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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A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카츠라기 케이마의 여자 공략법 - <신만세>
게시물ID : animation_3994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시험안끝났다
추천 : 6
조회수 : 1125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09/23 14: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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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aniplustv.com/#/tv/program_view.asp?gCode=TV&sCode=010&contentSerial=1081



  1. PUA와 함락신

  2. 엔딩으로의 도식

  3. 주도권 경쟁과 네거티브

  4. 단순접촉효과와 근접성

  5. 흔들다리 효과

  6. 현실과 망상의 경계



  1. PUA와 함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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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A는 Pick Up Artist의 약자이다. ‘아티스트(Artist)’라고 하니, 그림에 혼을 담아 자신의 귀까지 자르는 무슨 고고한 예술가처럼 보이지만, PUA는 쉽게 말해 그냥 ‘선수’다. 그래 선수, 스포츠 선수 말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그 선수. “여자 좀 꼬신다.”라고 소문난 아재들이다. 다만, PUA는 그런 선수 중에서도 조금은 더 특별한 전문가다. 그들은 ‘작업 이론’이라 불리는 구체적인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PUA는 각종 학술, 통계자료를 인용하여 근거를 마련하고 이에 따른 다양한 기술(?)을 연구한다. 그리고 이를 실제로 적용해보고 다른 사람들과 토론하면서 이론을 완성한다. 물론 이것이 정말 ‘이론’이라 할 만큼 완벽하게 통용될 수 있는지 의문이지만, 이런저런 설명 근거와 실천 경험들을 들어보면 꽤 그럴듯하다.


 만화 <신만이 아는 세계>는 미소녀 게임밖에 모르는 오타쿠 안경 카츠라기 케이마가 게임의 이론으로 현실의 여자아이들을 공략해나가는 내용을 그린다. 현실에 게임이론을 대입하는 엉뚱한 망상이 흥미롭다. 그리고 케이마가 동급생, 후배, 교생 선생님, 할머니(?) 등 다양한 부류의 여자를 공략하면서 사용하는 다양한 전략 역시 눈길을 끈다. 케이마가 만화로 총 26권의 이야기 진행 동안 공략한 여자아이의 수는 열 손가락을 충분히 넘어간다. 초반에는 단행본 한 권당 2~3명의 여자를 공략해내는 기염을 토해내기도 했다. 심지어는 중반부에 들어서 한 번 공략한 여자를 다시 한 번 공략하기도 하고 동시에 여러 명의 여자를 공략하기도 한다. 이정도면 진짜 선수다. 케이마는 명실상부 ‘함락신’이다.


 ‘케이마의 공략법은 실제 PUA의 작업 이론과 어떤 유사성이 있지 않을까?’ 만약 케이마의 공략법과 작업 이론에 비슷한 부분이 있다면, 우리는 그 공략법을 현실에서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케이마는 미소녀 게임 속의 망상을 현실의 여자를 공략하는 것으로 연결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신만이 아는 세계>라는 만화 속의 망상을 현실의 여자를 공략하는 것으로 연결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케이마가 망상과 현실을 연결할 수 있도록 도와준 조력자가 엘시라면, 우리가 망상과 현실을 연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바로 PUA적 관점일 것이다. 작업 이론을 하나하나 알아보며 케이마의 공략과 어떻게 연관되어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1. 엔딩으로의 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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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심리학자 로버트 스턴버그(Robert J. Sternberg)는 ‘사랑의 삼각형 이론’에서 사랑을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로 ‘열정(Passion)’, ‘친밀감(Intimacy)’, ‘커미트먼트(Commitment)’를 제시했다. 「열정」은 사람들 들뜨게 한다. 로맨스나 성적 행동을 이끌어주는 순간의 짜릿하고 강렬한 느낌인 ‘매력(Attraction)’을 어필하는 행동을 통해 발생한다. 「친밀감」은 사람을 따뜻하고 편안하게 만든다. 이는 서로 이해하고 존중해주는 ‘친근감(Closeness)’을 통해 형성된다. 「커미트먼트」는 사회심리학에서 ‘어떤 결정이나 행동에 관여한 정도’라는 의미로 쓰이는 단어다. 이는 사랑하는 사이에서 상대에게 헌신하겠다는 약속이라 할 수 있다. (commitment에는 약속, 전념, 헌신, 책무 라는 뜻이 있다.) 이는 ‘신뢰(Trust)’를 통해 구축된다.


