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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언죄)리즈엘린님 글찾아가새오 : 집착에 대하여
게시물ID : mabinogi_14444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리에나
추천 : 12
조회수 : 837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6/09/18 19:5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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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비쉬에 대한 집착으로 갑옷부터 가발 그리고 무기와 방패까지 맞췄으나 정작 당사자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며 징징거리는 밀레시안과
앞에서는 그런 밀레시안을 보며 질색하는 척 하지만 혼자 있을땐 밀레시안의 그런 행동을 되짚어보며 의미심장하게 웃는 톨비쉬
......뭔가 둘다 무서운 이미지네여

무서운 분위기도 좋고 밝아도 좋고 :Q 신청해봅니당









어둠은 그 커다란 입을 벌려 세상을 꿀꺽 삼켰다. 비가 내려 질척하게 젖은 흙바닥은 혓바닥일 것이다.
실제와 다른 것은 이 입 속은 몹시도 차갑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알았다. 모를 수가 없었다. 당신의 얼굴에 떠오른 열망은 나와 눈이 마주쳤을 때 만개했다.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는 것은 눈이 거꾸로 박힌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경외는 없을지언정 우리들이 신을 받들 때나 바칠 뜨거운 그것. 모든 이에게 떠받들어져도 모자란 당신. 그럼에도 제일 밑에서 온갖 허물과 오물을 뒤집어쓰고서 우리를 지키는 당신. 

그런 당신이 자신에게 무한한 애정을 쏟아부을 것이라는 것을 깨달은 그 순간은 그야말로 주신과 마주섰을 때보다 향기로웠다. 아, 그 정복감.

뺨을 붉히며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자신의 손을 가볍게 쥐어 인사하는 그의, 속눈썹의 흔들리던 방향까지 말하라면 할 수 있을 정도로 톨비쉬는 그 때의 기억이 또렷했다. 그런 그가 제일 먼저 고민한 것은 이 사람의 애정을 완벽하게 내 것으로 독점하고 싶다는 욕망이었다. 저 스스로 자각하기 전에 이미 뱃속을 그득히 메우고 피어오른 욕심을, 차라리 욕구라고 불러도 좋을 그것을 톨비쉬는 너무도 쉬이 받아들였다. 종교, 신, 그것을 향안 맹목적인 광신은 이미 기사단 모두에게 얽어있는 문신과도 같은 것이다. 그 누구보다 자신을 향한 사랑을 갈구하는, 신의 애정을 갈구하는 이들이 기사단이었다. 대상이 바뀌었다 해서 달라지지는 않는다. 톨비쉬가 모시는 신과 리즈엘린이 다른 것은 하나였다. 실체가 있느냐, 없느냐. 실체 없는 것을 받드는 그에게 실체 있는 '애정'은 너무도 다루기 쉬웠다. 그것이 자신을 받드는 것이라면 더더욱이.


나만은 당신 곁에 영원히.

어느 때는 그가 지키지 못한 붉은 머리의 소녀를, 어느 때는 그를 짓밟고 침을 뱉던 모든 이들을. 수많은 칼을 들고, 마치 세상 모든 이들이 그를 모멸한다는 듯 말로 하나씩, 하나씩, 확실하게 찌른다. 겸사겸사 세상을 구하는 것엔 익숙하시지 않습니까. 마음이 피투성이가 되어 무너질 때가 되면 그의 곁에 다가가 안아들고 말한다. 자신의 품, 차가운 금속의 갑옷 너머에서도 느낄 수 있는 뜨겁게 달아오른 당신의 손. 당신의 얼굴. 쏟아지는 눈물을 양손 한가득 받아들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런 생각을 꾹꾹 눌러담아 참고 톨비쉬는 긴 긴 시간동안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 강인한 얼굴이 내 앞에서만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것이 좋았다. 

그런 그가 어느날부터인가 자신의 것과 똑같은 갑옷을 입고 나타났을 때의 감정은 뭐라고 설명해야할지 톨비쉬는 알지 못했다. 그저 섬뜩했다. 한폭의 성화(聖畵)를 보는 기분이었다. 그것에 자신이 비친 것이 달랐다. 자신을 사랑하다못해 자신으로 물드는 모양은 이상하게도 불쾌했다.
그 때부터 톨비쉬는 리즈엘린을 정신적으로 짓밟았다. 끊임없이 거리를 재고 미끼를 던진다. 자신이 고개를 치켜올리고 흐트러놓는 부스러기같은 애정에도 그는 감사했다. 조사라는 명목으로 그의 삶을 낱낱이 쪼개어 기억하는 자신이었기에 더없이 악랄할 수 있었다. 

그럼요, 나만은 당신 곁에 영원히.
그래요. 당신은 나만의 곁에 영원히.

끊임없이 그의 등에, 가슴에, 입술에, 눈물에, 그의 몸과 마음 그 어느 곳 한군데도 빼놓지 않고 빼곡히 자신을 새겨넣는 톨비쉬는 몰랐다. 자신이 그를 곁에 잡아매기 위해 하는 모든 행동과 말들이 자신도 엮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는 몰랐다.

