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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을 걷고 있었다.
게시물ID : panic_9073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과그림자
추천 : 15
조회수 : 1119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09/17 21:3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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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는 어느 순간 안개가 자욱한 숲을 걷고 있었다.

 "왜 이렇게 춥다냐......"
 
 새가 끽끽 울어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혼자 걷고 있었더라면 꽤나 무서웠을테지만, 다행히도 남자의 곁에는 누군가 같이 걷고 있었다. 그렇지만 곁에 걷는 남자는 꽤나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분위기를 풀 겸 남자는 음산한 분위기의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많이 무섭네요, 혼자였으면 무서웠을겁니다. 어디로 가세요?"
 
 음산한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걸음속도를 높여 걸을 뿐. 

 "가,같이 갑시다!"
 
 귓가에 바로 울리는 것만 같은 부엉이 울음소리에 괜히 겁이 나 남자는 함께 걷던 길동무를 바싹 쫓았다. 음산한 남자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남자는 이 상황에 위화감을 느꼈다.

 "혹시 우리 본 적 있던가요?"
 
 음산한 남자는 말 없이 더 속도를 높였다. 남자는 음산한 남자를 붙잡아 돌려세웠다. 물어볼 것이 많았다. 왜 자기들은 이곳을 걷고 있는지, 어디를 향해서 걷고 있는지.

 "아버지?"

 음산한 남자의 얼굴은 마스크를 꼈어도 알아볼 수 밖에 없는 얼굴이었다. 아버지, 아버지. 그는 남자의 아버지였다. 상상도 하지 못한 상황에 남자는 당황스러웠다. 남자가 상황파악을 못한 채로 서 있자 남자의 아버지는 남자의 손목을 콱 움켜쥐고 앞으로 걸었다. 남자는 손을 빼내려다가 고통어린 신음 소리를 내었다. 젊은 남자이건만 어째서인지 아버지의 힘에 상대가 되지 않았다. 남자는 손을 빼려 몸부림치다가 결국엔 아버지의 강한 힘에 질질 끌려가는 모양새가 되었다.

 "으아어!"

 으아어? 남자는 아버지의 말이되 말이 아닌 말에 의문을 가졌다. 꼭 장애인같니 않나. 질질 끌려가는 모양새가 되어 한참을 끌려가고 있는데, 어느 순간 아버지는 멈춰서더니 웃는 낯으로 뒤를 돌아본다. 마스크 아래가 텅빈 것이 보이고, 그 순간 남자는 잊고 있던 사실을 떠올렸다.

 "이거 놔!"

 아버지는 죽었다. 술 마시고 길을 돌아다니다 난 사고였다. 시신은 턱이 아예 없어진 상태였다....!

 "아으어!"

 남자는 아버지의 손을 뿌리치고 왔던 길로 되돌아 달렸다.

[가지 마세요!]

[왜 돌아갑니까! 죽어요!]

 새들이 괴상하게 울며 날갯짓으로 남자를 때렸다. 죽으라고? 웃기지 마! 남자는 새들을 피하며 귀를 막으며 계속 달렸다. 

[가지 마!]

그런데 아까와는 다르게 이상하게도 숨이 막혀왔다.


"헉....허억....헉......"

 남자는 기절하듯이 나무에 기대어 숨을 몰아쉬었다.

 "으어아어!"
 
 "아악!"

 이상하게 어지러웠다. 남자는 바로 쫓아오던 아버지에게 잡혀버렸다. 아버지는 남자의 손목을 아까보다 더 세게, 부러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세게 잡았다.

 "아아으아!"

 "일....나....일...오...나...흑흑흑흑......"

 다시 질질 끌려가는데 남자의 눈에 지나왔던 쪽의 길 끝에 있는 무언가가 보였다. 울고 있는 여자였다. 손에 얼굴을 파묻고 울고 있어서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남자는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남자의 엄마였다.

 남자의 엄마는 언제나 남자가 자주 보던 모습대로 울고 있었다. 엄마는 아들을 위해 나타난거다. 알려주기 위해서.


 일어나라고.


