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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있으면 안되는 인형에 대한 고찰
게시물ID : panic_907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심해포니
추천 : 11
조회수 : 2844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6/09/21 12:3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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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소설의 중간부분을 편집했습니다.




“The 괴담.” 

“괴담이라….”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녀석이 대답한다. 

“한 모녀가 인형가게에 가서 인형을 샀어, 딸은 꽤나 기분 나쁘게 생긴 서양식 인형을 골랐는데 딸이 이게 아니면 싫다고 하도 때를 써서 엄마는 어쩔 수 없이 그 인형을 사주기로 했지. 그리고 결제를 하고 가게를 나오려는데 주인장이 엄마를 불러 세우더니 ‘그 인형과 함께 절대 혼자 있지 마시오.’ 라고 당부했지. 엄마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인형을 사서 딸과 함께 집으로 왔어. 그런데 깜빡하고 저녁 반찬거리 중 빠트린 양념이 있는 거야. 엄마는 집 앞의 마트에 다녀오겠다고 딸에게 말하고는 밖으로 나갔는데 그 순간 인형가게 주인의 말이 생각 난거야. 그래서 급하게 집으로 뒤돌아 뛰어갔더니 딸은 식칼을 든 인형에게 무참하게 살해당한 채였지. 그리곤 딸의 시채를 보고 기겁을 하고 있는 엄마에게 인형이 다가가서는 한마디 했어.‘아줌마도 이제 혼자네.’ 이야기는 여기까지.” 

나는 이야기를 마치고는 반쯤 식은 커피를 단숨에 들이켰다. 

“흠… 나쁘지 않은 이야기네. 귀신이라….” 

“난 여기서 귀신의 존재여부 보다는 다른 쪽에 논제를 두고 싶은데.” 

“예를 들어?” 

말하며 녀석은 담배를 입에 물고는 불을 붙였다. 

“이 이야기에서의 ‘혼자’라는 정의.” 

“혼자의 정의라?” 

“그래, 일단 이야기에서 딸은 혼자 있었기 때문에 인형에게 살해당했지.” 

“그렇지.” 

“하지만 생각해보면 맨 처음 인형을 판 가게 주인역시 혼자였잖아? 가게에 늘 손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종업원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아이는 혼자 있었는데 살해당했다. 이상하지 않아?” 

“가게주인은 무언가 인형을 막을 방법을 알고 있었다던가?” 

“그렇다면 처음부터 혼자 있지 말라는 경고가 아니라 그 인형을 막을 방법을 알려주었겠지.” 

“그렇군.” 

녀석은 이제야 이야기에 흥미를 느꼈는지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는 빈 글라스에 얼음과 술을 따른다. 

“그렇다면 의심 되는 건 가게주인. 처음부터 인형을 이용해 무차별 살인이 목적이었다.” 

“그것도 별로 신빙성은 없어. 그럴 예정이었다면 애시 당초 혼자 있지 말라는 경고조차 하지 않았겠지.” 

“가게주인은 혼자가 아니었다.” 

“각하.” 

“혼자와 여럿의 정의에 다른 인형도 포함된다.” 

“그럴 듯 하네.” 

“그렇다면 새롭게 떠오르는 의문은 그 여럿의 정의에 인간은 들어가지 않는다는 건가?” 

어느새 양주 한잔을 다 비운 녀석은 자신의 잔에 새로운 술을 채웠다. 

“괜찮은 가설이지만 여럿의 정의에 인형만 포함된다면 인형하나와 인간 여럿은 ‘혼자’라는 의미로 이미 집에 왔을 때 딸과 엄마는 모두 살해당했겠지. 아니 그전에 가게 밖을 벗어나는 순간 미쳐 날뛰는 게 정상이야.” 

“생각해보면 인형과 딸과 엄마가 함께 있을 때는 아무 일도 없었으니 ‘여럿’의 정의에 인간도 포함되는군.” 

“여기서 또 재미있는 점은 이렇게 되면 결국 ‘혼자’와 살인을 하는 인형이란 공식은 성립하지 않아.” 

“이미 가게 주인의 생존으로 인해 여럿의 정의는 인형과 인간 둘 다 포함이라는 가설이 성립되었지. 그렇다면 딸과 인형이 있을 때에도 살인은 일어날 수 없다.” 