그 날. 아무도 없는 그 아발론 게이트에서.

"톨비쉬도 날 사랑하나요."

아발론 게이트는 그 날 따라 유난히 어두운 것처럼 보였다. 침묵보다 더한 빗소리가 온 세상을 두들기고 있었다. 비를 피하지도 않고 흠뻑 젖어버린 채로, 언제나처럼 문드러진 마음을 양손에 꼭 그러쥐고 그는 처음으로 사랑을 입에 담았다. 그것을 떠올리지 못한 것이 톨비쉬의 잘못이었다. 

"아니오."

그것을 밀어냈다. 부정했다. 거짓말했다. 그는 리즈엘린, 누구보다도 자신의 사랑을 갈구했던 한 반쪽자리 신의 마음을 내리쳐 제 발로 짓밟았다. 그것이 자신을 향한 것임을 잘 알면서도 그랬다. 이 사람은 그래도 날 사랑할 것이라는 확신은 누가 쥐여준 것이었던가. 제 멋대로 착각한 것은 아니었던가.

그래요. 아주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그 짧은 대답을 하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의 눈빛이 죽었다. 아차한 그 순간 리즈엘린, 그가 자신의 목을 노려왔다. 자신과 재질 하나 틀릴 리가 없는 갑옷을 입고도 보이는 그 기민한 움직임. 양 손에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아도 자신의 목을 부러뜨리는 것은 하품하는 것보다 쉬울 것이었다. 반사적으로 몸을 피했지만 톨비쉬는 답지않게 발을 헛디뎠다. 자신을 향한 애정과 증오가 이제는 리즈엘린의 눈 안에서 활활 피어올라 그 스스로를 태우고 있었다. 

널부러진 톨비쉬는 쏟아지는 빗방울이 성가셨다. 얼마나 매섭게 오는지 입고있는 갑옷을 퉁퉁 울릴 지경이다. 손을 움직여 얼굴에 엉겨붙은 머리카락을 걷고싶었다. 이 진창에서 일어나 몸을 정돈하고 싶다. 하지만 자신과 똑같은 갑옷을 입고 자신의 몸 위에 올라탄 이 때문에 몸이 자유롭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빗물에 흠뻑 젖은 남자는, 어스듯하게 고개를 기울이고 바닥에 쓰러져있는 톨비쉬를 바라보고 있었다. 총기를 잃은 흐릿한 눈이 처참하다. 

"리즈엘린."

그의 이름을 입에 담자 서슬퍼런 안광이 몸을 꿰뚫는 것 같다. 방금의 그 눈빛은 환상이었던가. 순식간에 노기로 뒤덮힌 눈동자는, 똑바로 바라보지 않고 있음에도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건방지게 이름으로 부르지 마."
"그럼 조장이라고 부를까요?"
"톨비쉬!"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달콤한 노성이 자신의 심장을 쑤시는 비수가 되는 것 같다. 하지만 톨비쉬의 입은 멈추지 않았다.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비아냥과 독설 가득한 말투를 들어 톨비쉬는 리즈엘린을 찔렀다.

"불쌍한 인간."

그 말을 뱉고 나서야, 그제야 모로 돌리고있던 고개를 비틀어 그를 똑바로 바라본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표독한 표정을 지어낸다. 얼굴에 덮어쓴 가면으로 바라본 당신과, 아까부터 상상하고 있던 그 눈빛을 똑바로 마주한 순간, 온몸을 헤집는 소름. 톨비쉬는 몸을 떨었다. 당신은 그런 눈을 하고 있을테다. 그래. 당신은 그런 눈을 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당신의 붉은빛 도는 눈은 분노로 물드는 순간 더 아름다웠었다. 

"…사실 이딴 껍데기보다 당신이 갖고싶었어."

목덜미의 갑옷을 쥐어뜯으며 말하는 그. 비참하게 고개를, 온몸을 떨어뜨려 자신의 위로 무너지는 그. 그러고선 온몸을 가늘게 떨고 있는 당신. 두 팔을 들어올려 안아주고 싶었다. 지금 당장 무너뜨려 망가진 그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고 싶었다. 리즈엘린은 온몸의 무게를 실어 무릎으로 자신의 양 손목을 찍어누르고 있었다. 

그래서 톨비쉬는 웃었다. 비릿한 웃음이 입가로 새어나왔다. 흡사 뱀같은 가느다란 웃음소리가 자신과 그를 옭아맨다.

자신 앞에서만 무너지는 당신은, 그 표정만큼은 오롯이 자신의 것이었다. 
톨비쉬는 그 사실이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리즈. 사랑합니다.

톨비쉬는 그 한마디만큼은 영원히 입 밖으로 뱉지 않을 것이었다.


KakaoTalk_20160918_195531812.jpg






톨비쉬 눈을 좀 죽여달라고 지인님께 부탁드렸는데

눈이 예쁘게 죽질 않네요

제 얀데레 콜렉션에 톨비쉬가 추가되었습니다 박수

다른건 나중에 써야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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