이었다.
그 이유는 신릉군이 저잣거리에 숨어사는 은자나 현자와 교류하고
스 신분이 낮고 비천한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꺼려하지 않았고
그들의 말을 귀담아 듣고 실천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과의 만남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은 신릉군의 명성은 결코 허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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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신릉군의 이야기를 모두 살펴보았다.
위공자 신릉군 무기는 선비를 사귐에 있어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았고 남에게 자기의 허물을 듣는것을 즐겨 하였으며 항상 겸손하고도 의기가 넘쳐났으니 참으로 고금에 보기드문 군자라 하겠다.
천하를 구하고 자기 나라를 보위했으니 그 공로또한 전국시대 사공자 중에 으뜸이라 할만하다.
그러한 그도 일생에 딱 한번 오점을 남겼으니 그것은 우경과 위제의 어려움에 난감하여
머뭇거렸던 사실이 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역시 차후에 범수.채택 열전에서 거론하기로 한다.
 
신릉군의 인품과 용기는 참으로 배울만한 부분이 있다.
일을 추진함에 한번 결정하면 좌우를 가리지 않았고.
의를 행함에 옳은 길이라 생각되면 손익을 따지지 않았다.
신릉군의 현명함과 높은 의기에 대해서 감히 논평하기 어려워 이쯤으로 마무리 지으려 한다.
다만 낮은곳에 행하여 비천한 사람들 사이에서 숨은 은자와 교류한것만큼은
칭송하지 않을래야 않을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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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위대한 지도자는 소통의 달인이라 할수 있을것 같다.
신릉군은 고귀한 지위로도 교만함이 없이 바닥과 소통하였고
자기보다 높은 지위와 소통할때도 전혀 비굴함이 없었다.
신릉군의 높은 명성을 더럽힐까 두려워 현세의 인물과 감히 비교하는것이 꺼려진다.
그저 만년에 인심을 한탄하며 깊히 취해 하늘을 우러러 보던 신릉군의 모습을 그려보면서
오늘의 이야기를 마친다.
 
                                英雄長醉
 
                    俠氣凌古今       威名動鬼神
                    一身全趙魏       兩戰却贏秦
                    鎭國同堅礎       危詞似吠狺
                    英雄無用處       酒色了殘春
 
                                                                         영웅장취
         
                                                                의협은 고금을 능가하고
                                                                위명은 귀신을 떨게했다
                                                                혼자서 조.위를 구했으며
                                                                두번싸워 진나라를 무찔렀다
 
                                                                국가의 기틀을 세웠건만
                                                                개들은 짖고 으르렁댔다
                                                                영웅이 뜻 펼곳 없으니
                                                                주색으로 여생을 마쳤도다
 
생각나는 사람이 딱 하나 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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