 사랑의 삼각형을 완성하기 위해, 작업 단계에서 남자는 여자로부터 매력, 친근감, 신뢰를 얻어야 한다. 만약 이 세 가지를 모두 만족하지 못하면 남자에게는 다음과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1. 매력만 있음    - 호감을 얻음. 관심을 받음

2. 친근감만 있음    - 친한 오빠 동생 사이에요!

3. 신뢰만 있음    - 음…. 호구?(밥 잘 사주는 선배ㅠㅠ)

4. 매력+친근감    - 내꺼인 듯 내꺼아닌 

5. 친근감+신뢰    - 여사친 남사친(영화 <오늘의 연애>처럼…)

6. 매력+신뢰    - Friends with benefit(?)(이런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이 세 가지 요소를 얻는 것에는 순서가 있다. 연애가 진전되는 과정을 단계로 나누어 각 단계에 작용하는 심리요인을 연구하는 ‘연애 단계설’을 보자. 이에 대한 연구로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머스타인(B. J. Murstein)의 ‘SVR(Stimulus-Value-Role)이론’이 있다. S는 첫 만남에서 외모, 목소리, 행동 등으로부터 느껴지는 매력을 통해 자극(Stimulus)을 받는 단계이다. V는 원활한 교제를 위해 서로의 가치관(Value)을 공유하는 단계이다. R은 최종적으로 서로의 가치관을 파악한 상태에서 각자의 역할(Role)을 공유하는 단계이다. S ->V -> R 순서에 따라 연애가 진행되어야 하고 남자는 사랑의 삼각형을 완성하기 위해 매력 -> 친근감 -> 신뢰 순서로 조선을 만족해야 한다. 작업이론에서는 이를 다음과 같은 도식으로 표현한다.


Pick Up + Mid Game = Ending

-Pick Up    : 관심 투척, 매력 발산

-Mid Game    : 친근감 & 신뢰 형성

-Ending    : ??(엘시曰 : 어느 정도껏… 입맞춤 정도라도 되니까!)


 여기서 중요한 것은 Pick Up 이전에 섣불리 Mid Game이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Mid Game이 이미 한창 진행되어있을 경우 여자는 이미 남자의 매력에 대한 평가를 끝냈을 확률이 높다. 따라서 만약 뒤늦게 매력을 어필하는 정보를 보내려고 애써도 여자는 그것을 새로운 정보로 인식하지 않고 머릿속에서 휘발시켜버릴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위에 제시한 상황 중 5)번(여사친 남사친)으로 수렴할 가능성이 높으며, 잘못된 경우 3)번(호구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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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들의 함락신 카츠라기 케이마 역시 위 도식에 따라 여자아이들을 공략해간다. 가장 잘 드러난 것은, 같은 마이지마 학원 중등부 여자아이 ‘이코마 미나미’의 공략이다. 케이마는 첫 만남에서 아름답게 수영하는 모습으로 플러스(+) 요인이 되는 강한 인상을 남기면서 동시에 마이너스(-) 요인이 되는, ‘오타쿠 안경’이라는 자신의 사회적 평판을 이용해 매력을 끌어올린다. 이는, 모순되는 정보를 상대에게 동시에 전해 혼란을 심어 관심을 유도하는 작업 기술이다. 이후 케이마는 우연을 가장한 몇 번의 만남과 선배라는 입장을 이용해 본인의 매력을 충분히 어필한다. (케아마曰 : 선배는 거저먹는 사랑의 묘약!) 매력을 충분히 어필한 다음 축제에서 만나 빠르게 Mid Game으로 돌입해 후배의 고민, 마음의 빈틈에 대한 상담 이벤트를 진행하며 마침내 Ending에 다다른다.


