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다닐 여건이 안 되어 전화영어를 하고 있습니다. 필리핀인이 해주는 제일 일반적인 회화 과정이고요, 업체명은 거론 안 하겠습니다. 나름 업계에서 제일 괜찮아보이고 수강료를 가장 비싸게 받는 업체입니다.
1. 전화영어로 실력이 느는가?
이건 직접 원어민과 대면하는 회화 수업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한 마디로 다 자기 준비와 하기에 달림.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야 당연히 낫고, 원어민과 대화를 못하고 한국인끼리 영어로 말해야 하는 수업보다도 낫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전화를 통한 listening과 speaking이 얼굴 직접 보고 하는 것보다 어렵게 느껴져서 그런 점을 극복하기 위해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비즈니스 과정을 들으면 컨퍼런스 콜 하는 데 좀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통화 음질이 너무 좋아서 오히려 단점으로 느껴짐. 실제로 컨퍼런스 콜 하면 드럽게 끊기고 음질 나쁘잖아요-_-
2. 안 좋은 점
일단 교재 퀄리티가 상당히 안 좋습니다. 등록 전엔 대충 봐서 몰랐는데, 막상 꼼꼼히 공부하면 이게 원어민이 쓴 교재가 아니라는 게 바로 느껴집니다. 그나마 감수도 대충 했고 한국어 해석 오류도 많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교재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낮아졌고, 그러다보니 공부를 하긴 하지만 진짜 원어민이 이런 표현을 과연 쓸까?라는 의구심이 자주 듭니다.
원어민이 거의 쓰지 않고 한국에서만 널리 쓰이는 단어가 종종 나오고, 콘텐트 측면에서 되게 심각하고 대충 만들었다는 느낌이 많이 들더군요. 100% 한국인의 시각과 상식으로, 100% 한국에 대한 내용만 다룹니다. 외국 사람과 커뮤니케이션 목적으로 외국어 공부 하는거면 외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 같이 따라와야 하는 건데. 엄밀히 틀린 건 아니지만 좋은 교재라 할 수 없죠.
평가 시스템도 되게 한국적이어서 웃긴데, 굳이 매일매일 수강생의 레벨을 매깁니다. 이것까진 상관없는데 웃긴 건 같은 레벨대의 남들 평균과 비교해 내 점수가 낮은지 높은지 비교를 시켜줍니다-_-;;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겠지만...
어차피 진짜 수강생 실력과 상관없이 처음엔 낮은 점수를, 시간이 흐를 수록 높은 점수를 줍니다. 전화 영어를 통해 영어 실력이 올라가고 있다고 착각하게끔... 그냥 상술.
필리핀인이라고 영어 발음 이상하거나 못 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단 영어를 매우 잘 한다면 이 친구들과 수업하는 건 좀 한계가 있을 것 같네요. 이 친구들이 영미권 문화나 시사 이슈에 무지한 경우도 있고 저는 필리핀 문화나 이슈에 관심도 없고 모르고... 그러다보면 말이 잘 안 통합니다-_-;; 그래서 그냥 한국 얘기 하게 됨;;
3. 좋은 점
수업 시간이나 교재 진행, correction 등 정해진 커리큘럼 진행은 칼이라 이런 거 좋아하는 분은 좋아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1:1인 것도 장점이고, 남이 하는 말 들어줄 필요 없는 거, 내가 말을 많이 할 수 있는 것도 좋습니다. 저의 경우 강사는 말 시키기만 하지 절대적으로 말 많이 안 합니다. 그리고 교재 진도 나가기 싫으면 안 하고 그냥 프리토킹해도 됩니다.
4. 결론
결론적으로 너무 좋다, 계속 꾸준히 해야겠다는 생각은 안 들고요(교재 구린 문제가 가장 큼), 제일 띄엄띄엄 하는 커리큘럼으로 가끔 등록해서 실력 유지나 해야겠다 싶네요. 저도 시간적, 지리적으로 영어학원 가는 게 불가능해서 택한 차선책이지 그런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면 결코 안 합니다. 너무 비싸요.