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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친구
게시물ID : freeboard_12606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알파카여인
추천 : 5
조회수 : 899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6/02/05 04:4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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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미국에서 유학 중인 징어입니다. 학문적 성과도 중요하지만, 해외 생활에서 얻은 것 중 더 값진 것은 세상을 보는 시각이 넓어 진다는 것 같아요.

지난 학기에 저희 과에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친구가 들어왔습니다. 국적은 중국이고, 어릴 때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잠깐다녔고, 할머니 중 한분은 아직 한국국적을 갖고 계시고 (한국에서 시집간 분이시라), 이 친구도 어릴 땐 한국 여권도 있었는데, 성인 되면서 중국국적만 있다고 합니다. 한족 중국 애들 말로는 지네나라에서 이중국적은 아예 불법인데 어떻게 그게 가능한진 모르겠다고... 여튼 한국 사람이라면 조금씩 갖고 있을 법한, 저의 조선족에 대한 편견을 깨준 친구네요. 

연변에서 초, 중, 고 전부 조선족 학교를 다니면서 교과서도 다 한국어, 중국 수능도 한국어로 봤고, 대학들어가서 처음으로 중국어를 주로 쓰면서 한족 애들이랑 섞여서 지내봐서, 문화가 달라서 너무 힘들었다고. 조선족 커뮤니티안에서만 자라서 그런지, 중국 음식에 대해서도 중국 친구 많은 저보다 오히려 잘 모르고, 대학 가서도 음식이 입에 안맞아서 한국 식당만 찾아다니면서 식사를 해결했다네요..^^:; 50개 넘는 중국 민족 중에서 조선족이 교육열이 가장 높아서, 평균 대학 입학률이 제일 높은 민족이 조선족이라고 들었습니다. 이 친구 보면서 이들의 문화가 제 생각보다 한국과 더 가깝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tv도 한국 것만 보구, 별로 중국 연예인이나 문화에 관심이 없어해서,, 대놓고 물었죠.

"너는 어느나라 사람인거 같니?" 
"중국인일 수 밖에 없지. 어쩔 수 없는 중국인."

중국의 주류문화와 자기가 살아온 문화가 다르고, 삶의 방식이 한국과 더 닮았다 하더라도, 자기 여권은 중국이라고, 이건 거부할수 없는 현실(?) 정도로 설명하더라구요. 하지만 또 중국에서 소수민족으로써의 고충도 있다고... 부모님 중 한 분이 공무원이신데, 대놓고 차별은 안해도 진급이 느리다던가.. 그런 일들이 종종 있다고 합니다. 

다른 한국친구들에게 이 친구를 소개 할 때, 저는 별 생각없이 "응 얘는 OO라구, 국적은 중국인데 교포라서 모국어는 한국어래." 라고 했는데, 나중에 고맙다고 하더군요. 중국에서는 조선족이라는 말이 그냥 여러 민족 중의 하나이고 별 다른 의미는 없는데, 한국에서는 단어가 가진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한국 사람들 앞에서 조선족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이유없이 위축된다고...

이 친구가 없는 자리에서 다른 한국친구에게 "조선족 친구 있는데~" 라며 설명하다가 들은 말 중에 하나는 "걔네들이 유학도 와?" 였습니다. 올 수 있죠. 당연히. 그런데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이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어쩔수 없는 것이기도 하구요. 보통 한국 사람이 만나는, 한국에 온 조선족 대다수가 식당, 공장 등 단순 노무직에 종사하고, 굳이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조선족들은 한국에 일용직으로 돈을 벌로 올 이유도 없으니까요. 

이 친구가 어릴 때 한국에서 살았던 이유는 아버지 사업 관련된 일이었고, 미국에서 이모가 교수로 지내고 계시단 소리에 처음엔 속으로 흠칫 놀랐습니다. 그리고 부끄러워졌죠. 저 또한 은연중에 조선족은 보통 교육수준이 낮을 것이라는 인식이 박혀있었고, 그걸 깨닫는 순간 스스로에게 부끄러웠습니다. 

사촌언니가 한국사람과 결혼했는데 결혼 과정이 평탄치 않았다고 하더군요. 언니는 서울에 있는 유명 사립대 공대를 나왔고, 대기업에 입사했는데, 대학시절부터 CC에다가 같은 회사에 입사한 남자친구와 결혼하는데 남자 집에서 반대가 너무 심했다고... 사촌 언니 가족이 자기네도 일반 한국의 중산층 가정과 다르지 않다고 남자 가족들을 모두 연변에 초대했는데 부모님은 초대에 응하지 않았고, 남자친구의 형만 여자 측 가정방문(?)을 했다고 합니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좋은 집에서 잘 사는 것을 보고 형의 설득으로 이 커플은 결혼에 골인했다는 이야기.... 

한족인 중국 친구가 이 이야기를 듣더니 "그럼, 조선족 말고 차라리 한족이랑 결혼했으면 어려움이 덜했을까?" 라고 제게 묻길래,, 잘 모르겠지만 그럴지도.. 라고 대답했어요. 

미국에서 멕시칸에 대한 인식과, 한국에서 조선족에 대한 인식이 비슷하련지요? 아마 멕시코에서도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교육수준이 높아 안정된 직장을 가진 사람은 굳이 미국으로 넘어오지 않을테고, 좀 더 잘 살아보자는 아메리칸 드림으로 미국에 와서 3D 업종에 종사하는 이민자들이 더 많으니 이에따라 미국인에서 일반인의 멕시칸에 대한 인식이 형성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좀 더 정치적인 이유를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선진국에서도 경제 불황이 지속되고, 사람들의 생활이 팍팍해 질수록, 그 화살이 외국인과 이민자들에게 돌아가서 이들에 대한 증오감이 높아진다고 하지요? 그리고 정치권은 미디어를 이용해서 자신들에게 와야 하는 비난을 만만한 외국인/이민자들에게 돌릴 수도 있구요. 우리나라 상황도 비슷하지 않는가 생각해보았습니다. 조선족 범죄는 더 크게 더 자주 보도한다던가 해서요....

오유에서는 한번도 그런 내용을 본 적 없는데, 각종 커뮤니티에 워낙에 조선족 비하 발언이 많아서... 우리의 편견이 사실과 다른 부분도 많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적어봤습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이니 일반화 할 수는 없겠지만요... 공부하기 싫어서 도서관에서 적어본 주절주절.. 어뜨케 끝내야 할지 몰라서 그냥 뿅하고 사라집니다.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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