 케이마는 Pick Up 이전에 Mid Game이 섣불리 진행되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는 교생 선생님 ‘나가세 쥰’의 공략에서 잘 드러난다. 이 공략에서는 교사와 학생으로서 엄격히 나누어져 있는 상하 관계가 있기에 케이마가 매력을 어필하기 힘들었다. 게다가 학생과 친해지는 것이 일인 교사의 특성상 Pick Up이 생략되고 Mid Game이 진행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공략이었다. (케이마曰 : 티처의 사랑은 때때로 노 퓨처!) 케이마도 이를 깨닫고 우선 교사 대 학생으로 관계가 고착되지 않게 최대한 선생님을 피했다. 또한, 선생님의 공세(?)로 어쩔 수 없이 교사 루트를 밟게 된 이후에도 오히려 더욱 말썽을 피우면서 ‘친근감’이 발전하지 않도록 노력했다. 이런 식으로 케이마는 Mid Game에 피치 못하게 들어간다 하더라도 최대한 그 진행을 늦추면서 공략을 완료할 열쇠(=마음의 빈틈. 케이마曰 : 고민은 우리의 반짝이 카드!)를 찾는 데 집중하여 마침내 상황을 뒤집어내는 데 성공한다.


  1. 주도권 경쟁과 네거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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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Mid Game 이전 Pick Up 단계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를 간과하여 섣불리 Mid Game에 돌입하여 낭패를 보곤 한다. (그냥 좋은 친구로 지내자!) Pick Up 단계는 바로 매력을 어필하는 단계. 작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 ‘매력’이라 할 수 있다. 매력 요소에는 돈, 외모, 명예, 직업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렇게 흔히 생각할 수 있는 것 외에 작업 이론에서는 한 가지 중요한 요소를 언급한다. 그것은 바로 ‘프레임(Frame)’이다. 이는 남녀사이 관계의 ‘주도권’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 프레임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High Frame)이 중요한 매력 요소가 된다.


 여자는 스스로 쉬운 여자로 인식되지 않도록 하려는 방어기제(Anti-Slut Defence)에 기인해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상대의 Frame을 시험하려 든다. 이를 Shit Test라 한다. “나 오늘 예쁘지?”와 같은, ‘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이나 해.(답정너)’와 같은 질문이 대표적인 예시이다.(물론 이런 말이 정말로 순수하게 말 그대로의 질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남자는 아무리 발버둥 쳐도 그 의도를 알 수 없다. 따라서 잘 모를 경우 그냥 모든 종류의 곤란한 말들을 Shit Test로 받아들이면 된다.) 이에 대해, 고분고분 들어주고 원하는 대답을 잘 따라서 해준다면 친근감이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아직 Mid Game을 진행할 타이밍이 아니라면 이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 “너 어디 아프냐? 넌 이쁜 게 아니라 귀여운 거지.”라는 식으로 상황에 맞게 네거티브(Negative, 부정하기)를 하는 것이 High Frame을 유지하는 길이 된다. (대사는 내가 써놓고도 오글거린다. 미안하다.) 단, 지나치게 카운터 펀치만 날리기보다 때론 자존심을 적절히 지켜주는 것이 좋으며, 이에 대해 완급조절을 하는 행위가 바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밀당’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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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언급한, 중등부 여자아이 ‘이코나 미나미’의 공략에서 ‘선배가 거저먹는 사랑의 묘약’이 되는 것도 High Frame의 효과이다. 선배라는 입장은 자연스럽게 후배에 대하여 우위를 점하게 되기 때문이다. 교생 선생님 ‘나가세 쥰’의 공략에서 교사 루트가 위험한 이유도 학생의 신분이 교사의 입장에서 Low Frame이기 때문이다. (케이마曰 : 자칫 잘못하면 엔딩은 졸업식 이후가 될 수도 있어!) 케이마는 이 프레임의 중요성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공략에서 High Frame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따라서 때론 거친 네거티브를 구사하기도 하는데, 연애 알지 못하는 엘시는 왜 일부러 차갑게 대하냐고 케이마를 구박하기도 한다.


 케이마의 네거티브가 가장 확실하게 보인 공략은 아이돌 스타 ‘나카가와 카논’의 공략이다. 관심을 받고 싶어 안달이 나 있는 카논에게 케이마는 확실한 ‘무관심’이라는 네거티브를 날린다. 첫 만남에서는, 오타쿠여서 현실을 아예 모르는 케이마의 입장에서 ‘누구야, 너?’라는 네거티브를 의도치 않은 행운으로 날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후 계속 만나면서 의도적으로 무시하기 시작한다. 만약 괜히 카논의 관심에 응했다면 케이마는 그저 수많은 팬들 중 한 명으로 끝났을 가능성이 높다. (케이마曰 : 너무 먹음직한 이벤트는 물지 말지어다. 꽂히느니 함정 플래그.) 하지만 네거티브 일변도에서도  조금씩 호응해주기도 하니 케이마는 확실히 밀당의 고수라고 할 수 있다.