 남자는 꿈을 꾸고 있음을 알았다. 회식에서 돌아오자마자 이불 위에 양말도 벗지 않고 쓰러진 상태일 것이다. 마지막 장면이 그러했으니까.

 언젠가 귀신이 가까운 사람의 꿈 속에 나타나 같이 가자고 하고, 망설이면 화를 내면서 살아있는 사람을 끌고 간다는 이야기를 남자는 떠올렸다. 따라가는 중간에 발에 뭔가 걸려 꿈에서 깨어나니, 아파트 베란다에 떨어지기 직전에 서있었다고.

 "아으으으으......"

 아버지였던 것은 울분을 터트리는 모습으로 남자를 노려보았다. 더 강한 힘으로 남자의 팔을 옥죄고 남자를 질질 끌고 간다. 남자는 마지막 독기로 바닥에 질질 끌려가면서도 아버지를 노려보았다. 

저 새끼는 날 길동무로 삼을 모양이지.

 "개...새끼야.... 뒤지려면 혼자 뒤져......"

 대답이 없다. 남자는 좀 더 자극할 말을 끄집어낸다.

 "니가 사업 망한 걸로 얻은 빚, 내가 다 갚고 있다고! 시바알, 내가 뭘 잘못했냐? 좀 냅둬!"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억지로 손을 빼내려고 해봐도 수갑마냥 견고하다. 

 "흑흑흑흑......일......오.....나......"

 엄마의 목소리가 한 번 더 들려왔다. 남자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야, 네가 뒤졌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아냐? 씨발, 맨날 술 먹고 사고치고 엄마한테 욕질하는 새끼 잘 뒤졌다했지."
 
 아버지란 놈이 잠깐 멈칫하다가 힐끗 뒤를 보고 다시 질질 끌고 간다. 이 방법으론 안되는 모양이다. 남자는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철 없는 아이처럼 투덜거렸다.

 "아, 아버지... 제발...... 손목 아파. 나 좀 놓아줘. 나 스스로 갈게, 응?"

 순간이지만 손목을 쥔 힘이 살짝 풀린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남자는 질질 끌리며 손에 쥐었던 흙을 아버지의 눈에 흩뿌린다. 

 "으어아아!"

 녹슨 쇠를 긁는 듯한 끔찍한 비명소리를 뒤로하고 달린다. 등 뒤에서 계속 이어지는 아버지의 절규를 무시하고 엄마의 우는 소리를 향해 남자는 곧게 달렸다. 목숨이 달려있다보니 숨이 막혀도 계속 뛸 수 있었다.

 "내가 왔어, 엄마."

 "일....오......."

 남자는 울고있는 엄마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이상스럽게도 차가웠다. 불안한 그 온도에 남자는 엄마를 흔들었다.

 "엄마?"

 남자는 잊고 있던 사실 하나를 더 떠올린다. 


 그러고보니 엄마는 죽지 않았는데. 엄마는 병원에 입원해 계시는데.

 "이리.....나....."

  이 여자는 누구지?

 "이리온나........이리온나이리온나이리온나이리온나이리온나이리온나이리온나이리온나이리온나이리온나이리온나이리온나이리온나이리온나"

 새까만 얼굴이 드러난다.

 "이리왔네......?"


 천천히 여자는 고개를 돌린다. 

 "흑."

 여자는 코가 없었다. 코를 대신하는 구멍이 보였다.

 "흑."

 새까만 얼굴은 새까만 도화지에 엉망으로 그려넣은 듯한 모습이었다. 그 기괴함에 숨을 삼켰다. 남자의 머리 속은 하얘졌다.

 "흑."

 여자는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은 무표정으로 입으로 흑흑 소리를 내며 고개만 돌아간채 남자를 정면으로 쳐다보았다.






 "으아어아아아으어아!!!!!!"





 아버지가 절규하는 소리와 함께 남자는 꿈에서 깼다.




 그리고 불 타는 건물에서, 무너지는 철골을 휘감는 화염 아래 눈을 떴다.
  
출처 글 뽑는 くコ: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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