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백작이며 아름다운 아내와 딸이 있다. 내가 지금 서 있는 곳은 홀과 2층으로 이어지는 로비 계단이며 그 중간쯤이고, 위 2층 정면에서는 자랑스러운 나의 모습이 그려진 그림의 액자가 걸려있고 옆쪽으로는 고풍스런 조각들로 장식된 난간이 양쪽 방들로 가는 길을 알려주고 있다. 오른쪽은 아내의 방과 내방, 딸의 방이며 왼쪽은 손님방들이다. 이 저택은 할아버지께서 왕국에 큰 공헌을 하여 수여받았고 내가 작위와 함께 물려받은 것이다.
난 왜 이곳에 있는걸까.
하인들과 아내가, 딸이 지나가지만 말을 걸지는 않는다. 나는 이곳에서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손짓하고 말을 걸고 싶지만 입안에만 맴돌 뿐이었다.
그래, 난 작년에 살해를 당했다. 바로 이 자리에서. 내 시체는 이 계단 아래에 있다.
깨닳은 것은 찰나였다. 내가 귀신이라고 깨닳은 것은 답답해 하던 어느날 문득이었다. 내앞을 지나가던 딸아이가 귀걸이 한짝을 떨어뜨려 바닥에 있던 귀걸이를 주우러 내 아래로 고개를 숙였을때, 내가 서 있는 계단 한쪽이 부자연스럽다는 것을 깨닳았고 내가 그곳에 숨겨져있다는 것을 깨닳았던 것이다.
그 이후론 답답하는 생각이 많이 없어지고 딸이 어떻게 컸는지 궁금해졌으며, 아내의 얼굴에 웃음이 많이 사라졌다는 것에 마음이 갔다.
이쁜 아내의 얼굴을 많이 닮아 아름답게 큰 딸. 내가 조금 더 살아있더라면 결혼하는 것까지 보고 갔을텐데.. 아내의 미소를 보고싶다. 내가 조금 더 살아있더라면 미소를 보여달라고 편지와 꽃다발을 건네주었을텐데..
그런데 얼마 지나지않아 저택 분위기가 활발해졌다. 아내의 얼굴에도 미소가 띄었다. 딸은 더욱 아름다워졌다.
하인들이 지나가다 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결혼할 사람이 생겼다고 한다. 누군지 무척 궁금해졌다. 모두의 들뜬 분위기가 나에게도 전해져 기분이 좋아졌다. 몇번 저택에 방문했던 사람이라고 한다. 이름을 들으니 기억이 났다. 무척 젠틀하고 사내다운 사람이었다.
그 사내라면, 그래, 딸을 맡겨도 될 사람이다. 나와도 사업을 같이 했던 사람이고.. ..그런데 그 사내 결혼하지 않았었던가? 몇일 뒤 온다고 하는데 내 기억이 잘못되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