“하지만 엄마와 인형만이 남아있을 때 인형은 엄마에게 ‘아줌마도 이제 혼자네’ 라는 말을 했어. 그 말은 여럿의 정의에 인형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건데” 

“그 가설은 인형가게 주인으로 인해 불가능 하다는 게 증명.” 

“역시 가게 안에 주인 이외에 다른 인간이 항상 있다는 게 가장 현실적이군.” 

“결국 그렇게 되는 건가….” 

“너는 이 이야기를 어떻게 알게 되었지?” 

“적당히 인터넷에서 보고 온 건데.” 

“형식은 글이었나?” 

“그렇지.” 

녀석은 말하곤 잠지 “흠….”하며 술잔을 기울였다. 따라서 나 역시 얼음을 채운 잔에 술을 따랐다. 

“답은 나왔네.” 

“어떤?” 

“인형가게에는 주인이외에 항상 다른 인간이 존재한다.” 

“계속해봐.” 

딸랑- 술잔속의 얼음들이 녹으며 유리잔을 친다. 그 소리에 반응해 무의식적으로 잔을 들어 술을 한 모금 마신다. 

“네가 본 괴담은 글의 형식을 하고 있지. 사실 글이어서 부가적인 설명이 없었을 뿐 가게 안에는 주인과 엄마와 딸, 그리고 또 한명의 인간이 있었다. 이 인간은 항상 주인과 가게에 있다. 단지 이야기의 전개상 설명할 필요가 없어서 표현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말을 잠시 흐리며 품에서 수첩과 만년필을 꺼내고는 녀석은 무언가를 끼적였다. 잠시 후 나에게 수첩을 건넸는데 수첩에는 한 장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인형가게를 그린건가?” 

확실히 수첩의 그림은 이야기에 나오는 그림가게다. 그림 안에는 모녀로 보이는 여자가 둘. 카운터에 남성의 주인장. 그리고 구석에는 주인과 동년배의 여성이 다소곳이 앉아서 책을 보고 있었다. 

“인형가게는 부부가 함께 운영을 한다. 가게의 특성상 두 명이 모두 영업에 관여할 필요가 없어서 남편 쪽이 운영을 전담. 아내 쪽은 늘 남편과 함께 하고 있다. 교대라고 해도 상관은 없겠군.” 

“대단한데?” 

“이렇다면 앞의 ‘여럿의 정의’에서 인형은 제외. 인간만 포함. 이라는 공식이 새롭게 나오지. 금술 좋은 부부라 늘 함께한다면 혼자가 될 일은 없을 테니.”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다시 술을 한 잔 들이킨다. 그리고는 이어서 담배를 물었다. 어째서인지 조금 전과는 다른 브랜드의 담배다. 

“그렇다면 화장실이나 식사준비는?” 

“주인장은 이미 인형 앞에서 인간이 혼자 있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 아내와 함께 움직이지 않을까?” 

“거 깨나 불편하겠네.” 

“그럼 이렇게 이야기를 끝내는 것도 시시하니 새로운 논점으로 가볼까?” 

“아직 술이 반이나 남아있으니.” 

“과연 인형을 판 주인에게는 ‘죄’가 있을까?” 

“Guilty.” 

“Not Guilty.” 

녀석은 마치 내가 이 말을 할 줄 알았다는 듯 재빠르게 무죄를 외쳤다. 

“이미 인형이 살인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주인은 인형을 판매했다. 이건 명백히 살인 방조죄야. 경우에 따라서는 살인 교사죄로도 성립할 수 있어.” 

“하지만 충분히 주의를 준 뒤 판매를 했지.” 

“살인을 한다고는 말하지 않았어.” 

“흠….” 

“생각해보면 이건 이야기 속 그 나라 법률에 관련한 거니 우리가 참견한 문제는 아닌 거 같은데.” 

“그것도 그렇군.” 

“그것도 그렇지.” 

“그럼 잠시 쉬었다 다른 이야기를 계속해볼까?” 

녀석의 말을 신호로 우리는 서로의 잔을 채운 뒤 이제야 첫 건배를 했다. 

챙그랑- 잔끼리 맞부딪히는 소리와 얼음의 소리가 거실에 조용히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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