  1. 단순접촉효과와 근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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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순접촉효과(Mere Exposure Effect). 사람은 자주 보면 볼수록 호감을 느끼게 된다는 현상이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로버트 자이언스(Robert Zajonc)는 실험을 통해 이를 증명했다. 실험 참가자에게 그들이 전혀 모르는 사람의 사진을 보여주는데, 이를 보여주는 횟수에 따라 0번, 2번, 5번, 10번, 25번 5개 그룹으로 나누어 비교해본 결과 많이 보여준 사진일수록 사진 속 인물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갔다. 25번 보여준 경우 전혀 보여주지 않은 경우에 비해 1.5배 이상 호감도가 높았다.


 어떤 행동 없이 단순히 접촉횟수가 늘어나는 것만으로 호감도가 늘어난다. 그런데 이 효과는 이미 충분히 잘 알고 있는 사람 혹은 부정적으로 인식한 사람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호감을 느끼고 있거나 적어도 중립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경우의 접촉, 즉 ‘단순접촉’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이미 충분히 잘 알고 있는 사람은 특별한 감흥이 없으니 오히려 지겨울 뿐이고, 부정적으로 인식한 상황에서는 그 부정적 인식이 더 강해질 뿐이다. 이 효과는 낯선 상황에서 접촉 대상에게 호기심을 갖고 있을 때 그 효과가 크다.


 단순접촉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많이 만나야 하고, 따라서 근접성이 중요해진다. 근접성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지리적 근접성의 요인’이 있는데, 이는 말 그대로 두 사람의 실제 거리가 가까운 것이다. 미국 사회학자 모사드(J.H. Bossard)는 5,000명의 사람들을 조사하여 통계적으로 5블록 이내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과 결혼했다는 것, 거리가 멀면 멀수록 결혼 성공률도 낮아진다는 결과를 얻었다. 그는 이 결과를 두고, “큐피드는 화살을 갖고 있지만 멀리 날아가지는 못한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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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마도 이 근접성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이미 오타쿠 안경이라는 부정적인 인상을 갖고 있는 같은 반 동급생, ‘타카하라 아유미’나 ‘코사카 치히로’를 제외하고 다른 공략에서는 최대한 상대 범위 안으로 들어가려고 노력한다. 공수도부 부장 ‘카스가 쿠노스키’의 공략에서는 초장부터 바로 공수도부 입부를 신청한다. 몰락한 기업 사장의 따님 ‘아오야마 미오’의 공략에서는 운전수를 자청한다. 쿠스노키 공략의 경우 칠칠찮아 보이는 케이마가 의외로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며 쿠스노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약하고 귀여운 외모로 쿠스노키가 호감을 느끼도록 하여 단순접촉효과가 나타나기 좋은 상황이 되었다. 아오야마 미오의 공략에서는 초면부터 케이마가 고백을 하긴했어도 결국 그런 것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미오의 특성상 중립적으로 케이마를 바라볼 수 있었으므로 단순접촉효과가 확실히 발휘될 수 있었다.


 단순접촉효과가 가장 잘 적용되었던 공략은, 케이마와 연식이 없었던 라면 집 딸내미 ‘우에모토 스미레’의 공략이라 할 수 있다. 라면 집에서 점원으로 일하고 있는 스미레는 출현장소가 가게로 고정되어있어 단순접촉의 여지가 많았다. (케이마曰 : 「어서 오세요」를 적립해서 사는 연심. 하트에는 가격이 없습니다.) 이후 케이마는 그 가게에서 알바로 일하면서 먼저 스미레의 세계에서 등장인물로 인장받는 단계부터 시작한다. 착실하게 일한다는 인상과 함께 계속된 접촉으로 호감을 적립하면서 마침내 “스미레는 뭔가 생각하고 있지? 그냥 라면이 좋아서 그렇게 먹어내는 건 아니지?”라는 질문으로 엔딩에 다다르는 문을 연다. 이는 서틀 프리딕션(Subtle Prediction)으로 상대에서 나올 수 있는 반응을 예측하여 긍정적인 답을 유도할 수 있는 모호한 질문을 통해 마음을 여는 작업 기술이다.


