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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가정의 결혼식(No 흥미진진 주의)
게시물ID : wedlock_47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chromental
추천 : 23
조회수 : 2285회
댓글수 : 20개
등록시간 : 2016/09/23 16:06:17
안녕하세요~ 이번엔 결혼식 즈음때 관련해서 쓰려고 합니다

처음부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적으려고 한게 아니라 그냥 생각나는데로 하나 적어 본건데

벌써 3번째 글을 쓰게 될줄은 몰랐네요 ㅠㅠ

거기다 뭔가 신기하게도 회사일이 바쁘지 않아 글을 쓸 여유까지 있네요(쓰라는 계시인건가..)

이번 에피소드는 이전 두 글과는 다르게 긴장 타는 부분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냥 소소한 이야기죠

아무튼! 저번글과 같이 상견례를 마치고, 이제는 결혼식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일본에서도 결혼식을 올릴것인가!! 에 대해서는 장인 장모님께서 깊이 생각 하신 끝에 

피로연만 간단(?) 하게 하는 것으로 결정 되었고, 한국에서는 신부측 손님이 적어도 제대로 된 결혼 식을 진행 하기로 하였습니다.

대부분의 결혼 준비자들과 같이 저도 예식장을 고르고, 플래너가 하라는 대로 움직였지요.. 여기서 정말 편했던점은 와이프가 뭘 어떻게 하는게 좋겠다~는 의견이 1도 없었다는 점입니다

와이프는 한국의 결혼식에 대해서 잘 몰랐고(알았다고는 해도 검색정도...), 제가 어련히 알아서 할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화장하는 날짜, 드레스 맞추는 날짜, 사진찍는 날짜만 알고 있었지요.. 저도 귀찮은건 싫어하는 성격이라 "그냥 알아서 해주세요~~" 라는 말만 플래너에게 던지고 사진을 찍고, 턱시도 고르고 했죠(심지어 결혼식 사회를 정하지 않았다는것을 2주전에 알았습니다.. 그것도 친구 결혼식가서 사회있는걸 보고.. 급히 친구를 섭외 하느라고 진땀 뺏네요)

그렇게 날짜는 점점 다가오고.. 장인 장모님의 여권도 완료! 이제는 정말 결혼식만이 남았지요

장인, 장모님, 처남은 결혼식 하루전에 오기로 되어있었고, 다행히 이번엔 제시간에 픽업을 했습니다

여독에 지친 몸을 풀어주고자 저는 처가인원 전부와 찜질방을 방문 하였습니다

일본에도 사우나는 있기때문에 별 다른점을 못느끼시겠다는 장인 장모를 모시고 불가마로..

장인어른께서는 들어가기 전에 조금 특이 하게 생긴 불가마방의 모습에 흥미로운 웃음을 지으셨지만

들어가자 마자 안색이 바뀌셨지요.. 웃음기는 사라지고 무수한 땀을 흘리시는 가운데 사위는 편안히 앉아 있는데 차마 바로 나가자고 말은 못하시는.. 저는 장인 어른의 흔들리는 눈동자에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악마야 불지옥에서 나를 꺼내다오.. 죽겠다..'

그러면 안되지만 그 모습이 퍽 재밌기도 하고.. 의외로 장모님은 웃음기를 잃지 않은채 주위를 두리번 거리시고 계셨기 떄문에 조금더 앉아 있기로 했습니다(처남은 들어오자 마자 화장실 간다고 나감..--;)

그렇게 들어온지 2분이 지나고.. 장인어른의 얼굴이 실시간으로 흑화되어 가고 있는것이 안타까워 나가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먼저 나가는 저의 뒤를 부리나케 쫒아 오는 장인어른께 나오자 마자 물어봤습니다

" 어떠셨어요?"
저는 장인어른께서 분명히 "음.. 허허(쑥쓰)" 라고 하실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음..뜨겁구만"

정말 유니크 하게 장인 어른에게서 "음..허허" 이외의 말을 하셨습니다(도대체 얼마나 힘들었으면ㅠㅠ)

찜질방 들어가기전 목욕탕에서, 말을 거의..거의도 아니고 아예 하지 않으시는 장인어른과 친해지기 위해
"역시 남자들은 서로 친해지려면 목욕탕도 같이가고 알몸도 좀 보고 해야죠 ㅎㅎ!!"
이런 드립을 쳤는데 그때도 "아..허허(쑥스)" 라고 말씀하시고 입을 닫으셔서 당최 대화가 진행 될 수가 없었.. 탕에 몸을 담그고 있던 10분동안 처남과 계속 이야기 했네요

그렇게 찜질방을 나와 저녁은 코리안 야키니쿠!

