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4살 여자고, 현재 고시생이에요.. 공부 시작한지는 일년 반 정도 됐구요..
올해가 초시였는데, 몇점 차로 1차에 떨어져서 올해 1학기는 학교 휴학하고, 2차과목이랑 1차 시험 준비하면서 그렇게 지냈어요.
시험보려면 내년 1학기에 다시 휴학해야하니까, 지금은 복학해서 학과공부랑 고시공부 병행중이에요.
올해 공부시작하고, 오유 웬만해서 안 들어 왔었는데.. 요즘 멘탈이 갑자기 터져버려서 그냥 푸념글이라도 올리러 들어왔어요.
주위에는 딱히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요. 글이 두서가 없더라도 그냥.. 조잘조잘 얘기라도 해볼려고 해요
어릴 때부터 공부하는 거 좋아했고, 또 공부를 못하는 편도 아니었는데 요새 공부가 너무 재미가 없어요. 사실 추석을 핑계로 지난주부터는 고시 책 아예 펴보지도 않았어요.
이렇게 모든 걸 다 하기 싫은 게 처음이에요. 어릴 때 물론 몇 번 공부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건 그냥 잠깐 쉬고 싶은 마음이었지
지금은 그냥 무기력해요. 행정법 책 펴놓고 내가 도대체 이걸 왜 해야 하는지 하루에도 몇 십번씩 한숨도 나구요. 이제는 쳐다보기도 싫어요.
이런 멘탈로 행정고시 준비하는 거, 앞으로도 많이 힘들 것 같아서 그냥 포기하려고 해봐도 제가 지금까지 해온 거랑 할 수 있는게, 그냥 계속 공부 했던 거 그거 하나 밖에 없어요. 그래서 지금 행정고시를 포기한다고 해도, 결국에는 다시 공무원 시험을 치러 돌아올 것 같아요.
제가 시험공부 하는 거 말고 대체 뭘 할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24년을 그렇게 살아왔으니까요.. 수능에 학과 시험에 영어시험에... 대외활동도 하나 없이.. 그래서 요새 너무 우울해요.
주위 사람들만 봐도, 각자 나는 이걸 해야지! 나는 이게 좋아! 하면서 길을 조금씩 찾아가는 것 같은데, 똑같은 공부를 해도 쟤네는 뭔가 하나하나 배우는 걸 재밌어하는 것 같은데. 저는 그냥,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결국 고시를 잡은 기분이에요.
무슨 공직자의 길을 걷겠다, 내가 나랏일을 해보겠다 이런 포부로 시작한 게 아니라요..
물론, 이대로 이 악물고 공부해서 행정고시 합격하면 (합격 할수 있는지 자체도 의문이지만) 정말 미친것처럼 좋아하겠죠.
그런데, 사무관이 되서 기쁜 게 아니라 그냥.. 인생이 안정적으로 변해서? 부모님께 안 죄송하니까?? 그냥 그런 이유일 것 같아요.
사실, 이런 말 하기는 창피한데 1년 반이나 공부했지만 저는 아직 사무관이 하는 일이 정확히 뭔지도 몰라요.
결국 고시를 포기하고 다른 길로 들어서야 하나 요새 계속 이것 저것 찾아봤거든요.
그런데 제가 여기서 해왔던 걸 다 놓고 처음부터 하나하나 하고싶은 걸 찾아갈 여유가 과연 있는 건지 걱정이 돼요..
그러다 또 다시 시간만 허비하는 건 아닌지.. 다른 사람들은 이 시간에도 책 보고 있을텐데, 나 혼자 땅굴파다 뒤쳐지는 건 아닌지 그런 생각만 들어요.
그러다 결국 마지막에는요, 지금 나한테는 이 악물고 시험을 향해 달려가는 것 말고는 남아 있는 길이 없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남아있어요.
여기 계신 분들중에 저보다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 많겠지만, 저한테는 24살이라는 나이가 너무 큰 것 같아요.
이제 친구들은 다들 사회 초년생이 되어 가는데.. 저만 아직 어디 갇혀 있는 느낌이에요..
이런 질문을 하면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고 하는데... 제가 좋아하는 건 춤추는 거랑 운동하는 거, 그리고 글 쓰는 건데..
전부 대학을 졸업할 나이에 시작해서 직업으로 삼을 수는 없는 거잖아요.. 취미활동일뿐. 따로 타고난 게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과연 찾을 수는 있는지.. 그것도 해보다 보면 지금 처럼 질려버리는건 아닌지.. 어차피 사는 건 무슨 직업이든 다 거기서 거기인건지.. 내가 지금 이러는 건 그냥 다들 한번씩 느끼는건지.. 나는 그냥 지금까지 해 왔던대로 계속 시험공부를 잡아야 하는건지.. 아니면 하루라도 늦기전에 전과든 편입이든 다시 시작을 해야 하는지..
저는 제가 정말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도대체 뭘 할 수나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말을 나눌 사람 하나 없는 고시원에 앉아 있으니 더 깊숙히 땅굴을 파고 들어가는 것 같아요. 부모님께는 저한테 거는 기대가 커서, 그리고 남자친구는 똑같이 시험을 준비하는 애라 괜히 같이 우울해질까봐 말을 못하고 있었어요.
그래도, 이렇게 글로라도 쓰니까 조금 기분이 낫네요. 푸념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