  1. 흔들다리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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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젠 여기저기에서 너무 자주 인용되어, 누구나 다 아는 흔들다리 효과. 이는 감정적으로 흥분해 있거나 불안정한 상태에서 이성에게 더 쉽게 매력을 느끼게 되는 현상이다. 심리학자 더튼(D. G. Dutton)은 흔들다리를 활용한 실험으로 이를 증명했다. 캐나다 캐필라노 강 상류, 협곡 위 75m를 가로지르는 136m의 흔들다리. 실험 당시 밑바닥 판자 사이로 강물이 내려다보이고 케이블이 계속 흔들거려 당장에라도 떨어질 듯했다고 한다. 실험 대상자인 남성이 겨우겨우 다리를 건너고 나면 예쁜 여학생이 나타가 인터뷰를 요청한다. 여학생은 인격 검사에 주로 쓰이는 그림을 보여주며 그림에 적절한 이야기를 꾸며 달라고 부탁한다. 마지막으로 상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면 전화를 달라는 말과 함께 번호를 적어준다. 비교를 위해 이와 똑같은 실험이 지상 3m 위에 설치된 안정된 다리에서도 진행되었다. 결과, 흔들다리를 건넌 남성이 안정된 다리를 건넌 남성보다 4배 더 많은 사람이 전화를 걸었다. 또한, 그들이 꾸며낸 이야기고 흔들다리를 건넌 남성들은 성적 뉘앙스를 풍기는 내용이 많았다.


 이 실험 결과는 사회심리학자 스탠리 샤흐터(Stanley Shachter)가 내놓은 ‘정동(情動) 2요인 이론(two factor theory of emotion)’과 관련이 있다. 샤흐터는 흥분하게 된 이유가 기쁨이든 슬픔이든 어떤 감정이든 상관없이 생리적인 반응은 모두 같다고 주장했다. 결국, 정서 체험이란 생리적인 변화에 대한 ‘경험’과 동시에 그것이 무엇 때문에 일어났는지에 대한 ‘인지’라는 두 가지 요인을 함께 만족해야 비로소 발생한다는 것이다. 생리적인 반응이 사실상 같기 때문에 인지요소를 속인다면, 흔들다리에 의한 긴장감이 상대방에 대한 호감으로 인한 성적 긴장감으로 둔갑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예는 과거 2002년 월드컵 응원의 열기가 한창 달아오르던 당시, 응원을 위해 사람들이 잔뜩 모인 광장에서 대단히 많은 커플이 생겼다는 일화이다. 응원의 열기로 인한 흥분상태가 흔들다리 효과를 일으킨 것이다.


 흔들다리 효과를 활용하는 작업의 핵심은 어쨌든 상대를 긴장하게 하여 인지를 속이는 것이다. 케이마는 공략 대상을 불안하게 만들어 긴장 상태를 유도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자기만의 세계 속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여자아이 ‘쿠죠 츠키요’의 공략에서는 인형이 되어버린 츠키요의 몸이 점점 더 작아지는 것처럼 상황을 연출해 츠키요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명문가의 영애 ‘오이도 유이’의 공략에서는 몸과 정신이 서로 뒤바뀐 상황을 이용해 불안함을 느끼도록 유도했다. 공수도부 부장 쿠노스키의 언니 ‘카스가 히노키’의 공략에서는 반대로 몸이 거대해지는 것을 활용, 옷을 다 벗은 상태에서 거대화하도록 유도하여 히노키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런 식으로 도주혼에 의한 이상 현상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흔들다리 효과를 노렸다.


  1. 현실과 망상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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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PUA의 작업이론을 케이마의 공략에 대입해보며 분석해보았다. 케이마의 망상과 같은 공략이 현실의 작업과도 얼추 잘 맞는 듯하다. 다소 엉뚱하긴해도 케이마 역시 훌륭한(?) PUA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결론은 미소녀 게임의 이론을 현실에 적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만약 미소녀 게임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려 히키코모리, 파오후, 십덕후라는 둥 수많은 멸시를 직면하여 괴로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상자의 밑바닥에는 카츠라기 케이마라는 희망이 아직 남아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망상과 현실을 연결해주는 함락신의 공략법을 통해 미소녀라는 망상에 빠져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멸시에 대해 어느 정도 변론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케이마의 가르침을 충분히 익혀 현실에 적절하게 응용한다면 우리도 함락신이 될 수 있다! 여자친구는 ‘못’ 사귀는 것이 아니라 ‘안’ 사귀는 것일 뿐이다!