처가 고기보다 이많은 야채, 반찬이 전부 무료에다가 무한 리필이 된다는 사실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것 같았습니다.  역시 고기 천국은 한국인 겁니다.  술을 좋아하신다는 장인에게 폭탄주 연속 3방을 안겨드렸고 장인은 생각보다 자신의 주량이 딸린다는 것을 캐치하시고는 술에는 더이상 입을 대지 않으셨습니다
저는 도대체 어떤 말을 해야 장인과 대화가 이어질수 있는지를 수없이 고민 하였고

"xx(와이프 이름)가 학생일때 어땠어요? 활동 적이었나요?"
"음..허허(쑥스)" => 장모님 바톤 터치

"고기맛은 어떠신가요? 어떤 부위로 더 시킬까요?"
"음..허허(쑥스)" => 손사래


-,.-.....

남들과 같이 있을때는 항상 밝게 이런저런 드립도 치고 하는 저였지만.. 장인 어른과의 대화를 이어가기에는 너무나 역부족이었습니다.. 와이프는

"아빠는 원래 말이 잘 없으셔, 쑥스럼도 잘타시고"
'그래도 그렇지!!!'

그이후로는 그냥 포기하고 장모님, 처남과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이렇게 되면 장인어른이 소외감을 받을것 같아 말을 걸려고 한거였는데 Fail...)

그리고 결혼식 당일, 아침 일찍 일어나 식장으로 출발 ~ 결혼 준비 완료

식장 앞에서 결혼하객을 맞이하는데 저의 옆에서 장인 장모님께서는 우두커니 서 계실수 밖에 없었습니다(아련..)
마침 와이프는 어학원을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와이프 하객으로 젊은 외국인들이 현장 학습 삼아 와주었습니다.
(농구복 농구화 신고 온 중국인..너 기억할거야)

그리고 저의 쌍둥이 형은.. 옆에서 많은 결혼 축하를 받았죠(이미 결혼 했고 애도 있는 판에..)
형 결혼식때 저도 같은 경험을 한지라(사회자가 저에게 와서 "형 오늘 어떻게 진행 하면 될까요?", 모르는 아주머니가 와서 "이 분이 너 친척 되실 분이야", 회사 대표이사님이 저의 손을 굳게 잡으며 "결혼 축하하네!"--; 특히 대표이사님의 경우 저는 당연히 얼굴을 알리가 없기 때문에 그냥 악수만 했고, 회사로 복귀한 형이 대표이사 얼굴도 모른다고 영문도 모른채 혼이 났다고.. 쌍둥이 분들은 공감하실 겂니다) 별 문제는 없었습니다

결혼식 사회보는 친구는 다행히 일본어가 가능하여 한국, 일본어로 사회를 진행! 한국 결혼식의 복잡한 의식을 문제 없이 진행 할 수 있었습니다..
쓰다보니 한가지 생각나는게 있는데 일본 결혼식 하객 복장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처남은 양복에 워커를.. 신고 왔더라구요..--; 제가 구두를 빌려주긴 했지만

그렇게 결혼식을 종료 하고 다음날 아침, 공항에서 저희는 발리로, 처가는 일본으로 돌아가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일찍 공항에 도착, 간단히 식사를 하고 작별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일본에서 와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피곤 하실텐데 돌아가서 푹 쉬세요^^"

"결혼식 준비하느라 힘들었을텐데 정말 감사합니다, 일본 피로연때는 저희가 준비 잘 준비하겠습니다"

장인어른에게 긴 말을 들으려면 뭔가 큰 이벤트 후가 아니면 안될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그후로는 일본에 전화도 자주 하고 하면서 대화량이 조금씩 늘었어요.  일본에서 피로연도 하고, 장인어른 은퇴기념 가족여행도 같이 가고 하면서 조금은 친밀해 진것 같기도 하고..(나만의 착각인가..)
하지만 그때의 나름 감동적인 이벤트에도 "음..허허(쑥스)" 란 반응을 보인건 함정..

아무튼 이렇게 해서 지금도 잘 살고 있어요^^

앞으로는 혹시 공유하고 싶은 일이 있을때 한번씩 글을 쓸것 같네요

뭔가 흥미 진진한 이야기를 기대하셨다면 죄송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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