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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자유
게시물ID : readers_125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ox
추천 : 1
조회수 : 21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4/08 19:58:57
 "조금만 참아. 금방 나을거야."




 주인은 거짓말이 서투르다. 저렇게 눈물을 글썽리며 이야기를 한다면 강아지라도 속을리가 없지. 더군다나 나는 산전수전 다 겪은 개인데.




 나에게 어설픈 거짓말을 한 주인은 의사 선생님에게 가서 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어. 여러번 들어서 익숙한 말이었지만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어. 심장 뭐라고 하는 거 같은데. 의사 선생님은 글씨뿐만 아니라 말도 꼬부랑 거리는거 같아.




 "시각, 청각, 후각이 많이 손상 되었습니다. 조금만 더 지나면 앞이 보지 못 할 수도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언제 떠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마음의 준비를 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매번 듣는 말이지만 주인은 익숙해지지 않는 것 같아. 난 이미 익숙해졌는데.




 나를 안고 집으로 돌아갔어. 옛날 같았으면 산책줄을 메고 같이 걸었을텐데. 내가 아프고 난 이후로 항상 엎고 다녀. 주인의 품에 가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고 싶은데.




 주인은 내가 투정을 부리는 거랑 상관없이 슬픈것 같아. 눈물이 글썽글썽 거리는 모습을 보니. 하지만 주인은 이런 모습을 숨기고 싶어하는거 같으니깐 비밀이야.




 집에 도착하니 전화기가 울리고 있었어. 급하게 나오는 바람에 전화기를 두고 나갔었거든. 주인은 나를 방석에 내려다 놓고 전화를 받았어. 무언가 심각한 이야기가 오가고 전화를 끊었어.




 주인은 거울을 보며 눈물 자국을 지우고, 간단한 외출복을 입고 외출준비를 마쳤어.




 "미안해. 금방 다녀올게."




 방석에 앉은 나는 주인의 뒷모습을 바라봤어. 주인은 미안한지 나가기 전에 힐끔 바라보고 나갔어.




 의사 선생님이 해줬던 말이 생각났어. 얼마나 남은걸까? 주인의 얼굴을 얼마나 더 볼 수 있을까? 많이 슬퍼할텐데 어쩌지?




 누군가 문을 열었어. 하지만 주인은 아니었어. 주인의 발소리, 냄새는 모두 기억하고 있으니깐. 정확히 말하자면 발소리도, 냄새도 맡을 수 없었어.




 주인이 많이 급했나봐. 문을 잠그지 않고 가는 경우는 많이 없는데. 문틈 사이로 보인 사람은 여자였어. 하지만 처음보는 얼굴이었어. 집을 지켜야지. 아픈 티를 내지 않으면서 용감히 짖었어. 하지만 여자는 전혀 겁먹지 않았어. 오히려 웃으면서 말을 걸었어.




 "안녕. 너에게 자유를 주기 위해서 왔어."




 그 말을 마치고 여자는 사라졌어. 문을 열어놓고.
 자유라. 그러고보니 산책을 해본지 오래됐지. 의사 선생님이 건강에 좋지 않다고 산책은 하지 말라고 했었는데. 그래서 문단속 꼼꼼하게 하고 다녔는데. 괜찮겠지. 이제는.




 어릴적에 혼자 산책을 한 적이 있었어. 신나게 놀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주인이 많이 슬퍼했었어. 나는 영리해서 길 잃을리 없었는데. 주인이 나를 좀 과소평가 하는거 같아. 그 때 온 동네를 다 찾아다녔다고 했는데. 이번에도 그러겠지? 하지만 이번에도 못 찾았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산책인데 좀 뛰어봐도 괜찮지 않을까?




 [헥헥헥.]




 얼마나 왔을까? 어딘지 잘 모르겠네. 집 냄새도 희미해. 꽤 멀리 온 거 같아. 숨이 가쁘네. 아퍼.




 "안녕? 이제 자유를 즐기로 갈 때가 됐네."




 눈이 보이지 않지만 이제 괜찮아.
 숨이 가뻐서 아프지만 이제 괜찮아.
 몸이 춥지만 이제 괜찮아.
 그러니깐 주인이 나를 못 찾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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