 물론 현실은 세이브, 로드 불가, 다시보기도 안되고 퍼스트 플레이로 땡인 쿠소게다. 응용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사실 <신만이 아는 세계>는 현실적으로 ‘반칙’이라 볼 수 있는 만화적 허용이 나타나 있다. 케이마가 나름 주인공 버프를 받아 외모가 출중하다는 점, 만화 속 여자아이들에게서는 얼굴이 붉어진다는 둥 IOI(Indicator Of Interest, 호감의 표시)가 쉽게 보인다는 점이 그것이다. 더불어 상황을 마치 게임처럼 만드는 엘시의 능력(투명해지기, 공략대상 추적하기 등) 또한 반칙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우리는 케이마의 공략법을 어느 정도 따라서 익힐 수는 있어도 그것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응용하는지는 아쉽게도 배울 수 없다.


 정확한 응용 방법을 몰라 헤맨다면 적어도 공략에 임하는 케이마의 마음가짐 정도는 본받도록 하자. ‘아오야마 미오’의 공략에서 엿볼 수 있는 케이마의 마음가짐, 첫 대면부터 대뜸 고백해버릴 수 있는 그 용기를 말이다. 케이마는 AA(Approach Anxiety, 접근 공포)가 없다. 작업의 시작은 접근, 따라서 이 AA를 깨는 것이 최우선이다. 사랑은 용기 있는 자의 특권이라고 하지 않던가! 용기는 바로 자신감, 자신감은 High Frame을 갖추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망설이지 말고 지금, 관심 있는 아이에게 다가가 보는 것은 어떨까? (작업 이론에서는 ‘3초룰’이라 하여 망설임은 3초를 넘어가서는 안된다고 한다.) 만약 실패하더라도 걱정은 없다. 우리에게는 우리를 기다려주는 수많은 미소녀들이 모니터 안에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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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내기 전에. 지금까지 PUA적 관점을 활용했는데, 사실 PUA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그리 좋지 않다. “여자는 이러이러한 생물이고 여자의 행동은 이러이러한 이유가 있으며 남자는 이러이러한 방법으로 여자를 공략한다!” 작업 이론은 남자의 입맛(?)에 맞게 여자를 멋대로 규정하고 평가하는 것이다. PUA용어 중 하나인 HB(Hot Baby. 여자의 매력도를 수치화해 평가한 점수. 1~10) 같은 것을 살펴봐도 이 이론의 밑바닥에 깔린 사상이 그리 바람직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정말 ‘그럴듯하게’ 들린다고 하더라도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주의해야 한다. 이를 신봉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을 프로 불편러로 만드는 것이고 요즈음 대세(?)인 페미니즘에도 반하는 일이다. 그리고 아무리 전문가라고 한들 사랑에 정답은 없고 이론은 정설이 될 수 없다. 글쓴이 또한 만화 <신만이 아는 세계>를 재미있게 바라보는 또 하나의 관점으로 작업 이론을 끌고 왔을 뿐이다. 한 번 웃고 넘어가는 것 이외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는 쉴드를 치면서 글을 마무리한다.


[세줄요약]

  1. 카츠라기 케이마는 함락신!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

  2. PUA의 작업이론과 케이마의 공략은 얼추 맞는 것 같아.

  3. 하지만 모든 건 망상일 뿐. PUA를 옹호하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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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썼던 글입니다. 오랫만에 생각나서 올려봅니다.


PUA를 인정하던 말던 자유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리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참고한 자료는


<THE GAME>, 닐 스트라우스, 디앤씨미디어, 2011

<심리학이 연애를 말하다>, 이철우, 북로드 2008

<유혹의 기술 1~5>, 우상호, 학산문화사, 2014

그 외 기타등등 인터넷 찌라시 및 지인의 썰 그리고 작성자 본인의 뇌 입니다.


출처 http://blog.naver.com/mlnookang/220776322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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